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와의 문답(問答)
“어떻게 사건을 할 때마다 비밀을 폭로하는 책을 냅니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변호사를 믿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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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 전 조선일보의 최보식 기자와 커피숍에서 만나 한 시간 가량 얘기를 했다. 이십여 년 전부터 몇 차례 만난 기자였다. 그는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기자였다. 섬뜩한 날이 선 칼 같은 질문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리저리 베어놓기도 했다. 어떤 순간은 대답을 하면서도 경계심과 함께 적의가 솟아오를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단순히 듣는 기자다. 그러나 그는 진짜로 내면을 꿰뚫어 보면서 묻는 기자였다. 사전에 어떤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질문사항까지 써서 준비하는 것 같았다. 원로기자로서 그가 세상에 대해 쓰는 칼럼 역시 마찬가지로 날카롭게 이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았다. 그가 내가 최근에 변호한 ‘국정원장 변론기’에 대해 인터뷰를 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그의 질문을 들으면 보이지 않는 나의 적이 뒤에서 던지는 칼이 어떤 종류인가를 가늠할 수도 있다. 그가 자리에 앉아 핸드폰의 녹음단추를 눌러 탁자 위에 놓은 후 바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사건을 할 때마다 비밀을 폭로하는 책을 냅니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변호사를 믿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변호사의 심장을 꿰뚫는 꼬챙이 같은 질문이었다.
  
  “저는 법정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합니다. 법정재판은 공개가 원칙입니다. 비밀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견학을 오기도 하고 기자들이 취재를 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다 볼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다 볼 수 있어야 재판이 공정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법으로 공개주의를 원칙으로 만들었습니다. 변론은 비밀이 아닙니다. 자기의 변론과 법정풍경을 써서 개인 블로그에 올리고 그걸 보고 출판사에서 책을 만든 게 왜 비밀폭로가 되죠?”
  
  “구치소에서 의뢰인하고 둘이서만 나눈 이야기 내용은 비밀에 속하지 않습니까?”
  “그 내용도 다시 분류가 됩니다. 그걸 법정에서 공개 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비밀로 입을 다물어야 할 사항도 있죠. 지킬 사항은 지켜야죠.”
  
  “그런 게 어떤 겁니까?”
  최 기자가 특유의 걸걸한 허스키톤의 목소리다. 수십 년 일류신문사 민완기자과 사회부장으로 일한 그에게서는 강한 카리스마가 주위에 감돌고 있는 것 같다. 강하게 상대방을 제압하고 말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
  
  “그걸 말 하면 안되겠죠.”
  “괜찮아요. 저도 기자니까 비밀을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지켜야 하는 게 변호사의 비밀이죠. 다만 제 스스로 비밀을 폭로한 경우가 있어요. 알려줄까요?”
  “어떤 비밀을 폭로했습니까?”
  “재벌 사모님이 살인 청부를 해 놓고 살인범에게 혼자 죄를 지고 가라고 하면서 거액을 약속하는 걸 봤어요. 조폭보스가 거액을 받고 살인 청부를 받은 후에 고교생 병아리 건달한테 실행시키고 자기는 빠지는 걸 봤어요. 회사 사장이 밀수를 하고 모든 죄를 사원에게 뒤집어씌운 후 감옥에 대신 가게 한 경우도 있었어요. 가벼운 경우는 사장이 뺑소니사고를 냈는데 운전기사가 대신 구속되는 경우죠. 변론 도중에 그런 사실을 알면 폭로하고 그 사건을 그만뒀어요.”
  
  “그래도 변호사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최 기자가 날카롭게 추궁했다.
  
  “의견이 갈릴 수가 있죠. 법적으로 변호사는 업무상 비밀을 지켜야 하고 또 영업이익을 위해서도 그쪽이 좋겠죠. 그렇지만 그런 경우 내 뇌리에 떠오른 건 꿈 많던 여대생이 억울하게 죽어 싸늘한 묘지에서 통곡하는 환상이었어요. 사람을 죽인 사모님이 잘 살면 그건 정의가 아니죠. 부하를 일회용 컵처럼 쓰고 버린 사장님은 왜 걱정 없이 편안한 삶을 살아야 하나요.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죠. 그래서 폭로했어요.”
  
  “폭로해서 어떻게 처벌받았습니까?”
  “조폭보스의 청부살인을 시사잡지에 폭로했다가 그 친구들에게 협박을 받았어요. 아파트를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돈을 만들어 그들이 요구하는 돈을 줬죠.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모를 당해가며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죠. 재판에 회부되기도 하고 명예훼손으로 배상금을 물기도 했어요. 변호사를 못 하게 하겠다는 검찰의 협박도 받았죠.”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어떤 인생관이나 철학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현실에 부딪쳤을 때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어떤 존재가 그렇게 이끄는 것 같았다. 내 의지가 아닌 것 같았다. 성경 속의 요나같이 그런 강요에서 도망하려고 하면 양심이 바늘에 찔리는 것 같이 아팠다. 그렇게 내 운명이 만들어져 왔다. 며칠 후 최 기자와의 인터뷰가 아침신문에 나왔다. 언론을 통해 북한의 인권 등 여러 문제점을 폭로한 내용이었다.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 2019-07-07, 14:5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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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유의메아리    2019-07-08 오전 10:05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중에도 인권변호사 였다면서요 엄변호사님 변호사중 인권변호사 같은것은 하지마세요 그런거 두번하면 나라 거덜내겠네요 요지음 변호사 돈벌이가 잘되는지 모르겠네요 로펌 같은곳에 들어가야 돈이 잘벌린다든데요 최보식 기자님 매일을 하루같이 수고하십니다 85세늙은이가 평생을봐온 조선일보가 요지음 힘드시겠지요 조곰 맛이 가는가 싶어서 섭섭합니다 빠른시일안에 정도를 가게되기를 기원하며 최보식 기자님 화이팅!!! 엄상익 변호사님도요 화이팅!!!
   馬登    2019-07-07 오후 9:17
이런 기자 이런 변호사를 만나기는 이제 하늘의 별따기 처럼 어려운 한국사외, 양심과 정황증거는 법률 기술자의 손에 놀아나고 세속적인 물질주의의 첨단을 걷은 律士들을 직접 경험한 바, 전적으로 엄변의 (민주화)의견에 동의합니다.. 서초동 쪽을 바라보며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 가눌 길 없어 불면의 밤을 새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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