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용과 바벨탑
표의문자인 漢字나 표음문자인 한글 중 어느 하나를 전용하면 언어의 기능이 半身不隨(반신불수)가 되어 버린다. 한자로는 순수 한국어 30%를 표기할 수 없고 한글로는 한자어 70%를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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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脈(문맥)을 떠나서 단어만 단독으로 표기하여도 뜻이 분명하게 전달될 때 해당 文字(문자)는 문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하겠다. 영어의 'tree'나 한국어의 '나무'를 문장 속이 아니고 독립적으로 써 놓아도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誤讀(오독)이나 曲解(곡해)의 여지가 전혀 없다. 한글과 알파벳은 둘 다 뜻이 아닌 소리만 전달해도 의미의 전달도 가능한 표음문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어의 音(음)을 들으면 머리에 내장되어 있는 해당 단어의 뜻이 상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음문자는 소리만 전달하면 문자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하게 된다. 그리고 표음문자끼리는 서로 바꾸어 써도 의미의 전달에 큰 장애는 없다. '나무'를 'namoo'로, 'tree'를 '트리'로 표기해도 뜻이 통하게 된다.
  
  반면에 漢字같은 표의문자는 소리뿐 아니라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서 순수 한국어 단어의 소리는 표기할 수 없다. 영어 단어의 표기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표음문자로 나타내는 '나무'나 'tree'를 표의문자인 한자로 표기할 수가 없다. '나무' 같은 語源(어원)이 한국 고유어인 단어는 표음문자로만 표기 가능하고 표의문자인 한자로서는 표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는 互換(호환)사용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車種(차종)이 다르면 부품도 달라야 하는 것과 같다. 그랜저의 부품을 벤츠의 부품으로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뜻과 소리 두 개를 전달하는 한자어를 소리만 전달하는 표음문자 한글로 대체할 수가 없다. 학교나 가정 같이 사용빈도가 매우 높은 일상어는 한글로 표기하여도 뜻과 소리 모두 전달 가능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한자어는 문맥을 떠나서 한글로만 써놓으면 뜻이 없는 무의미한 소리가 될 뿐이다. 예를 들어 한글로 '백미'만 써 놓으면 이것이 白米, 白眉, 白薇, 百味, 百媚 중 어느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상'이라고 써 놓으면 相, 想, 床, 象, 償…등 63개의 同音異議語(동음이의어) 중 어느 것을 가리키는지 추측조차 불가능하다.
  
  한국은 古朝鮮(고조선) 이전부터 200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한자를 전용해 왔다. 그래서 한자에서 온 말이 한국어 단어의 70%나 차지하게 되었다. 이는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70%는 한자로 표기하거나 한글과 한자로 倂記(병기)해야 소리와 의미의 보다 정확한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자가 표의문자가 아니고 한글과 같은 표음문자이면 한글전용을 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영어는 라틴어나 그리스어, 프랑스어에서 借用(차용)한 단어가 대단히 많지만(영어 단어의 80%는 외래어) 이들 언어는 모두 표음문자인 알파벳을 사용하기 때문에 표기상의 문제가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고유어와 한자어가 섞여 있는 한국어는 표의문자인 한자나 표음문자인 한글 중 어느 하나를 전용하면 언어의 기능이 半身不隨(반신불수)가 되어 버린다. 한자로는 순수 한국어 30%를 표기할 수 없고 한글로는 한자어 70%를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어를 바르게 쓰기 위해서는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거나 병기해야 할 것이다. 한국어는 일본어처럼 좋든 싫든 운명적으로 한글과 한자 2개 문자를 사용해야 音과 의미의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한글전용은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단어는 생각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모든 생각은 단어의 형태로 사람의 머리에 저장되어 있다. 그러므로 단어가 없으면 생각이나 思考(사고)는 불가능하게 된다. 이것이 어휘력이 높은 사람이 사고력도 높은 이유이다. 한국은 한글전용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문자정책으로 국민의 어휘력이 형편없이 떨어져 있다. 어휘력이 떨어지니까 언어능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서 사고력과 분별력도 약해지는 것이다. 한글전용으로 국민의 언어능력이 이렇게 계속 저하되면, 따라서 참과 거짓을 분별하는 능력도 저하되면, 한국은 바벨탑처럼 문명붕괴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 2018-01-30, 09:43 ] 조회수 : 4438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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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tizen9     2018-01-31 오후 3:08
36년생 노인이다 국교3년때 해방이 되었고 48년 대한민국건국때 중학교 1학년 중3일때 625동란이 발발했다.국교3년 까지 한자섞인 일본어 교육을 광복후 3년간 유억겸 장리욱 오천석 교수로 연결되는 국어와 민주주의교육을 받았다 한자와 가나 한자와 한글이 섞인 초기교육은 지금까지 풍부한 언어생활에 큰 보탬이 되고 있어 한자혼용경험이 큰혜택이되었다. 할아버지 덕택에 국교입학전 천자문에 달통하였고 아버지로부터 가나 100음과 한글 자음14 모음 열 중자읍5 중모음 8개 자음의 바침활용을 떼고나니 국교1학년부터 왜정때 조선일보와 매일신보를 맘대로 볼수있었고 당시에는 1/4면쯤의 한글 당시언문기사가 있어 신문전면을 맘대로 읽은것은 어른들을 놀라게도 하였던 경험으로 한자혼용의 엄청난 효험을 체득한 행운의 세대이다..요즘 아이들 영특하여 초교전 영어공부와 마참가지로 한자 우선 천자문정도는 초교전에 떼도록하면 그리고 신문이 제작속도에 손해를 좀보더라도 한자병기가 되면 우리 언어생활이 현저하게 풍요롭고 효율화 되리라 경험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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