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아래 글은 일본 유일의 교포 신문 <통일일보(대표 姜昌萬)>가 연재 중인 ‘조총련 패망사’를 <조갑제닷컴>이 번역‧게재한 것입니다.

재일(在日) 지식인의 회고다. 在日 지식인의 전형으로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질풍노도의 젊은시절 留学同(유학동, 재일본조선유학생동맹 중앙본부)에 가입, 어쩔 수 없이 조선노동당의 재일당(在日黨)인 조총련의 포로가 되어, 조직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회고했다.

그의 필생의 사업인 ‘在日의 정신세계’가 정리된 저술에는 학자로서의 진지한 연구 결과와 함께 적지 않은 값진 증언이 수록되어 있다. 在日의 정신세계가 보이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그는 조총련에 끌려간 사정은 당연한 것이었으나, 정신적으로는 매우 어울리기가 어려웠다. 일본 사회에서 살아온 그와 在日 동포들이 놓인 시대환경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在日들이 놓였던 환경, 상황을 조총련은 어떻게 조직적-체계적으로 접근하여 이용했는지 그의 저술에 잘 드러나 있다.

우선 이 在日 지식인의 회고에서 조총련의 공작에 취약했던 미숙한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조총련의 對南공작’과 관련된 부분에서 조총련에 연계된 적이 있는 사람들의 증언을 듣고 적은 글의 귀중한 증언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우선 인용한다. 

<지하활동에 대해 실제로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사자는 실제 체험으로 말하여 주지 않으며 대부분이 간접적인 증언이다. 예전에 말했듯이 작가 김XX이 일본 공산당을 탈당한 뒤 센다이에서 北과 직결된 지하조지에서 활동한 것은 1952년 2월부터였다. 그는 참지못하고 3~4개월 만에 그만둔 뒤 간신히 도망쳐 30년 넘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조국의 黨과 직결된 지하조직에 참여하는 것은 혁명전선에 이어지는 것이라는 자부심과 영웅주의만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1970년대 오사카를 중심으로 조총련에 몸담았던 前 운동가 양영후(梁永厚)는 당시 조직에서 갑자기 이탈하여 소식불명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對南공작 때문에 지하로 잠적했다고 암묵(暗黙)의 양해를 구하는 분위기였다고 하나, 개중에는 국내에서 붙잡힌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나고야에서 우리말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기덕은 1976년 홋카이도 대학 공학부에 입학했다. 3학년생이 되면서 학내 한청동에서 활동을 하여 대학을 중퇴할 수 밖에 없었다. 1980년 광주사태 이후 북에서도 김대중 구명 운동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학내 인원이 2만명으로 알려졌지만 일본인 중심 운동에 약 2만 5000명이 서명을 하게된다. 학내에서는 1만명의 교직원과 학생이 서명했다고 한다.

때마침 留学同 북해도(홋카이도) 위원장이었던 선배가 “평양에 안 가겠는가?”라고 말을 걸어왔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있는지는 정확히는 알수 없었지만 당시 평양에 몇 사람이나 갔었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다. 한기덕은 즉각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모국 유학의 在日정치범이 화제로 오르던 중 선배는 도대체 어쩌려는 셈인지 “나를 업신여기나”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1980년대 들어서도 유학동은 韓靑同‧韓學同(재일한국학생동맹) 소속의 학생들에게 평양행을 권유했던 것이 사실이다.

韓靑同‧韓學同 등이 공작의 주된 무대가 된 것 같지만 ‘在日’은 물론 한국 유학생들도 모인 조선장학회에 대한 공작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留学同은 조문연(朝文研)을 간판으로 하여 일본 대학에 재적했던 동포학생들을 모았다.

여기에는 ‘주체사상’이나 ‘유일사상대계’라는 전체주의적 사고가 근간을 이루었으며 조총련 산하단체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北직할의 지도하에 있었다.

홍경의(洪敬義)는 1981년 留学同 전담이 된 후 留学同 이외에 한국 유학생을 접촉하는 의무를 지게된다. 기준은 다섯명으로 “우리말을 가르쳐 주세요” 등의 말을 하며 학내 동아리에 다가가 “세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留学同 학생 당시에는 한국 국적의 민단(民團)계 학생이 포섭되는 것을 보았다(출처: 《在日의 정신사3》).>

인간은 약한 존재다. 조총련의 공작원들은 젊은이들 앞에서 친구와 멘토의 얼굴, 혹은 처음으로 외국을 혼자서 여행하는 여행자 앞에 친절한 안내자의 얼굴로 접근했다. (계속)   
 
번역/정리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