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골목에 와서 보니까 졍글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아요. 가난하고 약한 노인사회에서도 강자가 약자를 폭력으로 다스리고 있어요."
11월 중순의 쓸쓸한 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다행히 무료급식소 담 옆은 한 조각의 햇볕이 내려쬐고 있었다. 나는 오래된 의자에 앉아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옆의 김 변호사를 돕고 있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상담을 어떻게 하죠? 급식소 안으로 들어가서 할까요?”
김 변호사가 몸을 움츠리며 물었다.
“노인들이 내려가 웅크리고 있는 지하철역 구내에서 하거나 추워도 참고 그냥 이 자리를 지키는 게 그 분들의 접근성이 낫지 않을까? 여기 바람막이 비닐 하나 하고 집에서 작은 전열기 하나 가져다 급식소 전기를 조금만 빌리면 될 테니까 말이야.”
“그러면 그렇게 하죠.”
젊은 김 변호사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때 작달막한 남자 하나가 다가와 앞에 놓인 등 없는 목의자에 앉으며 “뭘 하나 물어봐도 되죠?”라고 말했다.
“그러시죠.”
김 변호사가 시원하게 말하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제가 어려서부터 덩치가 작고 힘이 없어서 그런지 많이 맞아 왔어요. 그런데 늙어서 여기 탑골공원 뒷골목에 와서도 얻어맞네요. 하도 서글퍼서 물어보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며칠 전에 저기 골목 뒤쪽에 이천 원짜리 우거지탕을 파는 집에 있는데 옆에 있던 어떤 사람이 다짜고짜 주먹으로 제 머리통을 때리는 거예요. 그리고는 머리끄덩이를 잡고 막 흔들었어요. 눈을 마주치거나 시비가 걸린 것도 아니예요.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해 화풀이하는 ‘묻지마’ 폭행이예요. 제가 하도 억울해서 파출소에 신고를 했더니 경찰관이 와서 그 사람과 함께 파출소로 갔어요. 나란히 앉아서 조사를 받는 도중에 이 사람이 거기서도 갑자기 내 쪽을 보더니 또 때리는 겁니다. 순경 앞에서 또 맞았어요.
경찰이 저보고 진단서를 떼오라고 하면서 두 사람을 내보냈어요. 제가 의원에 가서 진단서를 떼달라고 했더니 의사가 그 정도면 괜찮다고 하면서 진단서를 안 떼주더라구요. 보통 사람 같으면 멍만 들어도 2주 진단은 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왜 안 해주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틀 후인가 탑골 공원에서 다시 그 놈을 본 거예요. 그 놈이 날 잡더니 또 골목으로 끌고 가는 거예요. 정말 미치겠어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만 보면 만만한지 때리는 놈들이 그렇게 많아요. 이유도 모르고 맞고 도망만 다닌다니까요. 도대체 저 같은 놈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겁니까? 맞는 이유도 모르겠어요.”
대답을 해 줄 말이 없었다. 그가 넋두리 같이 혼자 말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인사하더니 그늘진 골목 저쪽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젊은 김 변호사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이 골목에 와서 보니까 졍글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아요. 가난하고 약한 노인사회에서도 강자가 약자를 폭력으로 다스리고 있어요. 약한 노인들은 그 중 힘이 있어 보이는 사람 밑에 들어가 보호를 구하는 모습이구요. 일반인은 중학교 정도까지 싸움을 하고 그 이후는 폭력을 사용하는 일이 없는데 여기 탑골공원 뒤의 노인사회는 전혀 다른 세상 같아요. 여기서 보면 아직 힘이 남아 있는 사십대 말이나 오십대 사람들이 으스대면서 노인들에게 주먹을 과시하는 것 같아요.”
겉으로는 인간의 껍데기를 쓰고 있어도 사람들의 속은 여러 동물의 속성이 들어있는 것 같다. 토끼나 양같이 항상 쫓기고 먹이가 되는 부류가 있다. 개나 늑대 같은 공격적 기질도 있고 여우나 하이에나 같은 존재들도 있다. 그런 동물적 속성은 정치인이나 기업에서도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부당하게 남을 해치는 걸 막아주는 게 법인데 그 거리에서는 잘 통하지를 않는 것 같다.
"나는 평생을 맞고 살아요"
- 엄상익(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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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17, 10:56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저는 그런일 당해 보지 않았으나
그 분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지는군요
한국인들도 사람일수 있을진대
인간이 그럴수 있다는게 기가 맥힘니다
경찰이 과연 경찰인가요 개새끼 인가요
경찰이 있는 파출소 안에서의 폭력에도 무관심 하다면
이런 경찰 뭐에 필요한건지 잘 모르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