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똑똑하지도 너무 어리석지도 말아야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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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똑똑한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두 가구밖에 없는 작은 섬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스무 살 때 입시학원 강사로 출발해 학원재벌이 됐다. 그는 학원에서 번 돈을 정치에 쏟았다. 그는 당의 부총재로 거물 정치인의 심복이 됐다. 그는 정치권력의 핵심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혼자서 상가나 경로당을 방문하는 건 낚싯대로 어쩌다 물고기 한 마리를 건지는 정도였다.
  
  그는 원양어선같이 큰 그물로 많은 인간들을 잡고 싶었다. 그는 어떤 미끼를 쓸까 궁리했다. 예수는 천국을 제시했다. 그게 실제로 존재하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정치인들은 잘 사는 나라를 약속했다. 사람들은 맨땅에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정치인의 약속이나 정절을 지키겠다는 창녀의 말은 믿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소비가 소득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주겠다고 주장했다. 인간 그물망으로 짜인 네트워크 판매였다. 시골의 밭에서 한 통에 백 원인 배추가 서울의 마트에서는 열 배, 스무 배로 팔렸다. 공장에서 생산된 백 원짜리 치약이나 화장품이 수십 배 수백 배 가격으로 상점에서 팔렸다. 그 이윤은 대부분 사업가들이 차지했다. 그는 인간 네트워크를 만들어 그 이윤을 도로 찾아 나누자고 했다. 그가 만든 왕국에 들어와 물건을 사서 쓰면 그 얼마 후 이윤의 일부를 그에게 귀속시켜주겠다는 장밋빛 약속이었다.
  
  그것은 폭력혁명으로 이윤을 착취한 자본가로부터 재산을 뺏는 공산주의와는 달랐다. 가진 사람이 더 가지는 자본주의와도 달랐다. 모두 걱정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관념이었다. 사람들이 그의 성(城)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 주었다. 사람들은 그 꿈을 상상의 날개에 실어 환상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성과 합리성을 넘어 그를 메시아같이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의 왕국에서 백만 원을 쓰면 메시아가 이백만 원을 주기를 원했다. 애초에 착각이고 불가능한 환상이었다. 그 역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네트워크 조직을 만들어 인간들을 모은 것이다.
  
  철저히 뭉쳐진 인간 삼십만 명만 되면 무서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군수가 그곳에서 나는 고구마를 팔아달라고 하면 모든 걸 통째로 사 줄 수 있는 구매력인 것이다. 한 제조업자를 하루아침에 흥하게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면 그 구름을 타고 그는 진짜 세상의 왕인 대통령도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에게 최면을 당해 환상에 빠진 그의 왕국의 신민들은 개개인이 부자가 되는 턱없는 기적을 요구했다.
  
  마지막 고지가 바로 앞인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뭔가가 보였다. 그는 인간 네트워크인 정당을 만들기도 쉬울 것 같았다. 한 국회의원당 이삼십억 정도만 주면 당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학원재벌로 출발해서 개인재산이 이미 조 단위를 넘는 그에게 돈은 별 게 아니었다. 장래 대통령 감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거물을 당 지도자로 모셔들이고 그 자신은 예전 같이 부총재를 한다. 그러다가 마지막 전당대회에서 역전 드라마를 일으켜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는 플랜이었다.
  
  그의 밑에는 그의 말씀으로 세뇌되고 훈련된 삼십만 명의 조직원이 있었다. 현대사회의 힘은 군중이었다. 군중이 벌떼같이 모이게 하는 힘은 돈이었다. 그는 계속 소비가 소득이 되는 세상, 일하지 않고 쓰기만 해도 돈이 들어오는 세상을 부르짖었다. 그 위에 그의 성에 한 사람만 끌어와도 돈을 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그의 신민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큰 꿈을 가진 그는 사람들에게 무리하게 돈을 지급했다. 사람들은 계속 부자의 갈증을 느꼈다. 어느 순간 성벽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걸 모르고 사람들은 계속 성 안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마침내 성은 무너지고 폐허 위에서 사람들은 울부짖었다. 나는 변호사로서 나중에 그 과정을 조사하면서 내막을 알았다. 언론은 그를 단군 이래 최고의 사기꾼이라고 했다. 재판장은 그에게 ‘이카루스의 날개’를 아느냐고 물었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로 너무 높이 올랐다가 태양의 뜨거운 열에 날개가 녹아 추락한 희랍신화에 나오는 교훈이었다.
  
  변호사인 나는 또다른 생각을 해 본다. 너무 똑똑하지도 말고 너무 어리석지도 말자는 것이다. 너무 똑똑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기대한다. 너무 어리석으면 사람들이 속이려고 한다.
  
[ 2020-05-19, 10:0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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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과오답    2020-05-19 오후 8:45
어리석음도 똑똑한 것도
자신의 노력으론 할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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