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상황이 벌어진 방: 백악관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이 미국 언론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예정된 출간일은 6월 23일인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소(訴)를 제기했다. 책에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기밀이 포함돼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볼튼의 책은 이미 인쇄가 완료돼 서점 등으로 배송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출간 자체가 금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랜 시간의 법적 절차가 끝나 볼튼이 벌금형을 받는 상황이 일어날 수는 있다고 한다.

볼튼은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본인 이름으로 책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 공개했다(https://www.wsj.com/articles/john-bolton-the-scandal-of-trumps-china-policy-11592419564?mod=hp_lead_pos1). 트럼프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시진핑을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했다. 재선을 위해서는 농장이 많은 지역에서 표를 받아야 하니 미국 농산품을 최대한 많이 사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한다. 또한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묵인하며 ‘지금은 협상이 중요하다. 미국도 인권문제가 있지 않느냐’ 식의 발언을 했다. 볼튼은 트럼프가 내린 중대한 결정 중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린 결정을 꼽는 것조차 어렵다고 했다. 또한 민주당이 우크라이나에만 집중해 탄핵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외교 정책 전반을 침착히 검토한 뒤 탄핵을 추진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고 했다. 볼튼이 공개한 원고의 전문을 번역해 소개한다.

////////////////////////////////////////////////////

지난 40년 이상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은 두 가지의 기본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하나는 중국의 경제가 시장주의와 세계 시장과의 깊은 교류, 국제사회의 경제 규칙을 넓게 수용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에 따라 번영을 이루는 방향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었다.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도록 한 것이 이런 분석의 절정기였다.

두 번째는 중국의 국부(國富)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의 정치 역시 더욱 개방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중국이 민주화가 될수록 역내(域內)에서나 국제사회의 헤게모니를 염두에 둔 경쟁에 나서는 것을 피할 것이고 국제분쟁의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두 개의 전제 모두 근본적으로 틀렸다. 중국은 WTO에 가입한 이후 모두가 예상했던 것과는 정확히 반대의 행동을 했다. 중국은 WTO를 가지고 놀았다. 중국은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기구 속에서 중상주의(重商主義) 정책을 추진하려 했다. 중국은 지적자산을 훔치고 외국 기업체가 기술을 다른 곳에 넘겨주도록 강요했다. 또한 자국(自國) 경제를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계속 운영해갔다.

정치적으로 보면 중국은 민주주의를 향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에서 멀어져갔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 중국은 모택동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와 가장 중앙집권화 된 정부를 갖게 됐다. 소수민족과 종교집단에 대한 탄압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사이버 공격 체제를 만들었고 500년 만에 처음으로 대양해군을 구축했으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을 늘렸다.

나는 이러한 전개상황이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물론, 우리의 친구들과 동맹국들에 위협이 된다고 봤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사실상 지켜보기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커지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정치적, 그리고 군사적 힘은 강력한 경제에 기초한다는 중요한 진실을 알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에 피해를 주는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적 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막는 것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무너뜨리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핵심은 트럼프가 중국의 위협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다. 그의 보좌관들은 지적으로 심각하게 쪼개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같은 ‘팬다허거들(panda huggers, 注: 직역하면 팬다를 껴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중국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을 비판하는데 사용되는 용어다)’이 있다. 또한 자유 무역을 믿는 것이 입증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윌버 로스 상무부장관과 같은 대중(對中) 강경파가 있다. 아울러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 특별대표와 백악관 무역 자문 피터 나바로가 있다.

2018년 4월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이 된 뒤 나는 무익한 역할을 맡게 됐다. 나는 중국의 무역정책을 더 큰 전략적 기조 안에 들어가도록 하려 했다.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좋은 슬로건을 붙였다. 그러나 전략이 슬로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블랙홀에 빠지게 되는 것을 피하느라 애를 썼다.

중국과의 무역 문제는 첫 날부터 완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트럼프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소규모의 사람들을 백악관 집무실이나 루즈벨트룸에 모아 놓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복잡하고 논란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다. 해결책은 없는 가운데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게 됐다. 더 최악인 것은 그 전에 결정된 결과가 며칠 뒤에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내 머리를 아프게 했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중국과의 무역 분쟁 전선에 조그마한 진전이 일어났다. 다음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될 예정인 G-20 정상회의에 관심이 집중됐다. 시진핑과 트럼프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계기였다. 트럼프는 이 만남을 그가 꿈에 그려오던 일로 생각했다. 강력한 두 지도자가 유럽 지도자들을 배제한 채 마주 앉아 큰 협상을 이뤄내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라이트하이저는 많은 일들이 잘못됐다고 봤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를 자유롭게 놔두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게 될까 걱정했다.

12월 1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만찬장에서 시진핑은 트럼프가 훌륭한 사람이라며 말을 시작했다. 시진핑은 노트해온 것을 읽어 나갔다. 이를 사전에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임이 틀림없었다. 트럼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애드립(즉흥적)으로 말을 풀어나갔다. 동석한 보좌진들 중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만찬의 하이라이트는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트럼프와 6년 더 일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였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한다는 헌법 조항이 자신을 위해 폐지돼야 한다는 말을 한다고 맞받았다. 시진핑은 미국에는 선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찬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진핑은 핵심적인 문제로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는 ‘미국이 트럼프의 기존 관세를 철회하고 미국과 중국 모두 환율조작을 하지 않으며 사이버 세계에서의 절도에 가담하지 말자’는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 시진핑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최소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은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은 “사람들이 이를 기대한다”고 했다. 나는 시진핑이 말한 모든 것들에 트럼프가 ‘예스’라고 할까 봐 두려웠다.

트럼프는 거의 그런 상황에까지 갈 뻔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관세를 25%로 늘리는 대신 현행 10%를 유지하겠다고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시진핑이 압박한 대로였다. 트럼프는 이에 따른 대가로 중국이 미국의 농산품 수입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농장이 많은 주(州)들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이에 동의한다면 미국의 관세는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이었다.

트럼프는 라이트하이저에게 자신이 무언가 빠뜨린 것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라이트하이저는 대화가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만들려고 했다. 그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언급하고 중국의 제안을 갈기갈기 찢어냈다. 트럼프는 라이트하이저가 중국과의 협상을 맡게 될 것이고 재러드 쿠슈너가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하며 말을 끝냈다. 중국 측 사람들이 활기를 되찾더니 미소를 짓는 순간이었다.

2019년 5월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중국이 핵심 합의 사항 일부를 어긴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은 중국이 그냥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트럼프는 6월 18일 시진핑과 전화통화를 했다. 두 사람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 만나기 1주 전이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그리웠다며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일 중 하나가 중국과의 무역 협정을 타결한 것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이것이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6월 29일 시진핑은 오사카에서 트럼프를 만나 미-중 관계가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시진핑은 미국의 일부 정치인사들(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이 중국과의 신냉전이라고 말하는 등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나는 시진핑이 민주당 인사들이나 미국측 테이블에 앉아 있는 우리들 중 누군가를 지목하려 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시진핑이 민주당 인사들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는 민주당 사이에서 중국을 향한 적대심이 엄청나게 크다고 했다. 트럼프는 갑작스럽게 다음 대화 주제를 미국 대통령 선거로 옮겼다. 중국의 경제적 역량을 언급하며 시진핑이 자신이 이길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트럼프는 농부들이 중요하다며, 중국이 콩과 밀가루를 더 많이 사주는 것이 오는 선거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길 계획이었으나 정부가 원고 사전 검토과정을 통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트럼프는 지난 달 무역 협정이 무너지게 됐던 일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이 다시 협상하는 자세로 돌아와 역사상 가장 흥분되고 가장 큰 합의를 이뤄내자고 했다. 트럼프는 3500억 달러(트럼프의 추산치)의 무역적자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에게 중국이 살 수 있는 한 최대로 많이 미국의 농산품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과거 주제로 다시 돌아갔다.

시진핑은 무역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또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양측 협상팀이 농산품을 최우선 주제로 놓고 대화를 재개하자는 트럼프의 양보를 환영했다. 트럼프는 “당신은 지난 300년 사이 중국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다”라고 소리치며 기뻐했다. 트럼프는 몇 분 후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말을 수정하기도 했다.

내가 사임한 후 계속된 협상을 통해 2019년 12월 잠정 합의안이 발표됐다.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대화를 살펴보면 트럼프의 무역 정책에 대한 모순과 트럼프가 갖고 있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미국의 국가적 이익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자기 자신과 국가를 구분하지 못했다. 무역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전반에 걸쳐서 말이다. 나는 나의 백악관 임기 동안 트럼프가 내린 중요한 결정 중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린 결정이 있는지를 특정해내기 어렵다고 본다.

중국의 통신업체인 화웨이와 ZTE에 따른 위협을 예로 들어보자. 로스 상무부장관 등은 미국의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계속 압박했다. 이들 회사가 이란과 다른 불량국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회피해 사업을 하는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말이다.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 ‘회사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5세대 네트워크(5G)를 비롯한 통신 및 IT 시스템을 각국에 침투시켜 이들을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물론 이들 회사들은 미국이 자신들의 사업을 이렇게 규정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를 해결해야 할 정책적 문제라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시진핑과 개인적인 제스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일례로 트럼프는 2018년 로스와 상무부가 ZTE에 부과한 벌금을 취소시켰다. 2019년 트럼프는 중국이 무역 협정에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화웨이에 대한 형사처벌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제의했다. 이 역시 2020년 재선을 위한 일이었다.

트럼프가 주고받은 대화 중 이와 비슷한 상황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는 대통령직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민주당에서 탄핵을 추진한 세력들이 2019년 우크라이나 문제 하나만을 가지고 집착하는 대신 트럼프의 모든 외교 정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탄핵 결과 역시 달라졌을 수 있다.

무역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의 억압에 대한 홍콩의 불만은 커져갔다. 중국 송환법이 불을 지폈다. 2019년 6월 초가 되자 대규모 시위가 홍콩에서 일어나게 됐다.

내가 이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을 처음 들은 것은 6월 12일이었다. 일요일 시위에 150만 명의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뒤였다. 그는 “중대한 일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바로 “나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미국에도 인권문제가 있다”고 했다.

나는 트럼프가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국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를 바랐다. 내가 그를 잘 몰랐던 것 같다. 그해 6월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대가 학살을 당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 왔다. 트럼프는 백악관 명의의 성명을 내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천안문 사태는) 15년 전의 일이다”라고 틀린 말을 했다. 그는 “누가 그 일을 신경 쓰느냐? 나는 협상을 하려 한다. 나는 다른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렇게 마무리됐다.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의 탄압도 커져갔다. 트럼프는 2018년 백악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만찬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문제로 중국에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왜 검토하고 있느냐고 내게 물었다. 위구르족은 중국 북서부 신장지구에 사는 사람들로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2019년 6월 오사카에서 열린 G-20 개최 만찬이 열렸다. 통역사들만 자리한 가운데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자신이 왜 신장지구에 수용소를 건설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미국 측 통역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수용소를 건설하는 일을 계속하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아시아 정책을 담당한 매튜 포틴저는 트럼프가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고 내게 말했다.

트럼프는 대만도 탐탁치 않게 여겼다. 중국 본토의 투자자들을 통해 부(富)를 이룬 월스트리트의 자산가들의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비유가 있다. 그는 사인펜의 뚜껑 부분을 가리키며 “이것이 대만이다”라고 했다. 그러고는 백악관 집무실의 역사적인 결단의 책상을 가리키며 “이것이 중국이다”라고 했다. 또 하나의 민주주의 동맹국에 대해 미국이 갖고 있는 헌신과 의무가 그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일어나자 중국과의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됐다. 중국은 이 질병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조작하고 왜곡했다. 의료진이나 사람들 중 정부와 반대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탄압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다른 단체들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막았다.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창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대응 중 비판받아야 할 것들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초기에 이 질병을 막아냈고 경제적 타격은 미미하거나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말을 통해 상황을 모면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보건 문제에서도 말이다. 이는 그는 물론이고 국가의 신뢰도를 약화시켰다. 그의 성명들은 책임 있는 모습으로 보건 문제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피해를 막기 위한 말들로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판받는 사소한 일들도 있다. NSC 직원들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는 내가 백악관에 들어가 시작한 일이다. 직원간의 협력과 효율성을 늘리기 위해 중복되는 일을 줄이기 위해 NSC에서 국제 보건문제와 생물 관련 방어를 담당하는 부서를 생화학무기 및 핵무기를 담당하는 부서에 편입시키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생물무기 공격과 전염병의 대유행은 비슷한 점이 많다. 이 두 위협을 다루는 의료 및 보건 전문가들은 비슷한 사람들이다. 보건 부문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은 이렇게 합쳐진 부서에 들어가서 과거에 하던 일과 똑같은 일을 맡았다.

NSC의 내부 구조는 트럼프라는 혼란의 쓰나미 속에서 흔들리는 나비의 날개와 같았다. 백악관 상부가 다른 생각을 가졌음에도 문제를 제대로 인식한 NSC 직원들은 전염병 대유행과 관련해 자신들의 임무를 맡은 바 수행했다. 트럼프가 3월에 발표하기보다 훨씬 전에 이미 국경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정책 조언을 했다. NSC의 생물안보팀은 자신들의 할 역할을 제대로 했다. 결단의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2020년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트럼프는 안티 중국 레토릭으로 크게 선회했다. 중국과의 무역협정에 대한 짜증과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재선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트럼프는 이제 중국을 비판하기로 결정했다. 충분한 정당성을 갖추면서 말이다. 그의 언행(言行)이 일치될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 시위대에 대한 중국의 탄압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구체적 발표는 이어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현재 갖고 있는 생각을 선거일 이후에도 갖고 있을지 여부다. 트럼프의 대통령직은 철학이나 대전략, 정책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트럼프가 2차 임기에 들어서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고 있는 중국 문제 현실주의자들과 사람들이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