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우 사진.

이 사진은 미국 북서부의 워싱턴 주 동부에 있는 '드라이 폴즈'(Dry Falls)이다. 시애틀에서 캐스케이드 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3시간쯤 달리면 특이한 地形을 만난다. '컬럼비아 高原'으로 불리는 지역인데, 흙이 없고 온통 검은 바위로 만들어진 계곡, 호수, 강, 절벽이다. 이 바위는 凝灰巖(응회암)이다.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분출하였다가 식은 암석이다. 1700만 년 전에서 시작, 약 1000만 년 동안 그런 화산 분출이 이어지다가 약 600만 년 전 끝났다. 그 뒤 응회암 지형 위에 바람에 실려온 흙이 덮이기 시작하였다. 언덕도 생겼다. 나무도 자랐다. 그런데 왜 이런 바위 투성이 지형으로 바뀌었을까?

지구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홍수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채널드 스캡랜드(Channeled Scablands)'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평평한 응회암 垈地(대지)이다. 이 대지에 斷面(단면)이 U 자인 계곡이 생겼다. 계곡의 양쪽 절벽은 300m나 되어 작은 그랜드 캐년을 연상시킨다. 계곡의 바닥은 강이나 호수이다. 여러 개의 斷續的(단층적)으로 이어지는 호수를 따라 난 도로를 달리면 가슴이 툭 트인다. 절벽엔 인디언들이 살았던 작은 동굴들이 있다.  

사막, 황무지, 고원, 계곡, 대평원, 강과 호수가 혼합된 이미지의 이 독특한 지형은 미국 지질학자들의 연구대상이었다. J.할렌 브레츠는 1920년대부터 이 지형의 생성 비밀을 탐구한 끝에 '미술라 홍수'(Missoula Floods)說을 내어놓았다.

몬태나 주에 있었던 氷河 호수 미술라의 얼음 댐이 무너지면서 몇 차례에 걸쳐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내었다.  폭포수 같은 홍수가 지금의 워싱턴과 오레곤 주를 휩쓸면서 언덕과 흙을 쓸어버리고 평지를 만들며 계곡을 파서 호수를 생성시켰다는 것이다.

이 홍수의 규모는 지구가 생긴 이후 최대라고 한다. 미술라 댐에 담긴 물과 얼음 量은 약2200입방 킬로미터로  미시건 호수의 반이나 되었다. 이를 막고 있던 얼음 댐이 터지면서 쏟아진 물은 아마존 강 流量의 13배나 되었다. 댐이 터지니 호수 물이 急流(급류)가 되어 쏟아져 내리는데 水深이 600m, 流速은 시속 130km나 되었다. 어머어마한 물덩이가 태풍과 같은 속도로 지금의 워싱턴 주와 오레곤 주를 덮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셈이다.

그 흔적이 워싱턴 주의 동쪽 高原 지대 여기 저기에 남아 있다. 자동차나 집채 만한 돌들이 들판에 보인다. 수백 톤이나 되는 돌덩어리가 홍수 때 떠내려온 것이다. 이 홍수가 판 계곡은 깊이가 200~300m나 된다. 대홍수로 약 210입방킬로미터의 돌과 흙이 파내졌다고 한다. 이는 8만 개의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는 부피이다(가장 큰 쿠푸의 피라미드는 용적이 258만 입방미터).

흥미로운 것은 홍수가 지질학적 시간으로는 매우 최근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미술라 호수를 홍수로 비우고 다시 채우는 데는 55년이 걸렸다고 한다. 1만3000년 전에서 1만5000년 전 사이에 마지막으로 여러 번의 홍수가 있었다. 위의 사진은 그 흔적이다. 드라이 폴스는 지질학자들에 의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물이 흐르지 않는 폭포'로 불린다. 미술라 홍수 시절에는 물이 흘렀는데 당시 이 이 폭포는 너비가 나이아가라의 10배로서 약 5km이고 낙차는 120m(나이아가라는 약 60m)였다. 미술라 호수에서 터져나온 물은 이 폭포를 덮고 지나갔다. 당시 이 지역을 통과할 때 홍수의 水深은 200미터로 추정된다. 드라이 폴스는 홍수에 덮여 그냥 개울처럼 물결 쳤을 것이다.

氷河期가 끝나면서 上流의 물이 마르고 미술라 댐도 사라지면서 사진의 이 폭포는 물이 흐르지 않게 되었다. 미술라 홍수가 1만3000년 전에 일어났다면 그 壯觀은 인간에 의하여 목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ق만 년 전 베링 해협을 건너온 인디언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지대에서 겁먹은 눈으로 아래에서 펼쳐지는 어머어마한 물덩이의 급습을 목격한 이들이 남긴 전설이 있다면 노아의 홍수와 비슷하지 않을까?

브레츠의 미술라 洪水說(홍수설)은 이제 定說로 받아들여진다.㺔세기 미국 지질학계의 가장 위대한 연구로 꼽힌다. 드라이 폴스의 8각정 같은 전망대 옆에는 전시관이 있고 브레츠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상영한다. 샌드위치나 과일을 사 갖고 와서 전망대에서 식사를 하는 이들도 많다.

어머어마한 홍수가 이런 계곡을 파고 호수를 만들었다. 바닥과 절벽은 모두 응회암이다.

절벽은 300m. 절벽과 호수 사이에 난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장엄하고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