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 늦게 마루에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외손자 吳政錫(11·초등학교 4학년)이 자던 방에서 훌쩍거리면서 복도로 나왔다. '왜 그러니' 하니, '묻지 마'라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수를 하고 나와서는 외할머니가 자는 침대로 와서 곁에 누웠다. 외할머니가 '왜 그래?' 하면서 껴안아주어도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외할머니(나의 아내)는 딸이 또 외손자를 혼낸 줄 알고 혀를 끌끌 찼다. 그때 딸이 방으로 들어왔다. 왜 우는지 이유가 밝혀졌다.

외손자와 동생인 외손녀는 도마뱀을 상자에 넣어서 키운다. 主食은 귀뚜라미이다. 도마뱀과 귀뚜라미는 잡지 않고 구입한 것이다. 그날 귀뚜라미를 도마뱀에게 던져주었더니 먹다가 목에 걸려 피를 토하였다. 이를 지켜보던 오정석이 대성통곡을 하다가 온 것이다. 기가 막힌 외할머니는 '정석아, 내가 죽어도 이렇게 울진 않겠지?'라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외할머니와 외손자는 서로 손을 잡고 같이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도마뱀이 빨리 낫도록 해주세요.'

다음 날, 딸이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했다. 파충류를 전담하는 수의사가 있다고 한다. 그날 밤 들려오는 이야기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밀려 있다는 것이었다. 며칠 뒤 길이 8cm 정도의 하얀 도마뱀은 치료를 받았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여 2만 원을 주었다고 한다.

나는 뱀을 싫어한다. 사진조차도 싫다. 외손자는 도마뱀이 귀엽다고 한다. 손바닥에 놓인 도마뱀을 들여다보니 귀여운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득 고등학생 때 일이 생각났다. 강원도에 갔다가  다람쥐 두 마리를 얻어서 부산으로 왔다. 집을 지어주고 바퀴를 설치, 돌리라고 했더니 며칠 뒤 문을 열고 달아나버렸다. 집 주변을 맴돌다가 사라졌는데, 그때 느꼈던 아련한 아픔 같은 게 되살아났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인간의 관심과 연민의 情의 대상이 되는 모양이다. 예외가 있다면 한국이다. 촛불은 생명체가 아닌데도 생명을 가진 인간의 숭배를 받아야 한다는 病的 분위기가 감돈다. 촛불은 언젠가는 꺼진다는 이야기를 한 국회의원은 불경죄를 저지른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한국인을 굶주림과 가난과 굴욕으로부터 구출하고도 非命에 간 박정희 육영수의 딸에 대하여는 연민의 정이 없다. 촛불숭배와 인간卑下의 분위기를 만든 것은 언론의 亂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