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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북의 주방 / 자료사진 |
그런데 오 씨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수납공간이 충분한지의 여부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한에서는 깔끔한 부엌을 추구하는 반면 북한 여성들이 생각하는 예쁜 부엌의 기준은 '진열'이라고 했다.
'북한에서는 부엌에 이것저것 물건들을 전시해놓는다. 그릇뿐만 아니라 통조림 같은 먹을거리가 있으면 이것 또한 진열한다'고 했다. 남한에서는 어느 집을 방문해도 먹을거리가 충분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면서, '당장 오늘 저녁 먹을거리가 없는 집이 대부분이다.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먹을거리들을 진열해놓는 것이 인기다'라고 전했다.
그는 '친하게 지내던 언니의 남편은 기업소 책임간부였다. 그러다보니 해마다 국가적인 명절이 오면 중앙당 지함(박스)선물을 받는다. 선물함에는 남방 과일을 비롯한 통조림,고급옷감으로 차 있다. 언니네 집에 놀러갈 때마다 통조림 빈통들을 가져다 식장에 장식했다. 어쩜 먹을 것들이 그렇게 쌓여있는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반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서 그날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인가 여유분의 음식이 있다는 것은 부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또 다른 탈북민 김영희 씨도 북한에 있을 때는 부엌 장식장에 여러 가지 물품들을 예쁘게 쌓아놓곤 했다고 증언했다. 김영희 씨는 '사기그릇, 법랑그릇, 스테인리스 그릇 등을 보기 좋게 골고루 배치해놓곤 했다'고 했다. '과거에는 알미늄가마를 걸어놓는 것이 추세였지만 알미늄가마는 닦아주지 않으면 빛이 나지 않아서 최근에는 스테인리스 그릇을 쌓아놓는 것이 추세'라고 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유리접시와 평성에서 생산되는 유리접시를 진열해놓으면 집에 놀러온 사람들이 예쁘다고 한 번씩 만져보곤 했다. 예쁜 술잔이나 맥주잔 같은 것도 가끔 선물을 받을 때면 보여주기 위해 예쁘게 전시를 해놓았다'고 했다.
김영희 씨는 '남한에 와서 보니 부엌들이 다 깔끔하게 정돈돼있더라'면서 '남한은 어느 집이든지 먹을 거리도 많고 그릇도 많으니까 전시를 하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이런 것이 있는 집이 귀하다나니 전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다 꺼내놓고 진열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