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로 내닫는 북한에는 '절반 주의'에 기초한 생존법칙이 존재한다. 현재 북- 중 국경지대는 대북제제 강행 후 한동안 멈추었던 밀수가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큰 범위로 확대되지 않은 상황이다.

뉴포커스 북한 통신원은 전화 통화에서 "현재 압록강을 중심으로 밀수는 여전히 뜸한 상태다. 강둑에서 중국 상인들과의 거래를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 드나들던 밀수꾼들의 얼굴도 보기 어렵다. 요즘 들어 그나마 근근이 이어지는 것은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송금이다. 밀수는 멈췄지만 한국에서 보내 온 송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대북 송금은 중국 상인이 북한 밀수꾼에게 전화로 알려 준 다음, 약속한 장소에서 돈을 넘겨준다. 그러자면 국경경비대원과 결탁해야 하며 돈 액수의 20%를 군인에게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군인들과 안면이 있는 밀수꾼들이 10~20%사이의 금액을 주고 돈을 받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밀수가 중단되면서 국경경비대원들의 생활은 예전에 비해 어려워졌다. 군인들은 국경경비가 강화되고 긴장된 상황에서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커버를 서는 것이 자신들이 목숨을 내놓고 하는 행동이라고 하면서, 전체 송금의 절반을 요구한다. 결국 중국을 통해 전달되는 송금을 절반으로 나누자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돌이켜보면 절반주의는 북한에 밀수가 성행하던 2000년대 초반에 생긴 용어다. 처음에는 국경경비대의 눈을 피해 암암리에 진행되던 밀수가 '고난의 행군'시작과 함께 대대적으로 증가했다.밀수꾼이 늘어나면서 주민과 국경 경비대원들 사이에는 돈거래가 성행했는데, 중국과의 밀수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밀수꾼은 군인에게 커버비를 지급했다. 처음에는 담배나 술 같은 것을 주고받는 거래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밀수 짐에 따라 정확한 가격을 제정했다.

남한정착 탈북민 온성 출신 신 씨는 "처음에는 물건을 넘기게 도와준 경비대원에게 한 끼 음식을 대접할 정도였다. 지금은 밀수 짐에 따라 값이 정해져 있고, 금처럼 작고 값어치가 나가는 밀수품은 이익금이 절반을 경비대에게 준다. 밀수하는 주민으로서는 공정하지 못한 나눔이지만, 국경경비대가 있어야만 밀수를 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밀수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나 단속초소에 걸리면 보안원에게 반은 바쳐야 나머지 절반을 찾을 수 있다. 괜히 보안원의 눈에 나서 통째로 잃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탈북민 혜산 출신 박 씨는 "북한에 살 당시, 아내가 염소밀수를 했다. 염소들을 줄에 매어서 중국으로 끌고 가는 일을 했는데 급이 있는 군대와 줄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야 밀수를 한결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밀수는 군대와 연계가 없으면 불가능하며, 적어도 군대와 반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정은 집권 후 국경을 통해 탈북하는 주민들이 점점 줄고 있다. 이유는 도강비를 받고도 상부에 밀고하는 국경경비대 군인들 때문이다. 탈북하는 주민들은 강을 건널 때 절반쯤 지나야 마음을 놓는다. 북 중 국경을 중심으로 강 절반은 중국 담당 지역이기 때문에 사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정권의 방침관철에도 예외가 아니다. 신년사를 비롯한 정권의 지시나 방침이 내려올 때마다 주민들은 절반만 듣고, 절반은 나름대로 분석한다. 정권이 말하는 것을 100% 믿으면 '고난의 행군'때처럼 굶어죽는다고 생각한다. 절반도 주민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감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듣는 척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