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基文 전 유엔사무총장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기득권층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특권층’이란 말을 꺼냈다.

'저의 성향이 보수 쪽에 속하고, 기본적으로 기득권 세력으로 보는 거다. 기득권층에 속한 사람은 다 보기 싫은 것은 정치사적으로 보면 쓰나미가 불어오는 거다. 제가 개도국 독재자들을 불러놓고 이러지 말라, 제발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고 쓴소리를 많이 했는데, 갑자기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민망하게 됐다. 대통합을 하지 않으면 못 산다. 이게 시대정신이자 정의다. 대통합의 수단은 대타협이다. 특권계층이 이 사회에 너무 많다. 심지어 노동계에도 특권층이 있다. 자기주장만 계속 해대고 거리를 뛰쳐나와 어거지를 쓰면 대타협이 안 된다. 70~80년대에는 지역주의가 문제였는데 이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계층이 생겼다. 거기에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머리 좋고 잘사는 사람은 훨씬 더 잘살고 낙오하는 사람은 더 어려워진다. 정부 지도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직접 나서야 한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선 기득권이나 특권층 논쟁이 붙을 것 같다. 미국 사회의 기득권층에 속하는 트럼프가 힐러리를 기득권자로 몰아 당선되는 것을 본 이들이 기득권 논쟁의 프레임을 장악하려 애쓸 것이다. 기득권이란 말은 대체로 좌파 성향 인사들이 애용해왔다. 주로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분류, 계급적 시각이 많이 들어갔다. 

한국은 계급적 차별도 특권도 인정하지 않는 법치민주주의 체제이다. 따라서 기득권이란 말로써 국민들을 1 대 99 식으로 대치시키는 것은 헌법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재산을 기준으로 국민을 구분하는 것도 모순이다. 法治민주주의 국가에 부합하는 기준은 법이다. 

법과 상식을 무시하는 사람, 그렇게 하고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람은 특권층이다. 법을 무시할 정도의 특별한 권력을 누리는 이들이란 뜻이다. 특권층은 공동체의 통합을 저해한다. 특권이 개입하면 특혜가 생기고 불공정한 나라가 되어 불만자가 量産된다. 

'특권층을 때려부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자'로 정리하는 게 옳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특권층은 누구인가?

귀족노조, 제왕적 국회, 정치검찰, 선동언론, 무책임 NGO, 박원순 이재명 같은 견제가 통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장, 反사회적 기업 등이다. 이들을 특권층으로 분류하면 반발이 거셀 것이다. 노조, 국회, 검찰, 언론 전체를 특권층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고 극소수의 문제아들을 골라내어야 반발을 줄일 수 있다. 개혁을 하려면 대상을 좁히고 我軍을 늘려야 한다. 

문재인의 '기득권층'과 반기문의 '특권층'이 충돌하면 '특권층' 개념이 국민들에게 더 호소력이 있을 것이다. 말이 짧고, 구체적이고, 정확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