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姬로부터의 편지’(일본 草思社. 西岡力-趙甲濟 共著)에서 西岡力(니시오카 츠도무)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 회장대리는 머리글에서 이렇게 썼다.



<한편 대한항공기 사건에 대하여는 앞에 쓴 것처럼 金賢姬씨가 김정일의 ‘친필비준’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를 인정하면 북한은 테러지원국이 될 뿐 아니라 김정일 자신이 테러리스트가 된다. 따라서 그때(필자 注-2002년 고이즈미-김정일 회담 때) 김정일의 책임으로 직접 연결되는 김현희씨나 대한항공기 사건을 인정할 순 없었다.

일본인 납치는 인정해도 김정일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는다. 여기서 2002년 9월(注-고이즈미가 김정일을 평양에서 만났을 때) 시나리오를 쓴 공작기관의 담당자는, 김현희씨를 가르쳤던 다구치씨 등 김정일의 책임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일본인은 죽었다고 하기로 꾀를 냈던 것이다. 요코다 메구미(중학생 시절 납북된 여성)씨에 대하여서도 북한은 숨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는 내가 2002년부터 줄곧 이야기하여 왔었는데, 이번에 김현희씨가 다시 나타남으로써 나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즉, 김현희씨의 새로운 증언에 의하여 메구미씨가 김현희씨의 동료 공작원 김숙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메구미씨도 대한항공기 사건과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하나 더 놓칠 수 없는 것은, 한국의 친북세력이 김현희씨를 상대로 “대한항공기 사건은 한국의 날조로서, 당신은 가짜이다”라면서 강한 박해를 가하였던 시기가 마침 북한이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는 일을 검토하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는 점이다. 한국내 좌익의 뒤에는 북한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북한은 한국안에서 김현희씨가 사회활동을 할 수 없게 해놓고 메구미씨와 다구치씨의 납치를 인정하였다. 바꿔서 말한다면 ‘김현희 가짜설’은 북한의 事前공작이고, 그들이 납치를 인정하기 위한 준비단계로서 김현희씨는 박해를 받아야 했다는 구도이다.

메구미씨와 다구치씨가 죽었다는 거짓말과, 대한항공기 사건은 날조이며 김현희씨는 가짜라는 거짓말은, 김정일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위하여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뿌리는 하나이다. 김정일이 115명의 민간인을 죽인 테러리스트란 사실이 증명된다면 한국의 친북파는 2002년 9월 김정일이 일본인 납치를 인정한 직후 朝總聯처럼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김현희씨와 이즈카씨(다구치 야에코의 오빠)의 만남에서 우리가 바랐던 것도 그런 호소를 한국사회에 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여론에 대하여 “만약 김현희가 가짜라면, 그녀의 증언을 기초로 하여 다구치 야예코가 북한에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김현희는 가짜가 아니다”라는 점을 호소하고 싶었다.

대한항공기 사건이 날조라는 說이 일정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일본에선 물론이고, 중국과 사건 당시의 소련을 포함한 국제사회 어디에서도 날조설을 취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制裁결의가 나왔었다.

이즈카씨가 (3월11일 부산에서 만난) 金賢姬씨에게 감사를 표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수만 명의 실종자 중 한 사람이었던 자신의 여동생이 북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귀하 덕분이다. 귀하가 용기 있게 증언해주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내 동생은 납치된 사실이 인정받지 못했을지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면담이 북한의 거짓말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제1보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