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정권은 핵무기를 폐기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핵폐기가 아닌 핵동결로 정책 목표를 낮춰 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DNI 국장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각종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자리다.

클래퍼 국장은 2016년 10월25일 뉴욕에서 열린 미외교협회(CFR)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생각은 아마도 가능성이 없는 것(lost cause)이다. 핵무기는 그들의 ＇생존 티켓＇(ticket to their survival)"이라고 말했다. 2014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訪北했던 점을 언급하며 "내가 북한에 가 봐서 북한 입장에서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좀 안다. 그들은 포위돼 있고 피해망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의 핵무기 능력을 단념시키려는 생각은 애당초 성공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일종의 제한(cap)이다."

그는"이마저도(핵동결도) 우리가 그냥 요구한다고 순순히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중대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對北정책의 목표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우리 정부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클래퍼 국장의 位相을 생각할 때 그냥 해본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미국은 對北제제나 군사적 조치와 함께 협상 방안도 생각하고 있음을 示唆한다. 이 대목에 가면 한국과 미국의 利害관계는 합치되기 어렵다. 우리는 북한의 핵동결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핵동결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對北제제의 해제 및 美北 수교, 日北 수교, 더 나아가서 對北 보상과 평화협정 체결을 뜻한다. 이는 한국의 對北 및 對美 종속화를 초래, 주권국가로서 독립성을 잃게 만들 것이다. 미국은 그러나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핵미사일 능력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고 한국을 종속적으로 만들어 다루기 쉽게 된다. 한국이 미국의 對北 군사 작전을 반대할 경우엔 핵동결을 전제로 한 美北 협상을 반대할 명분을 잃게 된다.

한국의 보수층에선 미국의 對北 군사 작전에 기대를 많이 하지만 클래퍼 국장 같은 이들은 한국의 國益을 희생시키고 미국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敵의 핵무장 문제를 외국에 의존하여 해결하겠다는 자세에 魔가 낀다. 우리는 구경만 하면서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하여 미국인들이 대신 죽어달라는 자세이기도 하다. 핵무장한 국가를 예방공격하는 것은 이론상으론 거의 불가능하다. 협상을 통하여 핵동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대비해야 하는데 국가 지도부가 저 모양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려 할 경우, 한국인들이 일치 단결, "좋다, 우리는 NPT를 탈퇴, 합법적인 핵무장의 길을 걷겠다. 미국이 막으면 韓美동맹도 깨겠다"는 자세를 취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의 항구적 존립이 보장 될 것이다. 최순실 스캔들에 휘둘리지 않고, 넋이 나가지 않는, 맨정신의 불침번 세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北核 인정하면 우리는 핵무장한다"는 선언을 미리 해둘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