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아래 글을 외부 사이트(개인블로그)로 옮기지 마십시오.

I. 6·25전쟁 발발 이전의 美國 정보기관 활동

한국전쟁(6.25전쟁) 발발 전 미국은 규모는 작지만 정보수집 능력을 갖춘 정예의 조직이 존재했다. 바로 ‘주한 미군 군사고문단(KMAG)’이다. KMAG는 한국의 육군과 연계하여 북한군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KMAG는 맥아더 사령관(일본 소재 극동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지 않고 사실상 美 국무성의 통제를 받았다.

이 때문에 맥아더는 자신이 필요한 한반도 정보를 극동사령부(FEC) G-2(정보) 소속의 찰스 A. 윌로우비 소장을 통해 획득했다. 이와 함께, 주한 美 대사관에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을 분석하는 자체 분석팀이 존재했다. 이들 조직은 모두 각자의 정보 업무를 수행했는데, 한국전 발발 전 38선을 넘어 北에서 南으로 내려오는 수많은 민간인들의 이동, 휴전선 상에서의 북한의  군사력 증강, 부대 및 병참의 이동 등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38선을 사이에 두고 한국전쟁 발발 전 4년 동안 남북한 간의 소규모 접전이 벌어졌으며, 무장한 북한군이 남한을 상대로 정찰활동을 벌였다. 북한군은 38선을 넘나들면서 빈번하게 한국군을 습격했다. 이 같은 북한의 침범 사실이 루이스 존슨 국방장관에게도 보고가 됐다.

1949년 6월~1950년 6월 사이 극동사령부 소속의 정보부대는 북한의 對南도발이 임박했음을 1200여 차례에 걸쳐 워싱턴에 경고했다. 포병 간의 화력전, 38선상에서의 습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러나 美 국방부는 한국군이 북한군의 능력을 훨씬 압도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 내 선임 관료들은 북한의 對南공격 가능성에 대해 부정했으며, 만에 하나 對南도발이 발생할지라도 한국군이 북한군을 2주 내에 격퇴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정보 분석관들은 휴전선 상에서 북한군의 T-34 탱크부대가 증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평가하는데 실패했다.

북한의 김일성은 1950년 6월7일 같은 해 8월15일 한반도 전역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고 공표했다. 김일성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처음으로 최종기한을 명확히 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일종의 프로파간다로 취급해버렸다.

일례로 1950년 3월 윌로우비 장군은 아래와 같이 보고했다.

“올해 봄 또는 여름 경 한국에서 내전(civil war)이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중략) 이 시기 가장 발생 가능한 북한의 행동은 게릴라/심리전을 동원해 남한 상황을 혼돈에 빠트린 뒤 남한 정부의 전복을 시도할 가능성이다.”

같은 시기 주한 美 대사관은 국무성에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했다. 워싱턴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당시 워싱턴은 공산세력이 한반도 보다 인도차이나 지역을 점령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국방부 G-2 소속의 알렉산더 G. 볼링은 같은 시기 정보 보고서에서 “최근 작성된 북한 인민군의 증강과 대대적인 병력 이동 관련 보고서 등은 적대적 행동을 위한 사전 준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 공산군의 활동은 다른 지역에서 그들(공산세력)이 벌이는 활동으로 말미암아 현재는 중단되어 있는 상태”라고 보고했다. 같은 시기 소련은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에 대한 공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6.25전쟁 발발 전 미국의 정보기관은 한국과 관련된 정보보고에 대한 불신감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전 세계를 상대로 소련이 벌이는 선동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었다. 첩보는 정보 소스(source)가 출처가 불확실할 경우 객관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일례로 리지웨이 장군은 맥아더의 G-2에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인 고용자들을 ‘양치기 소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의 고위 관료들이 한국 전쟁의 발발 가능성을 낮게 보았던 이유로 심리적 측면도 있었다. 사실 한국은 당시 ‘애치슨라인’에서 이미 제외된 상태였으며, 이에 대해 공산주의자들은 크게 고무되었다.

모순된 정보를 제거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것(모순된 정보)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한국 주재 미국 대사는 38선 상에서 북한의 군사력이 증강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남한을 군사적으로 도발할 힘이 없다고 여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전쟁이 발발했다. 그리고 미국의 정보기관은 똑같은 실수를 한국 전쟁 발발 이후에도 했다.

II. 6.25전쟁 발발 이후의 美 정보기관 활동

인천상륙작전 이후 美8군은 한반도 서부지역을, 美10군은 동부지역을 통해 북한군을 압박했다. 이후 미군은 압록강까지 진격했다. 1950년 10월25일 美 순찰 병력이 한 명의 적군을 사로잡았다. 그는 한국어도 일본어도 하지 못했다. 이후 잇따라 이와 유사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들은 미군에 의해 철저한 조사를 받았다. 3명의 인원에게 거짓말 탐지기가 동원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압록강을 건너 한반도로 들어오는 거대한 중공군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美8군은 이러한 정보를 확증할 수 있는 다른 증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중공군의 대대적인 도발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미군은 붙잡힌 중공군이 북한군에 편입된 일부 군인들일 뿐이라고 여겼다. 1950년 10월 말 美1군단은 “중공군이 한반도로 도발할 가능성을 확증할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 보고서를 냈다.

美8군은 이후 중공군의 존재를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1950년 11월4일 2개 사단 규모의 중공군이 한반도에 들어와 있었다. 같은 시각 중국은 라디오를 통해 자국 “국경이 한반도 내 UN군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면서 “중국 인민은 북한을 도와야 한다”고 방송했다. 1950년 11월5일 일일 정보 보고서에는 중공군이 UN군을 공격할 가능성이 명백하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극동사령관 맥아더도 이 같은 가능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1950년 11월6일 자신의 일지에 중공군의 대병력이 국경지대에 결집한 것을 두고 “국제적 무법행위”라고 썼다. 이후 더 많은 수의 중국인들이 포로로 붙잡혔다. 1950년 11월 셋째 주에 이르러 美8군 정보 보고서에는 중공군 규모를 6만 명으로 기록했다.

美8군 G-2의 제임스 C. 타켄톤 중령은 이들 중국인들에 대해 “조직화된 중공군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북한군에 편입된 자들”이라고 믿었다. 그러면서 그는 “중공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1월24일 美육군성, 극동사령부, 美8군 및 10군단 모두 한반도 내 중공군 규모를 7만6800여 명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들 조직은 중공군의 대대적인 한반도 문제 개입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낮게 봤다.

맥아더는 중공이 한국전에 전면 개입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美國의 공군력을 동원해 중공군을 제압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에 앞서 그는 10월15일 웨이크 섬에서 트루먼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동일한 발언을 했다.

美國의 CIA는 중국이 북한과 중국 사이의 국경지대를 ‘완충지역’으로 만드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CIA는 이러한 판단을 1950년 11월24일이 되어서는 바꾸게 된다. 이 시기는 중공군의 대대적인 공세가 시작되기 바로 전이었다. 그러나 CIA의 정보판단은 이미 너무 늦었기 때문에 UN군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III. 개인 수준의 정보분석과 정보실패의 상관관계

맥아더는 중공군의 개입을 확증할 만한 합리적 정보 분석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항공정찰 지역이 압록강을 넘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의도를 확증할 만한 정치 정보가 철의 장막에 가려져 있었다. 맥아더는 “어떤 정보조직도 적의 힘과 능력, 그리고 의도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마 브래들리 합참의장은 “우리는 중공군이 만주지역에 결집하고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중략) 그리고 중공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중공이 전쟁에 개입하리라고 여기지는 않았다”면서 맥아더 장군의 주장을 거들기도 했다. 

이에 앞서 K.M. 파니카르 중국 주재 인도 대사는 美國 관리들에게 UN군이 중국과 북한 국경에 접근하게 되면 중공이 한국 전쟁에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파니카르의 경고는 그의 친중적(親中的) 성향으로 인해 미국 관리들에게 신뢰성을 잃은 상태였다. 적(敵)에 대한 군사적 능력의 우월감은 때때로 정책관료들의 눈을 멀게 만든다. 맥아더는 중공군이 한반도에 개입할 경우 미국의 공군력을 동원해 이들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이 같은 개인적 수준의 정보 분석은 필연적으로 정보실패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1950년 발간된 미군의 <전투 정보 매뉴얼>에 따르면 지휘관은 ‘적(敵)의 의도’가 아닌 ‘敵의 능력’을 보고 정보판단을 하라고 되어 있다. 미국은 1950년 북한이 대대적인 對南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 당시 미국의 판단은 敵의 능력을 무시한 것이었다. 그 결과 美國은 북한군의 명확한 군사력 증강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을 증강하지 않았다. 1976년 발간된 에는 “敵의 의도는 ‘군사적 능력’과 ‘가능한 행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끝>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