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필리핀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필리핀 국민의 反美 감정에 밀려 美軍 철수…국가적 실익 상실

柳錫春(월간조선)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긴급기고] 한국은 필리핀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필리핀 국민의 反美 감정에 밀려 美軍 철수…국가적 실익 상실
  
   反美 감정은 駐韓미군에게 떠날 구실만 제공한다.
  
  柳錫春 연세大 교수
  
  1955년 경북 포항 출생. 연세大 사회학과 졸업. 일리노이大 사회학 박사. 「동남아시아연구」 편집위원장, 필리핀大(UP) 제3세계연구소 교환교수. 現 연세大 교수,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저서·논문 「한국의 사회발전:변혁운동과 지역주의」, 「한국의 시민사회, 연고집단, 사회자본」, 「유교자본주의의 가능성과 한계」 등.
  
  (출처: 월간조선)
  
  필리핀 주둔 美軍의 역사
  
  2002년 7월 파월 美 국무장관의 필리핀 방문에 맞춰 필리핀에서는 反美시위가 빈발했다.
  
  
  필리핀과 미국 사이의 군사적 협력관계는 1898년 美·스페인 전쟁에서 시작된다.
  
  당시 미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필리핀 혁명지도자들을 끌어들였고, 스페인의 지배를 받고 있던 필리핀은 미국에 협력하면 독립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쟁 결과, 1898년 12월 파리조약을 통해 미국은 「필리핀을 독립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필리핀에 대한 종주권을 유지했다. 필리핀 독립의 꿈은 그렇게 무산되었다.
  
  이에 따라 1899년 2월부터 1902년 3월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독립전쟁에서 20만 명 이상의 필리핀人들이 희생되었다. 결국 미국은 193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필리핀에 자치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필리핀은 다시 敵(적)이었던 미국과 군사적 협력관계를 맺게 된다. 바로 일본의 필리핀 점령 때문이었다. 진주만 공격과 함께 일본이 필리핀을 점령하자 미국은 아시아에서 육군 및 공군 전략을 수행하는 美軍의 중요 보급로를 확보하고,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군 전략에 기여하기 위해서 필리핀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후 갓 독립한 필리핀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해 미국의 자동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전보장 체제가 필요했다. 그 결과 양국은 1947년 3월 군사기지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은 미국이 제공하는 해군·공군기지를 통해 對外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동시에 군사기지협정과 함께 체결된 군사원조협정을 통해 필리핀의 경제적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고삐를 놓친 정치 지도자들
  
  필리핀의 정치 지도자들이 미국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것과 달리 필리핀 국민들이 인식하는 안보 현실에서 美軍의 역할은 미미한 것이었다. 필리핀은 외부의 공산 세력과 직접적인 대치상태를 경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의 美軍은 내부의 공산주의 세력을 비롯한 각종 反정부 단체들의 반란을 저지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필리핀 국민들은 美軍은 다만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다고 여길 뿐이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정치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불평등한 조항이 포함된 미국과의 군사기지협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필리핀 국민들이 대부분 공감했다. 그 결과 군사기지협정은 불평등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요구가 반영되는 再협상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이는 당시 필리핀 사회의 내부에 형성되어 있던 反美 정서로 인하여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이루어졌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이러한 反美운동의 움직임을 통제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체제유지의 최후 보루였던 軍이 내부적으로 분열되면서 마르코스 정권은 「민중의 힘」에 의해 붕괴되었다. 민중의 지지로 새로이 출범한 아키노 정부는 1991년 수빅만 기지 사용 연장案을 거부했고, 1992년 미군은 수빅만에서 공식적으로 철수했다.
  
  이로 인해 필리핀에서 지속되었던 93년간의 美軍 주둔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는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 중단으로 이어졌다.
  
  
  필리핀의 美軍 복귀
  
  미국 군사원조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냉전시기 약 2000만 달러에 불과하던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는 1980년대 말 약 1억 달러 규모로 급격히 증가했다. 냉전 종식 이후 태평양 지역에서 작전능력을 증대시키고자 했던 미국은 필리핀에 대한 원조를 증가시켰고, 이는 필리핀 전체 방위비의 14%에 달하는 규모였다.
  
  내부적 빈곤의 문제만으로도 허덕이던 필리핀에게는 너무나 큰 공백이었다.
  
  美軍의 군사원조가 중단되자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대내적 정세가 흘러갔다. 내부적으로 1990년대 말 극렬 이슬람교 무장단체인 「아부 샤아프」의 등장으로 상존하는 테러의 가능성이 필리핀 최대의 안보위협으로 대두되었다.
  
  대외적으로는 1998년 중국이 남사군도에 해군 전력을 증강시키면서 안보위협이 고조되었다. 그때서야 필리핀은 對美 군사협력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되었다.
  
  한편 미국은 냉전이 종식된 후에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작전준비 태세 및 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우방국 및 동맹국 군대와의 적극적인 쌍무 및 多者間(다자간) 훈련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엔, 미국은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반군 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교두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1999년 5월 미국과 필리핀은 「방문군 협정(Visiting Forces Agreement·VFA)」을 체결하면서 다시 군사적 협력관계의 개선을 모색했다.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먼저 미국의 對테러 전쟁에 지지를 표명했고, 그 결과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앞으로 필리핀을 최우방국가로 대우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9500만 달러의 군사지원 약속을 받아 냈다.
  
  그러나 훈련을 위한 美軍의 필리핀 주둔이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하고 미국의 敵들이 필리핀을 공격하도록 유인할 것이라는 비판 역시 제기되었다. 2002년 2월 660여 명의 미군 특수부대원이 필리핀에 도착하자 필리핀 진보 진영의 反美 시위가 격해지기 시작했다.
  
  
  필리핀 국민의 84%가 미군 지지
  
  2001년 11월 실시된 한 필리핀 여론조사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들과의 전투를 위해 美軍의 지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한 인원이 전체의 84%에 달했다. 2002년 8월에 필리핀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는 필리핀 사회의 전반적인 의견과 달리 이슬람교를 믿는 필리핀人들만이 美軍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필리핀 국민들의 의식 변화는 2003년 부시 美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 시 反美 시위와 함께 親美 시위도 불러일으켰다. 물론 反美 시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필리핀에서 親美 시위가 나타났다는 것은 필리핀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美軍은 필리핀에서 철수한 지 10년 만에 필리핀 국민들의 84%의 지지를 받으며 10억 달러 규모의 군사원조와 함께 돌아왔다. 필리핀은 「反아부샤아프·親美」와 「親아부샤아프·反美」 중에서 前者를 선택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이슬람系 국민들의 反美감정을 자극했지만, 다른 한편 미국의 정책적 요구에 부합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국가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필리핀의 이러한 美軍에 대한 입장 선회를 가져오게 한 요인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美軍철수가 필리핀에 가져온 안보의 공백과 이를 보충하기 위한 미국 군사지원의 필요성이었다. 경제개발 및 軍 현대화 작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필리핀으로서는 명분 유지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장·단기적 군사전략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국익을 증대해 나갔던 필리핀의 현실적 선택을 무시할 수 없다. 필리핀이 선택한 것은 결국 「反美」라는 공허한 명분이 아닌, 「親美」라는 실질적인 국익이었다.●
  
  
[ 2006-05-15, 21:3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  뉴포커스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