불륜(不倫)의 고백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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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를 오랫동안 해 오면서 성직자같이 참 많은 고백을 들었다. 상당수가 불륜에 관한 것이었다. 한 원로목사가 있었다. 그는 한 교인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세상에 대고 고백을 하고 자신의 죄값을 치러야겠다고 내게 말했다. 간통죄가 있을 때였다. 내게 자수절차의 도움을 받으러 온 것이다.
  
  그때 나는 생각해 보았다. 모든 걸 털어놓음으로써 그는 후련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여러 사람을 곤경에 끌어들이고 괴로움을 줄 것 같았다. 그의 상대가 되었던 여성의 남편은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 될 것이다. 목사인 그의 아내도 남편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자식들의 심정도 실망의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자수하지 말고 평생 상한 심정으로 회개하면서 고통을 안고 가라고 권했다. 그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내게 속을 털어놓은 그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인 것 같기도 했다.
  
  언론인이자 부자였던 한 노인이 있었다. 제주도에 별장과 요트 그리고 말이 네 필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삶을 즐겼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아침 성경 속의 욥같이 불행이 닥쳐왔다. 사람을 잘못 만나 그 많던 재산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빚더미 속에 앉게 됐다. 그는 감옥까지 갔다 오고 병까지 들었다. 가난 속에서 노인이 되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그는 내게 젊은 시절 일탈의 대가가 노년의 고난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참회하는 모습이었다. 인간은 모두 마음 속에 선(善)한 양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또다른 노인의 호소를 들었다. 선량한 교사였던 그는 어느 날 아내가 아이 둘을 두고 집을 나갔다. 그는 어린 남매를 데리고 매일 동네의 밥집으로 갔다. 밥집의 여주인은 그들 아버지와 남매를 따뜻하게 대해 줬다. 그녀 역시 딸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남편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해외에 나간 후 소식이 끊겨 버려 이십 년 동안 연락이 없었다. 동정을 하면서 서로 마음이 흐른 두 가족은 하나로 뭉치기로 했다. 그렇게 살던 어느 날 집을 나갔던 아내와 해외에서 소식이 끊겼던 남편이 돌아왔다. 그들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교사 출신인 그 노인은 자신의 불륜 때문에 제자들이 모두 등을 돌렸다고 심하게 자책을 하고 있었다.
  
  백은 흑과의 대비를 통해 더 그 흰 색깔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변호사인 나는 수많은 강간범을 보았다. 그들에게는 영혼도 양심도 없었다. 순간의 동물적인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 앞에 있는 여성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상대방의 몸과 마음이 성폭행을 당하는 순간 찢겨져 나간다는 사실에 바위같이 둔감했다. 그런 악마들을 보다가 참회하며 괴로워하는 인간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양심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본인들은 자책감에 묶여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 앞에서 두 사람이 고백을 하며 기도하는 장면이 있다. 한 사람은 자신은 율법대로 살며 조금의 잘못도 저지른 적이 없다고 했다. 다른 한 사람은 자기는 죄 투성이의 인간이고 세상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고 했다. 하나님은 결백을 자랑하는 사람보다 상한 마음으로 회개하는 사람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인간은 내남없이 죄인이다. 현재 죄가 없더라도 잠재적인 죄인일 수 있다. 죄는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관대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결벽증이 오히려 남을 정죄하는 잔인한 돌을 던질 수 있다. 오래된 변호사가 본 세상의 편린이다.
  
[ 2019-06-30, 14:1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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