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시신 풍경: 해진 혁대, 고물 시계

조갑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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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박정희가 죽은 뒤 일어난 일이다. 그는 수선한 바지를 입은 해진 혁대, 고물 세이코 시계, 멕기가 벗겨진 넥타이 핀을 꽂고 있었다. 서민의 품속에서 서민의 모습으로 죽고싶다던 그의 소망은 성취되었다. 박정희가 검소하게 살았기 때문에 한국인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김일성 김정일이 호화판으로 살았으므로 북한동포들은 굶주린 것이다. 필자 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근대화 혁명가 박정희 전기)]에서 인용.
  
  해진 혁대
  
  두 정보부 경비원 유성옥과 서영준은 허리에 권총을 차고 있었다. 그 권총을 일부러 보이면서 둘러선 군의관과 위생병들에게 '꼭 살려야 해요' 라고 위협조로 말했다. 정규형 대위는 이우철 일병에게 심장마사지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일병은 환자의 가슴 위로 올라가서 두 손을 포갠 뒤에 왼쪽 가슴을 몇 차례 강하게 눌렀다. 동시에 정 대위는 수동식 인공호흡 기 '암부'를 환자의 입과 코에 덮어씌워 놓고 공기주머니를 눌러 공기를 허파로 밀어보냈다.
  
  정 대위는 심장을 자극하여 박동하게 하는 강심제 에피네프린 20cc를 가슴에 주사했다. 심장마사지도 다시 했다. 한 20분간 응급소생법을 실시했으나 결과는 회생불능이었다.
  
  정 대위는 '도저히 안되겠습니다'라고 했다. 송계용 소령이 '돌아가 셨습니다'라고 곁에 버티고 있는 두 감시자에게 이야기했다.
  
  '이 사람이 누구십니까.'.
  
  송 소령의 물음에 두 감시자는 대답이 없었다. 며칠 뒤 군의관 정규 형 대위는 합수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얼굴을 보고도 왜 각하인줄 몰 랐는가'란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답했다.
  
  '병원에 들어왔을 때는 얼굴에 피가 묻어 있었고 감시자들이 응급 처지중에도 자꾸 수건으로 얼굴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시계가 평범한 세이코였고 넥타이 핀의 멕기가 벗겨져 있었으며 혁대도 해져 있었습니다.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약간 있어 50여세로 보았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사실로 미루어 각하라고는 상상도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송소령이 '피 닦고 사후조치를 취해'라고 지시했다. 위생병이 시체 의 얼굴을 덮은 손수건을 치우려고 하니 두 감시자가 또 제지했다. 송 소령이 '사후조치를 하지 않으면 시체가 부패한다'고 달랬다. 두 감시 자는 '누구도 바깥으로 나가선 안된다'고 조건을 달고는 허락했다. 위 생병 이우철과 이인섭 병장이 시체를 깨끗이 닦는 역할을 맡았다. 얼굴을 솜으로 닦는데 상처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손과 솜에 피가 묻어나곤 했다. 이일병은 천천히 시체의 머리를 더듬어 보았다. 오른 쪽 귀 뒷부분에서 새끼 손가락 하나가 쑥 들어갔다. 머리카락으로 덮여 잘보이지 않았던 그곳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일병은 이곳을 다시 닦아내고 솜으로 틀어막았다.
  
  시체의 와이셔츠를 벗겼다. 쇄골에서 약15cm 아래 가슴에 총탄이 들어간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아래 등에 사출구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사출구의 와이셔츠는 뚫려지지 않았고 탄알도 보이지 않았다.
  
  저녁8시 국군서울지구병원장 김병수 공군준장은 병원당직사령으로부 터 '응급환자가 왔으니 빨리 나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용산구 이촌 동의 자택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에 도착하여 당직실로 갔다. 군의 관에게 '무슨 사고야'라고 물었다.
  
  '총기사고입니다. 브이 아이 피(VIP) 같습니다.' '어떻게 되었나.'.
  
  '익스파이어(expire)했습니다. 디 오 에이(DOA. Death of Arrival) 입니다.' '뭘 이런 걸로 날 불렀나. 그런데 누군가.'.
  
  '모르겠습니다.' '누가 데려왔나.'.
  
  '비서실장님이 데려 왔습니다.' '응급실에 가보자.'.
  
  김병수 원장은 '공군준장 김병수'란 명찰이 달린 가운을 입고 응급 실로 갔다. 침대위에 있는 시체는 와이셔츠에 양복바지였다.
  
  '이 분들은 누구야.'.
  
  김원장은 옆에 서 있던 유성옥과 서영준을 가리키며 물었다. 군의관 이 대신 답했다.
  
  '같이 온 분들입니다.'.
  
  두 사람을 향하여 물었다.
  
  '이 사람 누구요.' '모릅니다.'.
  
  '당신들은 누구요.' '알 필요 없습니다.'.
  
  '그럼 소속은 어디요.' '비서실 직원입니다.'.
  
  김원장은 두 사람의 기세에 눌려 더 추궁을 못했다. 김원장은 군의 관들의 그 동안 처치과정을 듣고 직접 청진기를 가슴에 갖다 대어 사 망을 확인했다. 이어서 시체의 신분을 확인하려고 머리를 덮고 있는 수건을 벗기려 했다. 흰 수건은 피에 푹 젖어 있었다. 두 감시자는 얼 굴의 한쪽씩만 보이도록 수건을 열어보였다. 오래 관찰도 못하게 했다. 밤8시40분쯤 당번병이 '비서실장님 전홧니다'라고 알려 왔다. 원장실 로 뛰어가는데 두 감시자가 붙었다.
  
  '어떻게 되었나.'.
  
  김계원 실장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죽었습니다. 실장님, 이미 실장님이 데려올 때 사망했습니다.'.
  
  '그럼 정중히 모셔라.' '예.'.
  
  '그런데 어디에 모시려나.' '글쎄요. 저희 병원에 영안실이 없으니 어떻게 하지요.'.
  
  '그럼 각하 방에 모셔.' '그건 절대 안됩니다. 실장님. 아무리 그렇지만 각하 방에 어떻게 아무나 모십니까.'.
  
  '그럼 어떻게 하려나.' '우리는 어쩔 수 없지요.'.
  
  '그래 알았다. 하여튼 김장군이 책임지고 정중히 모셔라.'.
  
  
출처 :
[ 2003-05-31, 21:4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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