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림사건’의 재판을 담당했던 서석구(徐錫九) 변호사는 5일 헌법재판소(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소추 2차 변론에서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은 민주노총”이라며 “촛불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8회 '우남애국상' 수상 당시의 서석구 변호사.

徐 변호사는 또 국내 언론이 촛불집회의 주제가로 평가하는 ‘이게 나라냐’를 작사·작곡가 윤민석에 대해 “김일성 찬양노래를 만들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인물”이라며 “어떻게 촛불민심에서 김일성 찬양노래를 지은 사람이 만든 노래가 불러지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변론에서 徐 변호사의 공(功)은 촛불집회 주도단체(민노총 등 53개 단체)를 직접 거명하고, 집회의 주제가나 다름없는 ‘이게 나라냐’를 만든 인물(윤민석, 본명: 윤정환)의 행적을 밝힌 것이다. 서 변호사의 발언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준 셈이다.

그동안 촛불집회 주제가를 만든 윤민석의 과거 행적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10월 말부터 서 변호사가 5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전 까지 <조갑제닷컴>을 필두로 <미디어워치>, <뉴데일리>, <조선pub> 에서만 보도했었다.

徐 변호사 발언을 '꼼수'로 폄하한 言論

헌재에서 徐 변호사의 공개 발언 이후 <조선>, <중앙>, <동아>를 포함한 거의 모든 언론이 서 변호사의 발언을 기사화 했다. 문제는 서 변호사의 발언을 다루는 소위 보수 언론의 태도다.  

<조선일보>는 6일자 사설에서 《2차 변론 기일 심리에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은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 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 '촛불 시위는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 '시위 주동은 주체사상 따르는 사람들', '북한이 극찬한 언론 기사를 탄핵 사유로 결정한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구체적 소추 사실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는 정치 발언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촛불 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는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주장은 귀를 의심케 한다. 대리인단은 어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인 민중총궐기가 민심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광화문 촛불집회의 주도 세력은 민주노총”이라는 억지 논리를 폈다. 지난해 10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 10차례의 촛불집회에 참가한 1000만 시민이 민주노총의 ‘선동’에 놀아났다는 궤변이다…(중략) 이는 지난해 1000만 명이 동참했던 촛불 민심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들려는 꼼수일 수 있다.》

<동아일보>는 徐 변호사의 발언 이후 '박사모' 회원들의 반응(제목: “‘변호인’ 국밥집 아들 무죄 선고한 서석구 파이팅”)을 기사화했다. <동아>는 기사에서 민노총과 관련해서는 徐 변호사의 발언을 소개하고, 윤민석의 행적에 대해서는 박사모 회원의 글로 대체했다.

<조·중·동>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문화일보>는 6일자 사설에 <탄핵법정 朴 대리인단, 法理보다 이념戰 앞세우는가>라는 제목을 단 뒤,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5일 진행된 제2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법리보다 사실상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시키거나, 탄핵 심리 자체를 가급적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중략) 소크라테스와 예수도 다수결 때문에 사형되고 십자가를 졌다”고 한 대목은 그게 과연 헌재 대심판정 발언인가 싶을 정도였다. 탄핵 법정을 이념 프레임으로 각색시켜 선(善)과 악(惡), 이성 대 포퓰리즘의 대결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左派언론은 이미 오래 전에 사실상 ‘선전선동’ 기관이 됐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이른바 보수언론이라는 朝·中·東과 문화일보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생각은 않고, 사설 등을 통해 천편일률(千篇一律)적으로 徐 변호사의 발언을 '궤변', '정치발언', '꼼수', '이념대결의 장으로 변질', '포퓰리즘의 대결' 등으로 폄훼(貶毁)한 것은 대한민국 언론의 비극이다.  

北 <노동신문>, 사설 통해 남한 언론 '극찬'

남한 언론의 최근 행태에 대해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23일자 사설에서 “남조선언론들이 ‘박근혜 최순실 추문사건’의 내막을 련일 파헤쳐 널리 보도하고 있다…(중략) 각계의 투쟁소식들을 신속히 전하면서 ‘반정부’ 기운을 고조시키고 있다…(중략) 남조선에서의 이번 특대형 정치추문은 언론들에 의해 처음으로 폭로되었다”고 언급했다.

<노동신문>은 “불의와 폭력, 위협에 굴하지 않은 량심적인 언론인들에 의해 그 전모(주: 최순실 게이트)가 나날이 파헤쳐지고 있다. 남조선 언론들의 이러한 보도활동은 정의와 진리의 대변자, 시대의 선각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나가려는 정당하고 의로운 행동”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이 위와 같은 사설을 낸 것은 조·중·동·문화일보 등의 언론이 선동, 조작, 과장, 편향, 집중 보도, 획일적 편집 등의 면에서 북한 신문을 따라가서 이뤄진 것이라 하겠다.

참고로 조·중·동·문화일보는 徐 변호사의 발언 이후에도 민노총이 어떤 단체인지, 윤민석이라는 인물이 과거 어떤 조직에서 활동했는지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