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폭넓은 주제 논의 어려워…북한은 받는 데만 관심”
[인터뷰: 크리스토퍼 힐 前 차관보] "북한이 한국과 대화할 때 처음 하는 말은 '잘 지냈어?'가 아니라 '뭐를 줄 수 있어?'입니다."

VOA(미국의 소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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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은 보다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대화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내다봤습니다. 주한 미국대사와 6차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10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남북 간에는 인도주의 이외 사안이 논의되기 어렵다며, 북한은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핵무기는 방어용이 아니라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더 이상 대화의 전제로 간주하지 않는 게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습니다. ‘VOA’가 준비한 전 대북 협상가 인터뷰 시리즈,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힐 전 차관보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2년 만에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렸습니다. 이번 회담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엔 올림픽 기간 중 안보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 더욱 중요했다고 봅니다. 또 남북한 사이에 필요한 (대화) 채널이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북대화가 핵 문제라든가 폭넓은 안보 문제를 다루진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이번 남북대화가 미-북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데요.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저는 이번 남북대화가 핵 문제를 비롯한 더욱 폭넓은 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회의적입니다. 알아둬야 할 것은 남북대화는 항상 그랬듯 비핵화 외의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인도주의적 문제 같은 부분이죠. 핵 문제가 남북대화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남북간 대화의 전제조건이 된 적은 없습니다.
  
  기자) 북한이 대화에 나선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좋은 이웃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이유는 미-한 관계에 문제를 일으키려고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이유로는 한국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싶어서였다고 봅니다. 한국이 북한과 대화할 때 매우 어려운 부분인데요. 북한이 한국과 대화할 때 처음 하는 말은 “잘 지냈어?”가 아니라 “뭐를 줄 수 있어?”입니다.
  
  기자) 한국이 북한에 도움을 제공하는 얘기를 하셨는데요. 한국이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일종의 대가를 지불한다면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을 약화시키지 않을까요?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통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여부죠. 만약 한국이 북한의 굶주린 아이들이나 의료, 인도주의적 부문에 지원을 한다면 최대 압박 캠페인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들이 안보 문제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미국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과 관련된 남북간 결정을 존중해야 하지만 미국이 원하는 건 한국이 사전에 이를 미국과 협의하는 겁니다.
  
  기자) 북한은 항상 수세에 몰리면 대화에 나섰던 것 같습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제재 당시에도 그랬고요. 지금 유엔 안보리 제재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십니까?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이런 압박들이 북한이 대화에 나오게 하는 걸) 방해하지는 않지만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 것 중 일부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의 현재 행동을 과거의 행동을 토대로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과거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됐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추후에 열릴 대화에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제재로 인한 정유 제품 제한 등이 북한에 타격을 주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미-한 연합군사훈련 연기 결정 역시 북한과 대화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합니다. 이번 훈련 연기가 북한 핵, 미사일 실험과 미-한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저는 미국이 ‘쌍중단’ 제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추후 열릴 연합훈련 부분에 있어서는 미-한 양국군이 협의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훈련의 목적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협력하는 겁니다. 어느 정도 조정은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미-한 양국간 완전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기자) 과거 여러 차례 대북 협상에 참여하셨는데요. 북한과의 협상에서 한계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제가 배운 건 정확한 목표와 목적을 세우고 이를 위해 한 단계씩 나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거 대북협상에서 아쉬웠던 점은 대화가 중간에 여러 이유로 중단된 부분입니다.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시작된다면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매우 우려되는 부분은 북한이 대화의 전제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거 우리가 대화할 당시에는 비핵화가 전제가 됐습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대화하는 데 있어 많은 비판 여론이 있었죠. 당시에는 북한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비핵화를 전제로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또 과거 자신들에 부여된 의무들을 전혀 지키지 않았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대화의 목적이 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라고 생각하십니까?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제가 한 단계씩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 게 이 부분입니다. 우리 쪽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면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이는 거죠. 서로간의 신뢰 문제에 있어서는 어떤 장난도 해서는 안됩니다. 저희는 이 부분을 말할 때 행동과 행동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신뢰가 아니라 검증 가능 여부입니다.
  
  기자) 현재는 대화의 전제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미국이 핵을 보유한 북한과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저는 핵을 보유한 북한과 공존하는 옵션이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방어용이 아닙니다. 북한은 이 무기들을 이웃국가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욱 강력한 자리에 오르기 위한 용도입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 이유를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하는데, 핵무기를 만들어서 미국을 겨냥하려고 하는 게 적대 행위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을 침략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한국을 침략했을 때 이후론 말이죠. 우리는 모두 북한의 핵무기가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로부터 북한과의 협상 여지와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내일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등 여러 차례 북한과 협상에 나섰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와의 인터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언론의 난
[ 2018-01-11, 09:20 ] 조회수 : 584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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