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인터넷판에 트럼프 당선과 관련된 기사를 게재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코노미스트誌는 트럼프의 출마 시점부터 당선까지 17개월의 旅程(여정)을 소개한다. 모든 언론과 평론가가 '멕시코인은 강간범' 등을 외친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점쳤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한 기사다.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우연과 현실에 안주하려 한 그의 경쟁자들, 그리고 트럼프의 독특한 直感(직감)이 그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클린턴에게 더 우호적이었던 언론이지만 비교적 공정한 분석을 했다. 기사를 일부 요약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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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백악관으로 향하는 긴 여정은 17개월 전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에서 시작했다. 건물 앞에서 기다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기자들을 향해 내려오는 그는 컨베이어 벨트에 타고 있는 가짜 선지자로 풍자됐다.

그 다음 일어난 일은 더욱 우스꽝스러웠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승리라는 것을 알아왔지만 이제 더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이겨본 적이 언젠가? 중국과의 무역협정? 아니 이는 우리를 죽이기만 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중국을 때려 부순다.”

이는 형편없는 농담 같았다. 트럼프는 억만장자의 부동산재벌로 맨해튼에 그가 지은 26층 건물에서 세상을 내려다봤다. 미국이 그에게 잘못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그의 외교와 보호무역 정책은 그가 경선에 출마한 黨에 있어 큰 사안이 되지 않았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트 롬니가 진 뒤 트럼프는 공화당을 그가 지지하지만 이민개혁 문제에 있어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그런 그는 트럼프 타워에서 멕시코 이민자들을 향해 ‘강간범’이라고 막말을 던졌다.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이 이러한 수위의 말을 한 것은 인권운동 시대 이후 거의 처음이었을 것이다. 많은 평론가들은 그의 발언에 놀랐으며 그가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점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편협적이고 지식인스럽지 못하며 독선자라고 매도한 것들이 지금에 와서 보면 아주 성공적인 선거운동이었다.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돈도 적게 모금했고 선거팀 운영에서도 뒤처졌다. 또한 클린턴과 비교해 잘 정리된 정책도 없었으며 거의 모든 신문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는 밥 돌을 제외한 前 공화당 大選후보로부터의 지지도 못 받았다. 수위를 조절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의 방식을 계속 추구해나갔다.

그는 고문을 옹호했고 무슬림 입국에 반대했다. 그는 테러리스트 용의자 가족도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했으며 핵무기를 전략무기로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과 무슬림, 그리고 흑인을 비하했으며 그의 지지자들로 하여금 시위꾼을 때려버리라고 했다. 또한 선거 한 달 전 공개된 영상에서 그는 그가 여성의 성기를 잡을 수 있다며 자랑했다.

이번 선거에서 논란에 중점이 되고 싶어 하는 트럼프가 浮上(부상)하는 데 있어 언론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그가 어떠한 말을 했는지 미국인들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러한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61%의 유권자가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엔 부적합하다고 했으며 34%만이 그가 제대로 된 인성과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6000만 명에 가까운 미국인이 그를 위해 투표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현실에 안주하려고 한 다른 경쟁자들이 그의 승리에 큰 몫을 했다. 공화당 경선 당시 트럼프는 대다수의 후보자들로부터 이득을 봤다. 17명의 경선 경쟁자 중에는 존 케이식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등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보수 후보가 있었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특히 이민자와 자유무역에 대한 반감과 호의적인 블루컬러의 지지를 받았다.

그가 경선에서 승리한 것은 그의 출신지이기도 한 뉴욕에서였다. 36번째 열린 州 경선에서 트럼프가 다수를 확보하자 공화당 지도부는 충격에 빠져 그를 멈출 방법을 생각했다. 경선에 승리한 이후 그는 여러 이득을 봤다. 8년간의 민주당 정권에서 임금은 아주 적게 올랐고 공화당 다수의 의회에 의해 어떠한 사안도 해결되지 않는 모습에 유권자들은 변화를 원하기 시작했다.

31%의 미국인만이 미국이 현재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임기 중 국정 선호도 조사에서 52%를 받으며 로널드 레이건보다 더 인기가 많은 오바마 대통령의 영향력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버락 오바마를 비롯해 그보다 더 인기 있는 미셸의 지지를 등에 업은 힐러리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反기득권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기득권 출신의 민주당 대선 후보는 오히려 트럼프에겐 선물이 됐다. 그녀의 장점은 지난 30여 년을 정치권 중심에 서서 갈고 닦아온 정치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정책 수립 방법이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유권자는 현재 제도가 무너졌다고 믿었으며 변화를 추구했다.

힐러리는 사람을 열광하게 하지 못한다는 단점과 국무부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실보다 더욱 부정직하게 보여졌다. 클린턴이 오바마가 그랬듯 유색인종과 젊고 高지식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선거 이틀 전인 11월7일 클린턴은 그의 남편을 비롯, 오바마 내외와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함께 필라델피아에서 유세를 펼쳤다. 그는 하지만 이곳에서 오바마가 2012년 받은 표보다 2만8000표를 덜 받았다. 이는 그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패배하게 된 표차와 매우 가까운 수준이다. 클린턴은 최근 펜실베이니아를 대상으로 한 125개의 여론조사에서 107개를 이겼다. 펜실베이니아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것은 1988년이 마지막이다.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에 이어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자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클린턴은 오바마에 뒤처졌다. 그녀는 유색인종 부문에서 트럼프를 74% 포인트 차이로 따돌렸고 청년층에서는 55% 포인트 앞섰다. 이는 오바마가 2012년 당시 받은 투표율과 비교해 10% 포인트씩 낮은 수치다.

그녀를 구원해줄 유권자는 트럼프로부터 모욕을 당한 히스패닉과 여성으로 보였다. 하지만 히스패닉의 65%만이 그녀에 투표했고 여성은 54%에 불과했다. 히스패닉 부문에서 힐러리는 오바마보다 6% 포인트를 적게 받았고 여성의 경우 1% 포인트 모자랐다. 대학을 나온 여성 유권자가 클린턴을 뽑을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을 것이란 조사가 나왔지만 여기서도 클린턴은 6% 포인트 더 받는 데 그쳤다.

민주당에서 더 나은 후보가 나왔다면 트럼프를 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버니 샌더스와 조 바이든 부통령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침통에 빠진 민주당 지지자들이 봤을 때 그들은 그다지 강력한 후보로 비치지 않을 것이다.

8년간의 정권을 이어가며 민주당은 유력 정치인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번에 펼쳐진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잘 나타난다. 오하이오 주지사 테드 스트릭랜드와 인디애나 주지사 에반 배이, 그리고 펜실베이니아의 케이티 맥긴티 모두 패배했다.

공화당은 24명의 상원의원이 재선에 도전했으며 단 두 명만이 실패했다. 공화당은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를 뒤집기 위해선 공화당보다 30명이 더 당선돼야 했지만 8개를 앞서는 데 그쳤다.

대법원에 보수 성향 판사를 앉히고 오바마의 업적을 모두 없애겠다는 트럼프 정부에 兩院(양원) 모두 공화당이 차지하게 됐다. 미국이 대통령과 양원을 모두 갖게 되는 건 오바마 1기 정부 이후 처음이다.

각종 이득을 본 게 많지만 트럼프 역시 한 게 많다. 트럼프가 이민 관련해 말을 꺼냈을 당시 그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백인 이외의 투표도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꾸준함이 새로운 결과를 나타냈다. 백인 민족주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경제와 문화적으로 불만이 많은 이들의 결집을 통해 지는 선거를 이기는 선거로 만들었다.

아마 이건 트럼프가 자랑하는 그의 直感(직감)이었을 것이다. 부잣집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트럼프는 이들의 불만과 잘 어울리게 됐다. 그는 경선 당시 진행된 이코노미스트와 의 인터뷰에서 “우리 아버지는 브루클린과 퀸스에서 건물을 지었다”며 “나 역시 계약직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해봤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어떻게 해서 나는 지금 뉴욕 5번가에 살고 있지만 이들과 잘 교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너무 겸손했다. 트럼프는 학위가 없는 백인층에서 큰 차이로 이겼다. 투표자의 3분의 1을 차지한 이들에게 트럼프는 클린턴을 39% 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유세 과정에서 “오바마를 죽여라"나 “클린턴을 불태워버려라”를 외치는 사람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중산층의 화이트컬러 백인의 49%가 트럼프를 뽑았다. 이는 롬니가 받은 표보다 조금 적은 편이다.

아직 개표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는 롬니와 비교해 100만 표 정도를 덜 받았고 클린턴에게도 뒤처지는 상황이다. 클린턴은 오바마보다 600만 표 가량을 덜 받았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선거인단 투표에서 279대 228로 이겼다. 그는 백인의 힘으로 당선이 됐으며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에서 나온 노동자의 표로 당선됐다. 이 세 곳의 주는 클린턴이 매우 쉽게 이길 것이라 생각한 곳이다.

아마 선거를 11일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이메일 의혹을 제기했다 철회한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의 역할도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는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고 지지자들 간의 불화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이는 일반적인 정당 정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인 절반은 다른 절반이 그냥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믿기만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