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27. 마이니치(每日)신문

트럼프 정권의 대북 정책 향배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김정은
에게 변화가 감지된다. 절대적으로 추앙받는 최고 지도자인데도 자기
비판을 하는 듯한 모습을 스스로 내보이는 한편, 간부들에게는 여전
히 두려운 존재로 자리매김 되어 있다.

■人民제일주의 노선...對美 태도는 和戰 양면?

그것은 귀를 의심케 하는 언급이었다. 조선중앙 TV로 방영된 신년사
에서 김정은은 이렇게 말했다.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보다 분발하여, 혼신의 힘을 다해
인민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자 한다>.

아울러 연설 모두(冒頭)에서 머리를 숙였다. 얼마 전 조선중앙 TV를 통해
비친 김정은은, 고기잡이가 한창이던 인민군 수산사업소를 방문하여
만세를 부르며 맞아주는 여성 종업원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몇 번이나
거듭 '수고 많다'며 격려의 인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신년사는 <인민을
향한 진실한 충복, 충실한 종이 될 것을 신년 아침에 엄숙히 맹세한다>
는 언급으로 맺었다.

그 맹세대로, 김정은은 '인민 제일주의'를 내걸며, 연초에 가방공장과
김치공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아울러 외부를 향한 대결적 자세 또한
잊지 않았다. '미국 제일주의'를 내건 프럼프 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11월 이후 핵·미사일 실험을 보류하고 있기는 하지만, 신년사에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 실험 사업이 최종단계에 와 있다>
며 도발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일축하는 등 미북간 신경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인민들에게는 부드럽고 겸허한 모습의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하고, 대신, 간부들에게는 인정사정 없는 숙청으로 충성을
강요하는 것이 김정은의 최근 모습이다.

작년 여름, 한국으로 망명한 前 영국주재 북한 공사 태영호(太永浩) 씨
는, 기자회견에서 <1조 달러를 갖다주든, 10조 달러를 갖다주든 김정
은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공
포선행통치'(恐怖先行統治)로 규정했다. 공포통치의 대표적 사례는
장성택 처형이다. 태영호 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
때도 숙청은 있었지만, 명분이 있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서 자행되는
숙청은 명분이 모호하다. 대부분 즉흥적이다. 장성택 사건은 북한 역사
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노동당 행정부를 통째로 압살했다. 副부장,
과장은 전부 총살당했고, 일반 구성원과, 가족들 모두는 수용소로
보내졌다. 사진 같은 흔적조차 허락되지 않고 삭제작업이 진행되었다.
11명의 간부가 사라졌다. 단계적으로 숙청은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
은 3년 동안 처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공직자들에게는 자백서를 제
출토록 강요하여 장성택과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증명토록 했다. 만약
나중에 뭔가 장성택과의 관련성이 드러나면 참혹한 숙청을 당할 것이
다>.(1월3일 'TV 조선' 방송에서)

이러한 참혹한 숙청의 흔적을 입수했다. 평양에서 2008년에 출판된 '光
明백과사전' 제6권(문학예술편)이 그것이다. 사전에는 시대별 중요한 영
화 작품에 해설이 붙여져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부자연스러운 편집이
가해져 있었다. '먼 훗날 나의 모습'(1997년), '줄기는 뿌리로부터 자란
다'(1998년), 그리고 '어느 여학생의 일기'(2006년) 해설 부분에 수록된
영화 장면 사진이 흰 종이로 가려져 있는 상태가 되었다. 흰 종이로 가
려지기 전의 오리지날 광명백과사전을 입수하여 비교해 보았더니, 두
명의 여배우가 사라졌다. 흰 종이로 사진이 가져진 시점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 분명치 않지만 최근 1년 이내로 추정된다. 사라진 여배우는
'먼 훗날 나의 모습'과 '줄기는 뿌리로부터 자란다'라는 두 작품에서 주
연으로 나왔던 '김혜경' 씨다. 그리고, 또 한 명은 '어느 여학생의 일기'
에 주연으로 나왔던 '박미향' 씨다. 이들 작품은 크게 히트하여 여배우
들은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어느 여학생의 일기'는 북한 영화로는
최초로 칸느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고 일본에서도 공개되었다.

아울러, 최신판 '조선우표 카탈로그'(조선우표사)에도 흔적이 있다. 김
정일의 '영화예술론 발표 35주년'을 기념하여 2008년에 발행된 네 종
류의 우표 소형 시트 중에서 '어느 여학생의 일기'의 한 장면이 디자인
된 우표 1매 부분이 사라진 상태다. 아울러 2013년에 발행된 평양민속
공원 개장 기념 우표에는 수록조차되지 않았다.

이런한 북한의 김정은은 트럼프 정권을 향해 어떤 제스처를 보일 것인
가? 미국에서 북한정치를 연구하는 이소자키 아쓰히토(礒崎敦仁) 게이
오(慶應)대 副교수는, <장성택 사건은 김정은의 권위와 권력을 절대적
인 것으로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했다. 작년에는 당대회를 개최하여 당
규약과 헌법을 개정하여 김정은 체제를 강화하면서 내정을 더욱 굳게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고 분석하며, 이렇게 전망했다.

<워싱턴에서는,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북한 핵·미사일 개
발에 시간적 여유만 제공했다는 비판이 강하다. 작년에 두 번의 핵 실
험과 다수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 내부적으로 북한에 대한 주목도는 높
아진 상태이며, 트럼프 정권이 북한 문제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점은
확실시된다. 문제해결 방식이 선제적 군사공격 가능성을 흘리는 초강경
책인지, 반대로, 대담한 교섭의 전개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 양극단 모두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어느 쪽이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언동에 흥미를
보이면 김정은 의대대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김정일 시대 때
와 같이 김정은은 핵·미사일을 미북교섭의 카드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
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읽지 못하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은 신년사에,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국
을 염두에 두고, 진보파 정권 탄생에 대한 기대까지 담았다.>

서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파의 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강남의 컨벤션 센터 코엑스 앞에서 7일 있었던 집회에서는 많은 한국
국기와 함께 성조기 또한 보였다. 플래카드에는 <월컴 트럼프>라는 문
구가 적혀 있었다. 곧 드러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북미관계
향배에 특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배우 김혜경 씨 사진에 흰 종이가 붙여진 '光明백과사전' 제6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