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큰 점집을 하는 무당이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온 일이 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룬다는 용한 무당이었다. 그 무당은 이미 작은 빌딩을 가지고 있는 부자였다. 법률상담이 끝난 후 호기심으로 물었다.
"어떻게 점을 쳐요?"
"손님이 가지고 온 사진을 사발 속에 담긴 물에 넣으면 순간 어떤 한 장면이 나타나요. 그걸 보고 해석해 주는 거죠. 이 짓을 하면서도 고민이 있어요. 그런 영적(靈的) 체험이 있는 건 새벽에 한 번 정도죠. 그러니 나머지 하루 백 명 이상 오는 손님들한테는 그럴듯하게 둘러대곤 해요."
인간에게는 그런 영적인 신비가 있는 것 같다. 부당이 말을 계속했다.
"무당마다 모시고 있는 영(靈)이 다 달라요. 동자귀신을 모시고 있는 무당을 보면 동자귀신들이 깔깔거리면서 놀리는 경우도 많다니까요. 아이들의 말로 뭐라고 알려주는데 그걸 알아듣고 손님에게 말해주기가 정말 힘든 거죠."
"저는 예수를 믿는 사람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물었다. 무당인 그녀가 믿음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예수 믿는 사람들 중에는 성령이 들어있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 같은 잡령이 들어있지 않고 어마어마한 영이죠."
구한말의 인물인 강증산을 모시는 교단의 법률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다. 깊은 산 속의 호수 위에 떠있는 듯한 궁궐처럼 된 그들의 성전을 가 본 적이 있다. 전국 각지의 신도들이 은밀히 모여 의식을 치르는 행사였다. 대중 속에 평범하게 묻혀있던 그들의 절대 지도자가 나타났다. 변호사라는 입장 때문에 격의 없이 그 종교지도자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수십만의 도인들을 이끌고 가시는데 정말 어떤 계시를 받고 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세상적으로 그 지도자들은 지식이 있는 것도 학력이 있는 것도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일사불란하게 종교 조직은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문요, 저는 매일 새벽 강증산 상제님한테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계시를 받아요. 이 성전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우리 도인들이 지은 건데 터를 잡고 방향을 잡고 초석 하나까지 상제님이 계시한 대로 했어요. 평생 아낙으로 지낸 내가 뭘 알겠어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죠."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베일에 싸인 지도자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신적 계시를 받는다는 그에게 호기심으로 물었다.
"그러면 귀신도 보십니까?"
"그럼요, 너무 흔해요. 세상에서 귀신이라고 하면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으로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우리들하고 똑같은 옷을 입고 평범한 모습으로 있어요. 다르지 않아요."
확신과 자신감이 들어있는 목소리였다. 그는 인간의 마음은 온갖 선한 영과 악한 영이 묵기도 하고 지나가는 장소라고 했다. 원한을 가진 원신(怨神)과 억울하게 죽은 척신(斥神)이 사람의 마음에 들어오면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악한 귀신의 노예가 된다고 알려주었다. 종교는 인간의 이성과 논리를 초월한 신비적인 영역이었다. 기독교 역시 인간의 영혼에 하나님의 영인 성령이 임하면 그 순간 필라멘트에 전기가 흘러 빛이 비치듯 내면이 환해진다고 하고 있다. 어두운 영을 물리치고 성령을 받을 때 인간은 구원이 된다는 것이다.
"귀신은 우리들하고 똑같은 옷을 입고 평범한 모습으로 있어요"
- 엄상익(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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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17, 10: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