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대한민국-광화문 광장과 서초동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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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광장>​
  
  칠십대 말의 선배 변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네 주변에 모두 연락해서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도록 해. 나는 네거리 교보문고 앞쪽에 있을께.”
  지혜가 있고 온유한 그가 분노하고 있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어떻게 된 게 대한변협에서는 성명서 한 장이 나오지를 않나? 나라가 뒤집어져서 우리가 바로 잡으려고 모두 광장으로 나가는데 말이야.”
  
  그 선배는 정권의 핵심에서 한 시절 세상을 이끌어갔다. 그는 시국의 추이를 보면서 내가 보지 못하는 어떤 위험을 감지한 것 같았다.
  
  2019년 10월 3일 저녁 나는 서늘한 바람이 부는 광화문 광장에 나갔다. 태극기를 든 사람들로 거리는 꽉 차 있었다. 성조기를 든 사람들도 많았다. 대형화면이 설치된 높은 단상 위에서 시위를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가 거친 목소리로 대통령의 하야를 소리치고 있었다. 그는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개새끼’라고 거침없이 내뱉던 사람이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는 청와대 앞으로 가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찬 아스팔트 바닥에 비닐 돗자리를 깔아놓고 철야 예배로 시위를 대신하고 있었다. ‘순국 결사대’라는 글씨가 등에 새겨진 점퍼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스피커에서 찬송가가 크게 울려 나오고 있었다. 확성기에서 연설하는 목사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문재인의 속에 있는 붉은 물을 뽑아내야 합니다.”
  
  어둠 저쪽에서 청와대 저쪽의 기와 건물이 침묵하고 있었다. 드문드문 외곽경호를 서는 경찰들이 흐린 가로등 아래 서서 힐끗힐끗 눈치를 보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기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늙고 가난한 서민들 같아 보였다. 내가 옆에 있는 육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에게 물었다.
  
  “추운데 왜 여기 나오신 거예요?”
  “우리나라가 공산주의가 되면 종교의 자유가 없어지잖아요? 문재인 정권이 우리나라를 공산화하려고 하고 있대요. 그렇게 되면 우리 기독교인부터 다 죽인대요. 그래서 나왔어요.”
  
  “그런데 미국 성조기는 왜 들고 계시는 거예요?”
  “우리는 미국에 꼭 붙어야만 살아날 수 있어요. 그게 한미동맹인 거죠. 그런데 문재인이 한미동맹을 깨버리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걸 막아야 해요.”
  
  기성세대의 의식에 미국이라는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세대였다. 우리 같은 육칠십대 뇌 속에 화석같이 새겨져 있는 미국이 있다. 그런 미국이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고 대한민국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고 생각해 왔다.
  
  오십 년대 전쟁 중에 태어난 나에게 미국은 천사의 나라였다. 북한의 공산침략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구원해 준 나라였다. 내가 소년 시절 서울거리는 거지가 들끓고 청계천변에는 미군부대에서 버린 박스로 만든 판잣집들이 게딱지같이 붙어 있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였다. 나는 미국이 보내주는 악수표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와 국수를 먹고 미국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을 학교에서 먹었다. 미국에서 보낸 구호물자인 헌 바지를 입고 집에서 쓰는 숟가락까지 미군병원에서 쓰다 버린 것이었다. 중학교 시절 평화봉사단이라는 미국 청년이 영어 선생이었다.
  
  우리는 할리우드에서 만든 서부영화와 이차대전시 미군의 전쟁드라마를 보고 열광하고 김치를 먹으면서도 재즈와 팝송에 깊이 젖었다. 미국은 천국이고 거기서 온 선교사들은 천사였다. 소년이었던 우리들의 꿈은 선교사 한 사람의 눈에 들어 미국유학을 가는 것이었다. 미국은 기독교 자체였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런 우리 세대가 사대주의자였다.
  
  
  <서초동 집회​>
  
  2019년 10월의 토요일 밤이었다. 매주 토요일 서초동 네거리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촛불 대신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켜서 들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홀로 아리랑’이라는 곡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근처의 빌딩 화단 앞에 앉아 무대를 보고 있었다. 사십대쯤의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군중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여러분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매국노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태극기를 전부 뺏어와야 합니다.”
  
  광화문 광장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역적이었다. 서초동 집회에서 얼굴이 익숙한 젊은 변호사를 보았다. 나라 전체가 둘로 쪼개져 있었다. 역사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랐다. 진영논리가 판을 치고 다른 진영과는 대화가 되지 않는 풍토였다. 내가 거기서 본 젊은 변호사에게 물었다.
  
  “왜 광화문 광장에 있는 사람들을 매국노라고 하는 거죠?”
  “미국을 어버이의 나라같이 생각하는 그 사람들은 이미 한국을 팔아먹은 거나 다름없죠. 미국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고들 아닙니까? 수십 년을 미군부대가 왜 서울의 한가운데 주둔해 있어야 하는지 소수의 미군장교에게 왜 육십만 대군에 대한 지휘권이 있어야 하는지 그게 정말 주권을 가진 나라인지 우리 젊은 세대에게는 의문입니다. 또 미군이 이 땅을 떠날까봐 벌벌 떨면서 무릎 꿇고 가지 말아달라고 하는 기성세대의 행태가 너무 비굴하다고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공산화 될까봐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분들은 싸우는 거 아닙니까?”
  내가 말했다. 그 젊은 변호사가 당장 이렇게 반발했다.
  
  ”언제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했습니까? 이승만 독재와 부정선거에 항거해서 4.19혁명이 일어난 겁니다. 박정희가 5.16혁명을 일으켜서 군사독재를 하고 인권을 탄압했습니다. 그 후로 유신독재가 있었고 군사정권은 전두환과 노태우로 연결되었습니다. 우리가 언제 자유민주주의였던가요? 그게 공허한 헌법상의 이념 아니겠습니까? 저희 세대는 나이든 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자유민주주의에서 살아오셨느냐고.”
  
  “그래도 이 나라가 사회주의 정권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게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의 뜻인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유럽을 보세요. 거의 다 사회주의 이념에 입각해 있습니다. 유럽은 폭력혁명과 공산당 독재를 배제한 의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입니다. 독일은 사민당과 기민당이 서로 교체하면서 정권을 잡는데 사회민주당 좌파는 지금도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이념으로 하고 있잖아요? 북유럽도 복지를 위주로 하는 사회주의 이념입니다. 사회주의를 현실화하기만 하면 가장 이상적인 사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광화문 광장에 모인 기성세대는 어떻게 봐요?”
  “저희는 그 분들은 의식이 미국의 반식민지화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의식을 깨끗하게 하기는 불가능하겠죠. 또 개발 독재 시대에 살아온 분이라 특권과 부정에 젖어 있다고 봐요. 한마디로 썩어 있는 데 자신들은 그걸 모르는 거죠. 자기들은 기득권을 다 누리고 있으면서도 평등을 얘기하면 논리도 대지 못하고 그냥 ‘빨갱이’라고 몰기만 하죠.”
  
  젊은 변호사의 논리가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마음의 벽에 뭔가 억울하다는 응어리가 엉겨 붙는 것 같다. 우리 세대는 전쟁으로 모든 게 파괴됐던 시대에서 맨손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우리들 대부분에게는 공산당이 싫어한다는 부자계급도 친일파도 매판자본가 출신도 존재할 수 없었다. 못 먹고 못살면서도 경주마 같이 목숨을 건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중학교 입시, 고등학교 입시. 대학입시. 취직시험을 보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정부는 독일로 간호사를 보내 몇 푼의 달러를 벌었다.
  
  나와 동갑인 친척 여자는 독일 병원의 정신병동에서 제일 힘든 일을 했다. 환자들의 똥오줌을 치우고 목욕을 시키는 일이었다. 얻어맞기도 했다. 그러다 정신병을 앓게 됐다. 그녀는 칠십을 얼마 앞둔 지금도 폐인이 되어 있다. 잘살아보자는 대한민국을 위해 땅에 거름이 된 국민이었다. 친구들은 샘플 하나를 들고 세계의 오지를 떠돌면서 장사를 했다. 육칠십대인 우리들이 산업화의 핵심이었다.
  
  동시에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운 세대였다. 최루탄을 맞으며 시위를 했고 감옥으로 끌려가기도 하고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수많은 청춘들이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바로 우리들이었다. 그런데 젊은 세대에게는 사대주의자고 부정과 비리에 젖은 적폐로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았다. 시대의 파도가 험했다. 세상은 이쪽 아니면 저쪽 중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어정쩡한 중간은 없다고 했다.
  
  
[ 2019-12-01, 07:2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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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    2019-12-01 오후 9:14
북유럽은 매우 자유시장적입니다. 복지도 지금은 줄이고 있습니다. 부가세비율이 높고
스웨덴의 경우는 상속세가 없지요. 이케아가 떠난후라나요. 이렇게 인터넷으로 범인도 아는데 변호사가 저렇게 이야기하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참고로 엄변호사님 보내주신 책은 잘받았습니다.
   naidn    2019-12-01 오후 1:27
엄 군,
그 젊은 변호사 한테 자네는 누구 덕에 지금 잘먹고 잘 살고 있는지 물어 봐야지요,
독재는 지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오래 집권하는 것이 독재고 나라를 위해 후세들을 위한 장기집권은 백 년이면 어떻고 천 년이면 어떨까 ?
민주주의든 장기집권이든 무었이 문재인가 ?
박정희 대통령이 소위 독재시절에 한 사람이라도 죽인 일이 있는가, 한 사람이라도 해친 적이 있었던가 ?
박정희 대통령은 막걸리에 밀집모자 쓰고 모심으면서 오로지 나라생각만 한 분인데도, 빨갱이 절라도 녀석들은 은혜를 모르는 사악한 짐승들이지 않그런가 엄 군 ?
미국과 우리는 이제 서로 윈 윈 하는 사이다
미국이 철수하면 우리는 금방 핵무기를 만들면 된다.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면 이 북은 무력화 된다.
그러나 세계자유평화를 지키는 미국을 돕기위해 미국이 세계전략으로 삼는 핵무기 확산 금지 정책을 報恩의 차원에서 돕기위해 핵무기를 안만들고 있다.
미국과 우리는 자유민주세계를 지키나가는 동반자이며 친구다,
빨갱이 문재인이, 민주당 아이들, 상식없고 背恩忘德한 서초동의 그 젊은 변호사 그 놈은 그냥 이 사회에서 쫓아내어 이북으로 보내야 할 새빨간 빨갱이 놈일 뿐이다
절라도 표 순 빨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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