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봉 한중대 석좌교수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예측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시에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소위 북한 전문가라는 유명한 외국학자들을 포함하여 많은 국내학자들이 북한 정권이 수 주 내 또는 수 개월 내에 망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그 이후에도 20여년을 존속하고 있다. 이제는 북한 정권의 붕괴론를 주장하는 사람보다는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러나 독재정권의 운명이란 순간적으로 종말을 고하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연구가 미국 랜드연구소를 중심으로 발표되고 있는데 이들은 중국군이 북한 지역으로 진주하여 완충지역을 설정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한미 군의 북한 지역 진출로 중국군와 한미연합군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예견하기도 한다. 우리 국내 학자들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여 북한 급변사태 시 우리의 군사적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들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북한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북한 체제가 어떻게 작동되고 김정은에게 절대적 충성을 다짐하는 당·정·군 고위간부와 중간간부들이 얼마나 포진하고 있고, 일부 세력이 김정은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행동을 했을 때 나머지 대다수 간부들이 어떻게 행동할 지를 아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이들이 예측이라고 내놓은 것을 믿기가 어렵다. 그러나 미국은 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오판은 한반도에 재앙을 부를 수 있다. 그리고 당사자인 한국은 통일이 또 다시 요원해지고 남북 대결이 한 세기 더 연장될 지도 모른다.

  한국 학자들의 북한에 대한 이해는 미국인들 보다는 낫다. 같은 민족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 학자들이 연구편의상 전제로 제시한 조건들이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그래서 실제 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 학자들이 전제로 하고 연구를 전개한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실제 북한에서 어떠한 형태의 급변사태가 벌어지고 한반도 주변국들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를 예측해 보고자 한다. 끝으로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정부의 대응에 부응하여 국민운동단체들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할 것인지를 검토하겠다.

  그런데 이 글은 작성에 주어진 시간이 10여일에 불과하고, 더구나 올림픽 기간 중에 작성되어 깊이 있는 연구가 어려웠다는 점을 사전에 밝힌다. 따라서 이 글은 기존 연구들이 전제로 한 내용들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실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연구와 우리의 대응방안 등은 시간을 두고 수정 보완되고, 여러 학자들의 연구들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책이 강구되어 우리의 염원인 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글을 쓴다.

2. 북한 급변사태의 유형과 붕괴 단계

(1) 북한 급변사태란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하여 조영기는 “북한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수반되지만 북한 스스로 급격한 변화를 수습할 능력이 없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¹⁾ 백승주는 “기존 북한체제가 단기간 내에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규모의 내부 불안정이 발생하는 상황이거나, 내부 불안정이 심화, 확대되어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사회의 개입에 의해 해결이 모색되는 상황”이라고 했다.²⁾ 박휘락은 “북한의 급변사태는 북한 스스로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어 외부의 개입이나 지원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³⁾ 정철호는 다양한 학자의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정의를 종합하여 “북한 정권 혹은 체제의 붕괴를 초래하는 비상사태로 정부의 종료, 또는 정부의 부 존재로 인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유사사태에서 외부의 군사개입이 불가피할 정도의 상황이 조성되는 상태”라고 정리했다.⁴⁾

  이 같은 주장들을 요약하자면 북한 급변사태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고, 또는 권좌에서 축출되거나 김정은이 직위를 유지하더라도 북한 내부의 통제권을 잃어 외부의 군사적 개입을 초래할 정치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북한 급변사태 발생 단계와 체제붕괴 가능성

2013년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박사는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한 준비(Preparing for the Possibility of a North Korean Collapse)’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반드시 붕괴한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라 북한 급변사태 즉, 현 정권이 갑작스럽게 무너질 경우에 대비하는 방안을 밝히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⁵⁾ 브루스 베넷박사는 북한 체제가 당장 붕괴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북한이 내부통치를 통해 안정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패국가의 모든 특징을 포함하고 있어 북한 전체주의 독재정권의 붕괴는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 폭동과 대격변을 통해 가까운 시기에 붕괴가 야기될 것으로 판단”했다.⁶⁾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인 제이미 메츨 애틀랜틱카운슬 수석연구원은 2015년 6월 14일(현지시간) 미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 정권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상호 모순적이며, 이런 모순의 심화로 인해 약 10년 안에 붕괴될 것이며, 북한 정권의 광기가 종말의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고 주장했다.⁷⁾
  
메츨 연구원은 '북한에 대기근이 있었던 1990년대 미국 NSC 스태프로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북한의 잠재적 붕괴에 대비하는 연구작업을 했다'면서 '거의 24년이 지나 북한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보면 그때의 예상은 틀렸지만 오늘날 북한의 광기는 정권의 최종단계에 근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정권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로 △핵무기 보유 △북한 주민들에 대해 공포를 줄 능력 △경제 자원을 동원할 능력 등 3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생존을 위해 이 3가지 요소를 필요로 하지만, 각각의 것들을 확실하게 하려는 내부 모순들로 최후를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개발을 추구할수록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에 주로 의존하던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등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북한 주민을 포함한 한국인은 물론 중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한시적인 유엔의 관리와 선거를 통해 한반도에 통일된 정치 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교수도 최근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김씨 왕조(현 북한 정권)가 무너진다 해도 체제 전체의 붕괴보다는 새로운 왕조의 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대기근을 겪었던 1990년대보다 낮다'고 말했다.⁸⁾

로버트 콜린스는 1996년 북한이 고난의 행군 기간 중 200-300만명이 아사하였다는 세계 언론의 보도가 있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사 국제관계담당이었다. 그는 북한의 붕괴를 7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⁹⁾

1단계는 자원이 부족해 주민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단계로서 기아자가 발생한다.
2단계는 일반 배급제를 중단하고 식량 및 자원 배급을 위한 우선 순위를 정한다. 배급의 최우선 순위는 당정군 간부, 평양시민 군대 등이다. 이를 우선 배급 대상자는 약 30%를 차지하며, 나머지 인민의 70%에게는 배급을 중단한다.
3단계 배급에서 소외된 인민들이 생존을 위해 밀수나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생필품을 마련한다. 이로 인해 장마당이 생성되고, 장마당을 통해 외부정보가 확산된다.
4단계는 장마당에 대한 탄압이 자행된다.
5단계는 인민들이 탄압에 저항한다.

6단계는 정권이 분열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 단계의 세부적인 양상은 다음과 같다.

7단계는 정권이 교체되며 다음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

콜린스는 1996년 당시 북한이 2-4단계를 통과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한편 이춘근과 박상봉은 2011년 현재 북한이 4단계 탄압에서 5단계 저항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¹⁰⁾

로버트 카프란(Robert D.  Kaplan)은 2006년 상기 로버트 콜린스의 시나리오를 모델로 하여 북한 집권세력과 피지배 주민 간의 정치적 역학관계와 갈등유발 과정에 초점을 두고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과정을 7단계로 제시하고 있다.¹¹⁾

마커스 놀랜드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Korea A fter Kim Jung Il)」 책자를 통해 북한은 이미(2004년 현재) 체제전환의 단계에 진입했고, 갑작스러운 붕괴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¹²⁾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응하여 「개념계획5029」 를 작성하고 있다. 「개념계획5029」는 급변사태 상황을 △ 핵·생화학무기·미사일 등 북한 대량살상무기 탈취 위협 △북한 정권교체 △쿠데타 등에 의한 북한 내전 상황 △북한 주민 대량 탈북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작전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등 6개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¹³⁾ 이 개념계획5029에는 “김정은의 사망에 따른 쿠데타와 그로 인한 내전상황, 그리고 주민 봉기로 인한 소요사태의 경우, 우리 군이나 유엔평화유지군이 개입해 사태를 수습한다. 핵이나 생화학 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유출될 경우, 한·미 특수부대가 직접 북한군 기지로 침투한다. 대량살상무기 회수가 목적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정밀 폭격하는 방안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중국군 개입에 대한 대책도 포함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2016년 현재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겠다.

현재 북한은 금년 초 4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래 사상 초유의 강력한 유엔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을 비롯하여 국제사회는 북한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고,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도 금융거래를 중단하고 지하자원 수입을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제재의 목적이 북한의 핵 폐기이지 북한의 체제붕괴가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¹⁴⁾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유엔차원의 제재만으로 북한의 붕괴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하는 회의가 든다.

더욱이 최근 탈북한 북한 노동당 고위간부, 고위외교관, 정찰총국과 총정치국 고위군관 등의 북한 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한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 체제 붕괴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필자가 이 주장들에 대한 반론으로 “장성택 현영철 처형과 금년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고위 간부 탈북이 대폭 늘어났는데 이것이 북한 체제붕괴의 시작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하자 “북한 고위간부들은 김정은 체제에 충성하여 호의호식하는 것이 낫지, 늙은 나이에 탈북하여 한국에서 생활보호 대상자가 되거나, 국제미아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 “고위간부들은 어떻게든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해 권력을 유지하기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북한에서 체제를 위협할 만한 급변사태의 조짐이 보인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미일, EU 등의 단독제재가 엄격히 시행되고, UN차원의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면 북한 사회에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방불케 하는 경제적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 군대 내에 하전사들의 영양실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하전사들은 이것이 군 간부들의 부정부패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부정부패를 방지하지 못하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비난하면서 황병서를 ‘물병서’라고 지칭한다는 보도가 있었다.¹⁵⁾ 또한 지난 7월 소총을 휴대한 북한 군 병사 5명이 압록강을 건너 중국 지역에서 무장강도 행위를 하다가 2명이 체포되고, 3명은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5명은 7월 23일 북한 양강도 혜산시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와 창바이현 얼스다오거우(二十道溝)마을에서 강도짓을 한 뒤 17㎞ 정도 떨어진 샤오리수거우(小梨樹溝)마을에서도 주민들을 위협해 금품을 털었다고 한다.¹⁶⁾

이와 같은 북한 군 병사들의 강도행각은 군 산하 외화벌이 기관들의 외화수입이 줄어들어 식량과 생필품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유엔제재에 중국이 동참하면서 북중국경을 통한 밀수 등 부정수입이 줄어들어 발생한 사건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되어, 북한의 전체적 외화수입 총량이 줄어들 경우 김정은 정권은 연간 10억불이 상회하는 무역적자 대금을 보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북한에 대해 신용거래를 허용하는 외국 기업은 중국 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북한에 2-3개월 정도 외상 무역거래를 허용하던 중국 기업 마져도 즉석에서의 현금거래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금융제재를 받기 시작한 3월 이후에는 북한 무역상들은 현금을 가방에 넣어 거래를 하고 있으나,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북한과 무역거래를 지속할 기업들은 점차 줄어들 것이므로 금융제재가 북한에 대한 추가적 무역제재 효과를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럽지역에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온 나라들이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허가 연장을 불허해 북한의 저임금 노동자 수출을 통한 외화수입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장기화된 유엔의 대북제재로 야기된 북한의 외화난은 식량과 생필품 수입 감소를 가져와 장마당 물가를 폭등시키고 주민들의 생활고를 극도로 가중시킬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외화난은 북한 공업을 지탱해온 공장 기업소의 부품 수입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많은 공장 기업소들의 설비들이 고난의 행군 기간 중 중국에 고철로 팔려나간 상황을 재연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말미암아 90년대의 ‘고난의 행군’ 기간 벌어졌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주민들 가운데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장마당을 떠도는 꽃제비로 전락하고,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 정권은 당정군 고위간부들에게 선물정치를 통해 충성을 유도해 왔다. 북한정권의 외화수입 감소는 고위간부 계층에 대한 특별 우대 공급을 어렵게 만들어 이들의 불만이 점증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 주민들의 불평불만 증대나 아사자 대량 발생 보다는 간부들의 불평불만 증대가 김정은 정권에는 더 위협적이다. 이들의 불만은 3대세습 정권의 퇴진, 김정은 제거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로버트 콜린스가 1996년 당시 북한의 고난의 행군 기간이 2-4단계를 통과한 것으로 평가하였고, 이춘근과 박상봉은 2011년 현재 북한이 4단계 탄압에서 5단계 저항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평가하였는데 향후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된다면 수년 후 5단계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5단계 상황에서 중국 등 외부 세력의 도움으로 혼란을 안정시킬 경우 김정은 체제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5단계 상황에서 고위간부들 가운데 김정은 체제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확산될 경우 김정은 체제는 존속이 더 이상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은 암살되거나 국외로 축출되고, 군부 세력에 의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것이다.

3.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주변국들의 예상태도

(1) 미국의 예상태도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세력확산을 억제하고자 아시아 재균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일본의 안보법제의 개정을 유도하여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아세안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중국과의 해양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과는 군사적 유대를 강화했다.¹⁷⁾ 그리고 인도와도 군사적 유대를 긴밀히 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한반도 정책에 있어 한반도의 현상유지 즉 남북한 분할통치가 기본적 입장이었다. 미국은 남북한 어느 쪽도 군사적 도발을 하여 동북아의 정세긴장을 초래하는 것을 억제해 왔다. 그리고 한반도 통일로 통일한국이 중국의 영향권 내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므로 미국이 공개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표명해 왔으나, 한반도 통일로 통일한국이 중국의 영향권 내에 들어가는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렇지만 북한체제가 붕괴되어 한국 주도의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특히 통일 이후에도 미국 지상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기를 원하고, 그럼으로써 한반도가 중국 대륙의 목을 겨누는 비수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을 초토화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동맹국의 안보 때문에 실행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다. 미국의 유수한 민간 안보연구단체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전략 자산¹⁸⁾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기지와 북한 최고 지휘부를 완전히 괴멸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태도를 보면 미국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북한 체제 붕괴를 통한 핵문제 해결’로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추정한다. 필요할 경우는 북한에 대한 전격적이고 외과 수술적 공격을 통해 북한의 핵 미사일과 최고 지휘부를 제거하려고 할 것이다.

   조영기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급변사태 대비계획’과 ‘급변사태 발생 시 대응 전략’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급변사태 대비계획’은 북한 급변사태가 초래할 안보적 위험을 감안하여 이를 회피하는 정책을 우선 추구하되,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반도 주변국과 암묵적 협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¹⁹⁾ 이는 북한의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직후 미국과 중국이 중국에서 만나 북한의 급변사태 문제를 비공개로 논의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미국의 ‘급변사태 발생시 대응 전략’은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이 현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대응을 할 것이라고 한다. 우선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활용하여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차단한 후, 지역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외교적 군사적 방법을 모색할 것이지만 불가피할 경우는 미국 주도 또는 참여하의 국제적 관리를 통해 북한 개입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외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명분으로 군사적 개입을 추진할 것이나 중국과의 충돌은 가급적 자제할 것이라고 한다.²⁰⁾

  결국은 미국은 ‘중국과의 충돌 위험성을 회피’하고 싶고,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을 제거’하고 싶은 서로 상반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2가지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유엔 평화유지군을 구성하고 북한에 진주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할 것이다. 미국 독자적 작전이나 한미 연합군의 작전은 반드시 중국군의 개입을 불러올 것이므로 중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이익에 전적으로 반한다. 그렇다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길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한 개입일 것이므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평화유지군을 투입하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2) 중국의 예상태도

현재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베트남과 해양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청나라 시대의 9도련선을 내세워 남중국해의 90%를 중국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패권주의적 태도를 보이면서 남사군도 서사군도 등의 암초를 군사기지화 하고 있어 주변국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아세안 10개 국가들 가운데 라오스 캄보디아가 중국에 우호적이고 미얀마도 다소 우호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나 기타 국가들과는 대립관계에 있다. 특히 아시아의 제2 대국인 인도가 경제 군사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중인 간에는 영토분쟁도 존재하여 인도도 잠재적으로 중국에 적성국가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인 간의 틈새를 이용하여 인도와의 경제 군사적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인도를 통한 중국 견제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센가꾸 열도에서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센가구 열도의 해상과 공중에서 일중 간에 일촉즉발의 충돌 가능성을 보이기도 한다. 중국은 미국에 의해 일본-한국-대만-베트남-필리핀-태국-말레이지아-인도로 이어지는 선으로 주변국들에 포위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북한의 존재가 미국 한국 일본 등 해양세력의 대륙진출을 막아주는 완충지대 또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그러므로 북한 체제의 붕괴로 한반도의 현상이 변하는 것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나 미국이 유엔제재를 빌미로 북한의 핵무기 폐기만이 아니라 나아가 북한 체제의 붕괴를 획책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²¹⁾ 현재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강력한 제재를 시행할 경우 북한 체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 암암리에 북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오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가 한국 주도에 의해 통일이 되고, 한미동맹이 존속하여 주한미군이 북한지역에 까지 배치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미군과 압록강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해야하기 때문이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잃은 중국은 세계 최강 미군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직접 상대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와 같은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제적 지원과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내 잠재적 친중세력²²⁾을 지원하는 등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탈북난민의 중국 유입을 방지하고 북한 핵무기의 확보 등을 명분으로 중국군의 북한 내 진주를 검토할 것이다. 다만 중국군의 북한 진주가 한미의 군사적 개입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어 한미 측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북한군의 저항을 고려하여 실제 군 병력의 북한 지역 진주의 득실점을 계산할 것이다.

  한편 한미 연합세력의 북한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공동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러시아도 미군이 나진 선봉지역 등 러시아 접경지역까지 진출하여 미군과 국경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미군의 북한 지역 점령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하여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3) 일본의 예상태도

일본은 기본적으로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반대한다. 남북한 모두 일본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어 통일 한반도가 일본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 남북한이 분단되어 존재하는 것이 일본에 이익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1945년 남북한이 분단된 이후 일관된 일본의 대 한반도 정책이었다. 일본은 북한경제가 어려움에 처하면 북한에 전쟁배상금(약 100억불)을 지원해서라도 북한체제의 붕괴를 막을 심산이다. 일본의 아베정부는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안보법제 개정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데 이어 평화헌법 개정을 집요하게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과 일본 간에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존재하고 있어, 고이츠미 총리 등이 방북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나 북한의 비협조로 아직 미해결 상태에 있다. 일본과 북한 간 일본인 납북자 문제만 해결 되면 국교정상화 회담이 즉각 개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본은 언제라도 북한체제의 붕괴를 막는 것이 일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적당히 봉합하고 국교정상화 회담을 통해 북한경제의 회생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될 경우에는 일본은 경제적으로 적극 개입하여 북한의 급변사태의 발생을 방지할 것이다. 한편 일본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많은 북한 난민들이 동해를 통해 조류를 타고 일본에 유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이들이 일본 사회에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을 최대한 저지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력이 고도화되고 북한이 노동미사일 발사를 통해 일본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은 공공연히 일본을 핵 미사일로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지난 8월 3일 북한은 노동미사일 1발을 동해안을 가로질러 일본의 EEZ내에 쏘았다. 이로써 북한이 일본을 핵미사일로 직접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일본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면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비난성명 작성에 착수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실패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일본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북한에 대한 일본의 독자적인 강력한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미일동맹을 통해 미국의 힘을 빌려 안보를 보장받고 있다. 그래서 현재 일본의 대북 정책은 독자적 행보를 보이기보다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일본이 독자적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할 가능성은 적다. 일본은 조총련동포들의 북송사업으로 많은 일본인 처들이 북한에 거주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여 북한 거주 일본인의 안위가 위태로워지는 경우 미일동맹에 입각하여 이들의 구출 작전에 나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본 정부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작전은 한국의 양해 하에 시행할 것임을 약속한 바 있어 일본의 대 한반도 군사작전은 한미일 3국의 공조 하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여 북한지역을 선점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전개할 경우 양국군이 한반도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아주 낮기는 하나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은 미국이 중국과 전투상황에 돌입하게 되면 ‘미일방위협력지침’에 의거 한반도 해역과 하늘에서 중국군과 전투 상황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일본의 해공군 전력은 중국군과 비교하여 전혀 손색이 없다. 특히 일본의 해군 전력은 미국의 지원 없이도 중국 해군을 격파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중국군의 북한 지역 점령을 방지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만군과 일본군의 움직임은 중국이 한반도에 투입할 무력을 극히 제한시킬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