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錄] 2008년 2월28일 작성

일본은 1993년 북한의 NPT 탈퇴를 계기로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위기관리시스템을 정비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1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자국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경찰과 자위대가 합동으로 대처하는 시스템을 정비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1999년 경찰과 자위대가 참여하는 일본인 철수 훈련을 실시했으며, 북한 미사일 위협이 표면화된 2003년에는 위기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한 바 있다.
 
일본 정부의 북한 급변사태와 관련된 제반 사항은 美日 공동작전계획인 5055에 구현되어 있다.

일본과 미국 간에는 5055 계획 이외에도 구소련의 침공을 상정한 5051 계획(1984년 작성), 중동 유사시 일본에의 영향 등을 대비한 5053 계획(1995년 작성) 등이 있는데 얼마 전 5055 계획의 개정으로 미국과 일본은 군사력 일체화가 가속되고 있다. 
 
중국의 팽창과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 동북아를 둘러싼 美군사당국의 대(大)전략은 주한미군 재배치와 주일미군 재배치를 긴밀히 연결, 이를 통해 나토(NATO)형 ‘한·미·일 3각 동맹군’을 운용하는 것이다.  냉전시절 對소련 집단방위체제로 출범한 나토가 유지·발전되는 이유는 나토가 일반적 목적과 특수목적을 병립시켜 상황에 맞게 동맹이 기능토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일 3각 동맹군’의 운용은 그동안 韓日 간의 신뢰구축 미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하는 일본 헌법의 제약, 한·미·일 군사체제 일체화에 경계심을 품는 중국·러시아·북한 등의 반발 등이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대북 군사전문가는 “미일 동맹이 재편되면서 통합사령부 쪽으로 가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자위대의 실체와 위상은 주일미군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으로 주일미군 전력과 자위대의 전력이 합쳐진 모습이 자위대의 군사력”이라고 설명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재기, 그리고 북한 핵-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구가하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함께 동반자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미일동맹은 최근 수년 동안 재편과 함께 통합사령부 쪽으로 가고 있다.

자위대의 실체와 위상은 주일미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주일미군 전력과 자위대의 전력이 합쳐진 모습이 자위대의 군사력이다. 대한민국 육군은 미군과 함께 한반도 유사시 중국과 북한 군대를 상대로 '대규모 지상전'을 수행할 수 있는 아시아 유일의 군대다.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주일미군 재편을 통해 연합전력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 공고화를 통해 주일미군의 해·공군·해병대 전력, 자위대의 해상전력, 한국군의 지상군 전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韓日이 반목할 때가 아니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관련 글] 각자도생(各自圖生) 시대의 도래
(2016년 8월23일 작성)

한국 경제는 현재 일본식 ‘전환형 복합불황’ 시기로 진입한 상태다. 전환형 복합불황은 경제성장률, 물가, 투자, 금리가 모두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경제 상황을 뜻하는 신조어다.

며칠 전 한국의 좌파 경제학자들이 우리 사회의 모순(경제분야)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보기 위해 《불황 10년(우석훈 著)》이라는 책을 구입했다. 경제학자 우석훈 씨는 기본적인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의 시각이 우파 경제학자들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두 아이의 아빠인 우석훈 씨는 ‘파리제10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기자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온 우 씨의 책을 읽으며 한 가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한국 사회의 정치 그 자체에 대한 문제였다. 현재 한국에는 제대로 된 우파 정당도 없고 제대로 된 좌파 정당도 없다. 두 세력 모두 ‘수구화’ 되어있기 때문이다(하단 관련자료 참고).

경제가 침체되면 정치변동이 야기되는데 이는 2017년 대선에 그대로 투영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어떤 정당도 北核문제를 중점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는데, 이 문제는 경제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는 상관없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총선에서 20-30세대의 투표율이 높았는데 기성세대가 말하는 것처럼 이들이 左傾化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들 2030세대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보수적 성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北核문제는 국가의 생존이 걸린 사활적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北核 문제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사회전반에 퍼져 있는 듯하다. 때문에 ‘왜 北核을 이슈화하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기자포함)이 소수로 전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점에서 2017년 대선은 김정은이 核단추를 눌러 서울에서 核폭탄이 터지지 않는 한 北核문제가 이슈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요 이슈는 역시 경제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핵 이슈는 北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시한폭탄’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 대선의 주요 이슈는 左派에게 유리한 것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우석훈 씨는 자신의 저서의 마지막에 아래와 같은 지적을 했다.

《일본은 아무리 봐도 경제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정치가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한국이 걸어가는 미래는 역시 경제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정치가 실패한 사회로 가는 중이다. 이런 종류의 복사본은 세계사적으로도 다시는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를 바꿔 우리의 삶을 바꾸자! 맞는 이야기인데 냉정하게 말하면 일본에서는 아직,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그런 가능성은 전혀 안 보인다...(중략) 불행히도 그게 향후 10년 내에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한국의 정치가 10년 내에 좋아질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 전에 좋은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삶이 먼저 무너질 것이다. 세계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몇 번 있었는데, 1929년 대공황 이후 무너진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좋은 정치를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먼저 망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쟁은 독일이 먼저 시작했는데,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일본에만 떨어졌다.

경제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과 손을 잡는 것 치고는 (일본은) 피해가 엄청났다. 그렇다면 일본을 위기로 내몬 지도자들이 자국 내에서 욕을 먹나?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중략)

현재의 지표로 보면 정치도 실패하고 개인도 실패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중략) 가장 행복한 시나리오가 일본처럼 ‘가난한 나라에 부자국민’이 되는 경우이다(기자 주: 일본은 국가부채가 많은 대신, 국민들의 저축률이 높다). 

‘가난한 나라에 더 가난한 국민’, 이건 중남미의 여러 국가가 걸어간 길인데, 그 길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들이라도 부채를 좀 덜고, 씀씀이를 조정하고, 저축을 늘려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같이 망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시나리오다. 다른 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싶다.》

위기 상황이 이미 도래했는데 너나 할 것이 없이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위기(危機)는 리더의 판단과 대응에 따라 위험이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된다는 뜻이다.

위기에 대처하는 리더가 펼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위기가 닥쳤지만 그 상황이 위기인줄 모르는 리더, ▲위기인줄 알면서도 대처방안 없이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리더, ▲위기가 닥치니 자기 혼자서만 살겠다는 리더 등일 것이다. 이들 최악의 시나리오에 속한 조직은 ‘소멸’이라는 단어로 모든 것이 수렴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위기’가 막상 닥쳤을떄는 그 상황을 ‘기회’로 만들어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항시 준비하고 대처할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것이 바로 ‘진정한 리더십’인 것이다. 

리더가 제대로 서지 못한 나라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