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탄 의혹에 대해 적반하장식 신경질 반응 보인 김의겸 대변인
미국이 문제 삼지 않으면 우리나라 언론은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미국이 문제 삼지 않으면 계속 모르는 척 북한산 석탄을 들여오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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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의해 거래가 전면 금지된 북한산 석탄이 작년 12월부터 지속적으로 국내에 반입됐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조선일보를 비롯해 이를 보도하는 매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조사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던 청와대가 처음으로 공식 논평을 냈는데, 거의 ‘적반하장(賊反荷杖)’에 가까운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청와대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제재의 주체이자 이 문제를 이끄는 게 미국”이라며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에 클레임을 건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미 국무부는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에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신뢰한다고 이미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을 문제 삼으려면 가장 먼저 문제 삼아야 할 미국이 우리를 신뢰하는데 우리 언론이 계속 부정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최근 기무사 관련 브리핑에서도 심각한 사실왜곡을 한 적이 있는데, 이날 브리핑에서도 사실왜곡과 본질을 흐리는 논평을 했다. 김 대변인은 첫째, ‘미국 정부가 북한 석탄 밀반입 문제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대한민국 정부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 먼저, 이 문제가 국내에 알려진 계기는 지난달 17일 미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를 하면서부터다. 김 대변인 말대로 ‘대북제재를 이끄는’ 미국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대한민국에 이미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 8일 청와대의 브리핑 직전에도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를 신뢰한다’는 대변인의 논평을 의심케 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 표명이 있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수시간 만에” 미국 방송에서 이를 공개했다. 볼턴 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이란·북한 문제를 거론하다 “몇 시간 전인 오늘 아침, 나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다”며 “(북한산 의혹을 받고 있는) 석탄 밀반입에 대한 한국의 수사 상황에 관해 이야기했고 기소(起訴)를 포함해 한국법에 따라 적절히 처리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이 석탄 밀반입을 놓고 진행 중인 한국의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줬고 또 “기소를 포함하는”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알려줬다는 취지다. 볼턴 보좌관은 방송에서 “미국 역시 기존의 대북제재 이행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북한의) 제재 회피를 확실히 막기 위해서다.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계속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문제 삼지 않고 있고 우리 정부를 신뢰하고 있다’는 김 대변인의 브리핑과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오히려 석탄 밀반입 의혹이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돼야 한다는 의사 표시며, 한국 측에 대북제재 전선(前線)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사실상의 ‘압박’으로 보는 것이 맞다. 김 대변인의 말은 사실에서 한참 벗어난, 중대한 의혹을 축소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브리핑이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별도로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볼턴 보좌관이 언급한 부분은 통상적인 한·미 국가안보회의(NSC) 간 조율 과정에서 오고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참으로 태평하거나 아니면 문제의 심각성을 흐리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느껴진다.
  
  둘째, 김의겸 대변인은 이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을 문제 삼으려면 가장 먼저 문제 삼아야 할 미국이 우리를 신뢰하는데 우리 언론이 계속 부정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문제 삼지 않으면 우리나라 언론은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미국이 문제 삼지 않으면 계속 모르는 척 북한산 석탄을 들여오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언론의 당연한 문제제기를 ‘부정적인 보도’라고 하는데,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몰라서 그저 언론의 ‘정부 흠짓내기’ 정도로 보는 것인가. 아니면 언론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회피함으로써 본질을 흐리겠다는 의도인가.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상기해보자. 유엔 안보리(安保理)는 작년 8월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했고, 같은 해 12월 금수(禁輸) 품목 이전에 연관된 선박을 나포·검색·동결(억류)하도록 하는 결의 2397호를 추가로 채택했다. 그런데 북한산 석탄을 싣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제3국 선박들은 대북 제재 결의 이후에도 자유롭게 국내 항구에서 입출항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부터 리치글로리호는 16회, 스카이엔젤호는 8회 국내에 입항했다. 또 국내에 석탄을 들여온 시점 이후 샤이닝리치호는 11회, 진룽호는 19회, 안취안저우66호는 14회 입항했다.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싣고 베트남·러시아 항구 등에서 석탄을 환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카이샹호와 스카이레이디호도 각각 8회, 11회 국내에 입항했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남동발전은 현재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무연탄을 작년 11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총 9700t 들여온 혐의로 관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의혹대로 국내 기업이 북한산 석탄임을 알고도 반입했다면, 이에 연루된 기업, 금융회사 등은 대북 제재 결의 2371호 위반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해당 선박이 밀반입에 연루된 것임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위반이다.
  
  조선일보에 의하면 의심 선박들을 그대로 돌려보낸 이유에 대해 정부는 “작년 10월에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제재 위반에 관여한 선박을 억류하는 조항이 없었고 혐의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그러나 유엔 안보리 제재가 아니더라도 5·24조치 등 국내법에 따라서도 북한산 석탄은 들여올 수 없다. 또 작년 말 이후 들어온 선박들에 대해서 조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의겸 대변인이 정작 브리핑해야 할 내용은 언론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이 의혹에 대한 정확한 해명이다. 과연 남동발전 등 의혹의 중심에 있는 기업들이 북한산 석탄임을 모르고 반입한 것인지, 정부는 이 문제를 언제 인지했는지, 인지한 이후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대북제재 위반 혐의에 대한 관세청 조사는 왜 이리 지연되고 있는지 등 청와대의 정확한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김 대변인은 이렇게 적반하장 식으로 신경질적인 논평을 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 2018-08-09, 09:35 ] 조회수 : 772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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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에나들     2018-08-09 오후 1:09
대통령 7시간 추척과 동일한 적용을 받아야 마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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