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식 공연과 한국인의 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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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월드컵 日記/5월31일 서울 월드컵 개막식
  
  力動·生動·機動하면서 창조되는 대한민국
  
  나의 월드컵 체험은 불안속에서 출발했다. 5월30일 밤늦게 집에 갔다. 그날 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서 있었던 前夜祭 공연에 갔던 두 딸이 중간에
  돌아와 주최측에 욕지거리를 퍼붓고 있었다. 비가 오는 데 대한 준비가 없
  어 일부 공연이 최소되고 입장질서도 엉망이었다는 불평불만이었다.
  31일 나는 아내와 함께 개막 네 시간 전에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
  다. 경기장 앞 공터에서 곧 개막식 공연에 참석하게 될 조선시대 복장의 행
  렬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의 불안은 더해졌다. 나는 생동하는 대한민국
  의 에너지를 자꾸 조선시대의 옷차림이나 유물을 가지고 표현하려는 것이 못마땅한
  사람이다. 덕수궁 앞에서 조선시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벌이는 儀式은 공
  연이지 실제가 아니다. 들고 있는 창은 호박을 찔러도 휘어질 것 같은 가짜
  가 아닌가. 외국사람들은 조선시대 군인들이 실제로 저런 무기를 가지고 싸
  웠으니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강군이 된 대한민국 국군에 대한 모독이자 우리가 재발견한 尙武정신을 무시하는 것이다.
  런던의 버킹검 궁전에서 騎馬兵이 벌이는 儀式은 가짜가 아니라 眞品이니
  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왜 21세기의 다이나믹 코리아를 18세기의 퇴
  락한 조선시대의 것들을 가지고 상징하려고 하는 것일까. 특히 2000년1월
  1일의 시작을 기념했던 광화문 축제 때 등장했던 古風의상의 그 따분한 행
  렬들은 선진화를 향하여 질주하는 조국의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함께 느껴
  보려고 그날 광화문으로 몰려들었던 시민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었다.
  또 그 재판인가 하는 나의 의구심은 5월31일 오후 7시30분 6만명의 대
  관중을 앞에 두고 공연이 시작된 지 1분만에 날아갔다. 이날 총연출가 孫桭
  策씨는 「전통은 창조적으로 파괴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한 작
  품을 내놓았다.
  전통의상은 현대적으로 디자인되어 고리타분하고 느릿느릿한 분위기를 일
  소했다. 武士집단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잘 整齊(정제)된 전통의상의 행
  렬이 갑자기 群舞의 율동집단으로 변환되고 다음에 무엇이 또 터질지 모를
  意外의 장면 장면들, 그런 전환들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아, 한국적인 것을 이렇게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만
  들 수도 있는 것이구나 하는 감동은 어느 새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무엇보
  다도 그 공연은 생동하는 오늘날의 한국을 적나라하고 당당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고마웠다. 북치고 장구치는 출연자나 미리 나눠준 소북을 두드리는
  수만 명의 관중들, 지휘봉을 신나게 휘두르는 박범훈씨의 몸짓 손짓에는 한
  국인의 무의식적인 본능과 현재적 魂이 실려 있었다. 수만 관중들이 하늘을 향해서 흔드는 照明棒(조명봉)은 세계를 향해 울부짖는 한국인의 혼불이기도 했다.
  같은 시기 북한에서 벌어진 아리랑 축제가 10만 인간 로봇에 의한 규격적
  매스 게임으로써 수백명의 외국 관광객을 놀라게 해준 고통의 祭典이었다면
  월드컵 공연은 관중들과 연기자들, 관중석과 무대가 한덩어리가 되어 주체
  할 수 없는 力動의 환희를 30분속에 압축한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었다.
  자율과 혼돈속에서도 질서와 속도가 유지되었으며 그것은 美學으로 승화되
  었다. 野性과 知性, 文과 武, 左와 右, 前近代와 포스트 모던, 전통과 미래
  가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면서 서로를 변화시키고 업그레이드시켜가고 있는 한국 사회의 力動과 生動과 機動이 아름답게 종합되고 조화된 모습이었다. 프랑스의 문명평가 기 소르망은 이 공연을 이렇게 평했다.
  <전세계 10억 시청자들이 이런 메시지를 받았으면 한다. [제 영혼을 잃지 않으면서 세계에 문을 열고 스스로 현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가슴과 혼의 명령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북을 치면서 하나의 絶頂을
  느꼈다. 이것은 내 생애의, 한국의, 세계의 최고 순간이 아닐까. 월드컵을
  통하여 한국인은, 그리고 세계는 스스로를 재발견하게 될 것이란 예감이 들
  었다. 개막식 뒤의 세네갈-프랑스戰은 공연으로 흥분된 나를 식히는 휴식시
  간에 불과했다.
  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이런 순간이 우리 시대에 또 다시 올 것인가
  하고 아쉬워했던 14년 전의 화창한 가을하늘이 떠올랐다. 이 시대에 대한민
  국에서 태어난 것의 자랑과 보람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기분이 그
  뒤 한달간 이어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출처 :
[ 2002-06-12, 17:5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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