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안의 반딧불이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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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회사를 경영하는 사장과 잠실역 부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사업가라고 하지만 평생 연구실을 벗어나지 않은 발명가였다. 그는 미국유학 시절부터 부드럽게 휘는 모니터, 종이같이 접을 수 있는 텔레비전, 돌돌 말고 다니고 구겨도 되는 핸드폰을 연구해 온 사람이었다. 그는 어린애같이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가 투자자와 시비가 일어 사기죄로 감옥에 갔다가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확정되었다. 감사의 뜻으로 변호사와 점심을 함께 하는 자리였다.
  
  “내가 가진 기술만 좋다고 자부했지 투자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어요. 투자자는 나름대로 평생 힘들게 모은 돈을 내게 줬을 거 아닙니까? 나는 솔직히 그 돈에 대한 관념이 별로 없었어요.”
  
  상대방은 백억 원을 투자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돈에 대해 무심한 편이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저는 가족하고 평생 공대교수 월급만 가지고 살아왔어요. 그러다가 대학 안에 벤처회사를 내게 됐고 백억 원이라는 돈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관념이 없었다니까요. 그런데 투자한 그 분이 불안해서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데 명색이 주식회사인데 내 맘대로 툭 돌려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지연됐는데 검사가 나를 사기범이라고 하더라구요.”
  
  진짜 사기범도 많지만 더러는 그와 같이 억울한 희생자도 있었다. 검사의 눈에는 걸려든 사람이 범죄인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진실을 말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판사들 역시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 병에 걸려있는 수가 많았다. 악취가 나는 사회의 쓰레기 더미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판사나 검사들은 자신들의 눈과 귀가 마비되어 있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궁금한 점을 물었다.
  
  “세계적인 첨단 분야의 과학자이고 또 공과대학의 교수 그리고 벤처회사의 사장으로 있다가 하루아침에 파렴치한 사기범으로 감옥에 들어갔을 때 심정이 어땠어요?”
  
  “처음 며칠간은 몸도 아프고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그 안에서 지나온 내 인생이 하나하나 슬라이드 영상같이 떠오르더라구요. 어머니가 저를 위해서 평생을 기도한 분이었어요.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저는 성공의 길을 걸어왔죠. 거기다 어머니의 소망대로 목사 자격까지 땄죠.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성경 속의 욥같이 망해 버린 거죠.
  감옥 안에서 내 처지를 있는 그대로 같은 감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얘기했죠. 사기범으로 감옥 바닥까지 떨어진 나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냈어요. 그랬더니 같은 감방에 있던 사람이 자기는 그동안 성경을 두 번은 읽었는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목사 자격이 있으니까 설명을 좀 해달라는 거예요. 그걸 조금 도와줬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성령(聖靈)이 자기에게 오게 기도해 달라는 거예요. 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아온 체험으로 그 안에서 전도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감옥생활이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그 안의 사람들은 재판 결과에 대해 판사보다 더 감을 잘 잡아요. 나같이 사기죄로 똘똘 묶이면 석방되기는 힘들다는 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예상이었어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평안했어요. 그러다 선고 전날이었어요. 꿈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났어요. 아버지의 모습 같기도 하고 예수라는 느낌도 들었죠. 그 분이 나를 데리고 감옥 문을 나와 밖으로 나간 거에요. 그 꿈을 꾸고 이제 세상으로 나가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법정에 가니까 무죄를 선고하더라구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전도(傳道)의 본질을 생각했다. 전도는 고매한 신학지식이나 교리가 아니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자기의 죄, 자기의 체험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것이다. 자기의 실수와 죄를 드러내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사람을 하나님에게 안내하는 것이 아닐까. 박사와 교수 그리고 목사라는 화려한 포장으로 다른 사람에게 신앙의 불을 붙이려던 그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어두운 감방 안에서 반딧불이 같은 작은 빛이 되어 몇 사람의 영혼에 빛을 가져왔다. 그게 진짜 전도가 아닐까. 그가 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존재가 그를 도구로 사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9-07-10, 10:4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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