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조지 오웰을 생각한다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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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중해 연안 여행의 종착지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였다. 조지 오웰이 생각났다. 스페인 內戰(내전)을 다룬 유명한 소설과 實錄(실록)이 있다. 미국 작가 헤밍웨이가 쓴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쓴 넌 픽션 ‘카탈로니아 讚歌(찬가)’가 그것이다. 관점은 다르다. 헤밍웨이는 좌파에 동정적이고, 오웰은 좌파 편에서 싸웠지만 반대파를 숙청하고 헤게모니를 잡은 親蘇派(친소파)를 파쇼와 같은 집단이라고 비판한다. 역사적 관점에선 오웰의 知性이 헤밍웨이의 낭만주의를 압도한다.
  
   ‘카탈로니아 찬가’의 무대는 이 지방의 중심 도시인 바르셀로나이다. 이 도시를 여행할 때 이 책을 갖고 다니면서 읽으면 80년 전의 역사적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 자주 나오는 람블라스 거리는 바르셀로나 한 가운데에 난 번화가이다. 카페와 식당이 즐비한 곳이고 밤늦게까지 사람들이 붐빈다. 이 바르셀로나를 무대로 하여 벌어졌던 ‘內戰 속의 內戰’이 ‘카탈로니아 찬가’의 主題(주제)이다.
  
   오웰은 스탈린식 전체주의를 고발하는 두 편의 소설- ‘동물농장’과 ‘1984’- 때문에 反共(반공)자유민주주의자로 잘못 알려지는 경우가 있다. 그는 사회주의자였다. 1936년 프랑코 장군이 좌파정권을 타도하기 위하여 쿠데타를 일으켜 內戰으로 치닫자 오웰은 바르셀로나로 가서 좌파 민병대에 자원, 입대한다.
  
   ‘카탈로니아 찬가’의 도입부는 노동자 계급이 정권을 잡은 바르셀로나의 활기찬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성당은 파괴되고, 팁은 없어지고, 상류층의 사치스런 옷차림은 사라지고, 하층민들은 당당해졌다. 오웰은 프랑코 군대와 대치한 戰線(전선)에 투입되어 지루한 참호전을 하게 된다. 敵(적)과의 實戰(실전)보다는 이와 쥐를 상대로 한 싸움이 더 처절하다. 그는 바르셀로나로 휴가를 나왔다가 ‘內戰 중의 內戰’에 휘말린다. 바르셀로나의 좌파정권 안에서 내분이 일어났다. 스탈린의 지령을 받은 세력이 다른 사회주의자들을 숙청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웰은 자신의 계보와 신념에 따라 反蘇 사회주의 진영에 서게 된다. 親蘇派(친소파)가 시가전에서 승리하는 것을 보고 오웰은 전선에 복귀한다. 여기서 목을 관통당하는 총상을 입었다. 병원으로 후송되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그는 바르셀로나에 돌아와 除隊(제대)와 출국을 꾀하게 되는데 그는 쫓기는 신세가 된다. ‘反蘇분자’로 지목되어 언제 끌려가 총살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스페인에 동행하였던 부인은 호텔에 연금되고, 오웰은 露宿(노숙)을 해가면서 거리를 방황한다.
  
   경찰은 밤에만 설치고 낮은 자유롭다. 오웰이 안전한 낮 시간에 여기저기 들르는 카페와 음식점 이야기는 바르셀로나 관광 가이드이다. 목숨이 오고 가는 살벌한 분위기이지만 독일이나 소련과는 다르다. 오웰은 스페인 사람들은 절대로 파쇼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스페인 사람들은 긴장된 가운데서도 너그러움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오웰은 ‘스페인에 대하여는 나쁜 기억이 많지만 스페인 사람들에 대한 나쁜 기억은 없다’고 말한다.
  
   親蘇派 형사들이 오웰의 부인이 묵던 호텔 방을 급습, 두 시간 동안 수색을 하는데 부인이 누워 있는 침대는 건드리지 않는다. 사실은 이 침대 밑에 불온문서와 무기가 숨겨져 있는데도 그들은 남자의 명예심을 지킨다.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오웰은 親蘇派가 스탈린의 꼭두각시가 되어 노동자 계급을 탄압함으로써 계급해방이란 사회주의 혁명을 배신하였다고 개탄한다. 바르셀로나에서 親蘇派가 정권을 독점한 뒤엔 노동자들이 다시 탄압을 받고 자본가들이 回生한다. 형사들은 노동자풍의 사람들을 검문하여 잡아들이고 부유층 같아 보이는 이들은 검문도 하지 않는다. 그가 바르셀로나에서 얻은 교훈은 스탈린주의와 파시즘은 똑같은 巨惡(거악)이란 깨달음이었다.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는 독자들은 오웰 부부가 기차 편으로 스페인을 벗어나 프랑스로 빠져나오는 장면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시가전, 암살, 투옥, 처형의 바람이 휘몰아치는 스페인을 떠나 7개월 만에 영국으로 돌아온 오웰은 평온하기 짝이 없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걱정한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깊게 잠들어 있는 영국을 보면서 두려워지는 것은, 폭탄이 터지는 소리에 놀라 잠자리에서 튀어나오기 전엔 잠에서 결코 깨어나지 않을 것이란 예감 때문이다>
  
   오웰의 이런 예감은 곧 적중하였다. 1939년 8월 스탈린은 히틀러와 손잡고 獨蘇(독소) 불가침 조약을 맺음으로써 유럽의 진보적 지식인들을 배신하고 독일이 전쟁으로 달려가는 길을 열어준다. 9월 독일이 폴란드로 쳐들어가자 영국은 비로소 평화지상주의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1938년에 출판된 ‘카탈로니아 찬가’는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전담 출판사가 스탈린 비판 내용 때문에 출판을 거부, 다른 회사를 찾아서 낸 책인데, 1951년 再版(재판)이 나올 때까지 초판 1500부가 다 팔리지 않았다. 오웰은 1950년 47세로 죽었는데, 그때까지 번역판은 이탈리아어뿐이었다. 오웰은 죽기 직전까지 초판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 신경을 썼다.
  
   그 뒤 바르셀로나도 많이 바뀌었다. 프랑코 시절에 핍박을 많이 받았던 카탈로니아 사람들은 2002년 월드 컵 8강전에서 스페인 팀이 승부차기로 한국 팀에 지자 환호했다. 지난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 팀이 우승하자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처음으로 ‘스페인 만세’와 ‘카탈로니아 만세’를 같이 외쳤다. 바르셀로나 출신 선수들이 대표팀의 主力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한국이 떠오른다. 6·25 남침을 前後(전후)하여 박헌영의 남로당이 김일성에게 배신당하고 숙청당하는 과정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남로당 후손들 중에서 오웰 같은 양심가가 나와서 김일성주의를 비판하는 名作(명작)을 남길 때도 된 것 같다.
  
  
  
[ 2018-10-09, 17:4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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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ock     2018-10-10 오후 10:47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에서 공산주의의 타락을 다음과 같이 풍자하였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혁명 계명’을 그들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 보다 더 평등하다.(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라는 표어로 바꿔버렸다고……
한국에서 조지 오웰 같은 지성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해변에서 산삼을 캐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한국의 지성들은 강한 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하고, 약한 자 앞에서는 한없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부군의 저자 “이태” 씨 정도가 김일성을 소극적으로나마 비판한 게 고작이다.
   이중건     2018-10-10 오전 11:50
항상 역사적인 글 잘 참고합니다.
특히 공산주의 분야에 대한 참고가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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