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오늘 새벽 영장 실질 심사에서 姜萬洙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이 제시한 범죄혐의가 확정적인 게 아니라 법정에서 다툴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

*姜萬洙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무리이다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1일 姜萬洙(71) 전 산업은행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배임,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에 압력을 넣어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 업체 B사에 출자(出資)와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방식으로 54억원을 지원하고, 건설 업체 W사에 50억원대 일감을 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강만수라는 이름은 금융위기 대책과 연관되어 한국 경제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한국은 경제 정치 복지 등 거의 모든 국제 랭킹 통계에서 2008년을 분수령으로 하여 급상승하였다. 2008년의 미국發 금융위기를 李明博 정부가 轉禍爲福(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었다는 증거이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꼽힌다. 당시 姜萬洙 기획재정부 장관이 잘 대응하였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高환율 정책 등으로 언론의 비판을 많이 받았고, 1년만에 물러났지만 그 후 경제實積은 그의 정책이 옳았음을 증명한다.

2008년 12월3일 밤 姜萬洙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공격적인 경제위기 극복 방안에 대하여 한 시간 동안 설명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위기방어-전환준비-재도약'의 3단계 전략으로 轉禍爲福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었다. 세계 각국이 이 세기적인 경제위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국가順位가 바뀔 것인데, 한국은 잘만 하면 강대국의 班列에 들어갈 수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민들한테 꿈도 꾸지 말라고 하는 격이다'고 항변했다. 姜 당시 장관은, '경상수지의 黑字와 물가안정이 가장 중요한 지표인데, 이중에서도 前者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호 이코노미스트 통계표를 보니 지난 1년간의 외환수지 흑자 규모에서 한국은 독일(3000억 달러), 중국(2560억 달러), 일본(1676억 달러)에 이어 세계 4위였다. 1044억 달러. 대만(757억 달러)이나 싱가포르(584억 달러)보다 많다. 경제위기 때 한국이 버틸 수 있는 체력, 즉 예금력이 세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강만수 장관의 고환율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당시 姜 장관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하여 減稅(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데, 이중에선 減稅가 더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세금을 줄여야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하게 되어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며 세금도 많이 걷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종합부동산稅에 대해선 어떤 文明국가에도 없고, 어떤 租稅(조세)논리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입장을 헌법재판소에 설명하기 위하여 憲裁(헌재)와 접촉한 것을 문제삼아 국회가 조사까지 한 것은 '너무 한 것이다'고 했다.

姜 장관은 그 자리에서 이번 금융위기가 세계 질서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의 지도력이 약화되면서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의 제조업 중심국이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姜 장관은 '이런 위기 때 CEO 출신 대통령을 가진 것이 다행이다'고 말하였다. 그는 모든 국가와 기업이 현금확보에 死活을 걸고 있다면서 '강한 기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는 기업이 강한 기업이 된다'고 했다.

*李明博 정부 들어 껑충 뛴 한국의 경제-복지-정치 랭킹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자매회사 EIU가 매긴 '민주주의 지표' 랭킹에 따르면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은 167개국중 31등(일본은 20등)으로서 '결함 민주국가'로 분류되었다. 李明博 정부 들어 랭킹이 올라 2010년부터 한국은 '완전 민주국가'로 분류된다. 그해 조사에서 한국은 20등으로 일본(22등)을 앞섰다. 2011년 조사에선 한국이 일본 바로 다음인 22등이었다. 2012년 조사에선 20등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삶의 질과 복지 수준을 보여주는 UNDP(유엔개발기구) 발표 '인간개발지수' 랭킹에서도 한국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크게 올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에 180여 개국 중 26위, 2008년에 25위를 하다가 2010년에 12위, 2011년엔 15위였다.

*2014년, 소득 평등도 랭킹에서 한국은 136 개국중 28등이었다. 가장 평등한 나라는 스웨덴이었다. 예산흑자율 랭킹에서 한국은 213개 나라들 중 21등. 한국보다 앞선 나라는 거의가 産油國들이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무죄 추정과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예외가 있다.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검사는 관할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하여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01조제1항).
*피의자에게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

강만수 전 장관이 위의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미 한 달 이상 강 장관의 집과 관련자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하였다. 인멸할 증거가 남아 있을까. 있다면 이는 검찰의 무능을 탓해야 한다. 도망의 염려도 없어 보인다. 재판에서 쟁점이 될 사안도 사실관계가 아니라 법리 해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과 권력이 밀어주는 수사엔 항상 무리가 따른다. 방산 비리 수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에 연루돼 부실 장비가 납품되도록 허위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고 국가에 38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기소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59)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방위사업청 재직 시절 납품업체 관련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황 전 총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오 모 전 대령(59·당시 방사청 사업팀장)에게도 1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황 전 총장이 문서 작성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배임을 저지른 동기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시한 황 전 총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말만 있을 뿐 설득력이 떨어지고 입증도 되지 않아 배임의 동기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전 총장은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오 전 대령 등과 공모해 김 전 대령이 소개한 미국계 H업체를 통영함 음파탐지기의 납품업체로 결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아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황 전 총장 등이 음파탐지기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절차를 진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군참모총장 지위를 이용해 방산업체로부터 장남이 주주로 있는 요트회사의 후원금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옥근(64) 전 해군참모총장의 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법에 돌려보냈다. 후원금을 받은 회사의 이익을 정 총장의 이익이라고 볼 수 없어 단순 뇌물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3일 옛 STX그룹 계열사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총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 총장의 장남 정모(38)씨와 후원금을 받은 회사의 대표이사 유모(61)씨에 대해서도 무죄취지로 사건을 내려보냈다.

재판부는 "후원금을 받은 주체는 요트회사라고 봐야 하므로 피고인들이 직접 후원금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어 후원금에 대한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죄 선고를 받은 두 전직 해군참모총장은 구속 기소되었고 언론은 당시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거세게 비판하였었다. 구속과 언론의 비판은 사실무근이고 명예훼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해군참모총장이 두 사람이나 억울하게 구속된 것으로 해군이 입었을 피해이다. 많은 해군 장병들이 "우리가 모셨던 참모총장은 도둑이었구나"라고 생각하였을 것이고 그만큼 軍紀가 해이해졌을 것이다. 이 책임은 누가 지나?

무죄추정 원칙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은 구속되면 "아, 유죄가 틀림 없겠구나"라고 예단한다. 구속은 準선고이다. 무죄 선고를 받더라도 명예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의 검찰은 누구를 구속해야 수사에 성공한 것처럼 생각한다. '잡아넣는다'는 말을 한국인처럼 예사로 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잡아넣는 권한'을 가진 검찰이 이 권한을 남용하면 피의자의 인권침해는 물론이고 나라의 분위기가 각박해지며 보통사람들도 수사관 체질을 띠게 된다.

1995년, 검찰이 현직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한 이후 전직 고관들에 대한 수사는 前官예우가 아니라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게 아닐까 생각될 때가 자주 있다. 일부 검사가 "나는 00장관을 잡아넣은 사람이야"라고 자랑하고 싶어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지난 2월 17일, 부산 지역 건설업자에게서 5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61)에게도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 (부장판사 권영문)는 40분 가까이 검찰의 기소 내용을 비판하면서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법원은 趙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趙 전 청장과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정 모 씨(51)가 '4, 5회 정도 만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신 적이 있을 뿐'이라며 '뇌물을 수수할 만한 어떠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정씨가 돈을 건넨 장소로 지목한 서울지방경찰청 청장실 역시 정황상 맞지 않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서울지방경찰청에는 다수의 많은 기자와 다수의 CCTV가 있었는데, 정씨가 사진에 찍힐 위험을 무릅쓰고 손가방에 3000만 원을 넣고 가서 피고인에게 줄 만한 긴급한 사정이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씨가 처음 뇌물 공여를 부인하다 자백을 한 시점과 관련해서도 법원은 의문을 제기하였다.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로서 '(정씨가) 수사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2008년에 정씨가 400만 원을 건넸다는 혐의를 기소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였다. 정씨는 법정에서 5만 원권으로 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는데 5만 원권은 2009년에 발행되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趙 전 청장은 법정을 나서며 '모든 게 한 국가 기관(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같이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경찰청장인 저도 이렇게 당하는데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하겠나'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는 또 '경찰이 수사권을, 검찰을 기소권을 가지고 양 기관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실체적 진실을 기반으로 수사와 기소를 하고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직 고관을 특별히 봐줄 필요도 없지만 특별히 가혹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 장관이나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였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구속할 때 국제적으로 한국이 어떤 평가나 대접을 받게 될지도 생각하는 검찰이어야 할 것이다.

남미에서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칠레는 독재자 피노체트가 은퇴한 이후에도 구속 수사를 하지 않았다. 피노체트는 1973년의 군부 쿠데타로 야옌데 좌파 정권을 몰아낸 이후 약3000명을 죽이고 수만 명을 고문, 투옥한 사람이다. 칠레 국민과 사법은 그러나 피노체트가 경제를 잘 관리하고 낭비적 복지를 개혁함으로써 통치 기간중 칠레를 안정시킨 점을 감안, 고발 당한 그를 가택연금하는 데 그쳤다. 피노체트를 감옥으로 보내는 것은 칠레의 國益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런 점을 들어 칠레의 정치와 언론과 사법 기능을 한국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강만수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주도한 2008년 금융위기 극복 하나만으로도 그는 불구속 재판을 받을 이유가 있다. 세계에서 금융위기를 가장 잘 이겨낸 나라의 해당 장관이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한국 경제의 신용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구속하였다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 검찰이 책임 지나? 그런 검찰을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