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들판을 돌면서 靑年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상당수가 좌경화된 친구들이지만 右派(우파)나 保守(보수)를 자처한 이들도 눈에 띈다. 얼마 전 스스로 보수·우파로 자리매김하는 靑年대학생 33명에게 북한과 통일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전 평소와 다름없이 몇 가지 질문(설문지 조사)을 해보니 이 시대 청년의 의식상태가 분명해진다.

1.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별개로 對北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야 하느냐’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선 33명 중 60%(20명)가 “안 된다”고 답을 했고 33%(11명)가 “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해 북한의 연평도 도발 당시 군사적 응징(해안포 기지 폭격 등)을 했다 해도 全面戰(전면전)으로 갔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70%가 “전면전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고, 25%가 “전면전으로 갔을 것”이라고 보았다.

지난 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영향으로 북한정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안보관이 자라게 된 것 같았다.

2. 놀라운 것은 통일에 대한 인식이다. ‘북한정권 붕괴가 아닌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그렇다(48%)”와 “그렇지 않다(48%)”가 같은 수로 나왔고 4%가 “기타”로 답했다.

‘북한정권 붕괴는 과도한 통일비용 때문에라도 피하거나 늦추는 것이 옳다’는 질문은 “그렇다(40%)”가 “그렇지 않다(60%)”에 육박할 정도로 나왔다.

‘과거 2차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평가(50%)”와 “부정적 평가(50%)”가 같은 수로 나왔다.

이상의 대답은 소위 진보·좌파 靑年대학생들의 대답이 아니다. 자신이 보수적, 우파적이라고 여기는 이들조차 북한식 赤化(적화)통일방안인 연방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적었다. 어느 곳에 가서 물어보아도 마찬가지지만 20대 학생들 가운데 ‘연방제 통일’이라는 단어조차 들어본 이들이 적었다. 이러다보니 연방제가 수용된 6·15선언이나 10·4선언의 문제점을 알 리도 없었다.

현 정권마저 조선로동당의 평화적 해체를 통한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라는 헌법원칙을 강조하는 대신 통일비용이나 통일세금만 언급하고, 그러다보니 “북한정권 崩壞(붕괴)”는 피해야 할 일로 여기고 있었다. 몇 주 전 또 다른 靑年우파단체에 가서 설문했을 때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었다.

3.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는 87%의 응답자가 “한국 사회는 兩極化(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답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실업, 워킹푸어 등 청년들이 직면한 불안감을 보여주는 데이터이자 좌파의 양극화 선동이 왜 먹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것은 역으로 자유통일을 통한 북한재건, 북한特需(특수), 통일강국 대망론의 여건과 토양을 보여주기도 한다.

4. 끝으로 학생들 가운데 30%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한미연합사 해체 등과 상관없이 미국은 자신들의 국익 때문에 주한미군을 결코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매번 느끼게 되지만 필사적으로, 죽을 각오로 청년을 깨우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암담하다. 온·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정보들은 거짓과 선동, 친북·반미·좌경화된 것들이 태반이다. 전교조 교육을 받았고 삐딱한 미디어 영향을 받으며 자라온 세태에게 정확한 시국관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보수적 인터넷 매체도 건강한 의식을 가진 네티즌이 ‘즐겨 찾는’ 곳일 뿐 중간지대 시민들은 눈동냥 하는 정도다. 좀 더 절박한 문화투쟁(culture war)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