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合搜團)의 ‘결론 없음’ 발표에도 實體 없는 의혹 제기한 방송사들
끝까지 ‘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기무사가 계엄령 실행을 준비했을 것’이라는 미련 또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 보여.

조샛별(조갑제닷컴)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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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및 여당, 그리고 친(親)정부 방송이 ‘내란 음모’ 사건으로 몰아갔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결론 없음’으로 결론났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과 군의 합동수사단(합수단)은 7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의 요지는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합수단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해 12월13일 미국으로 출국한 후 현재까지 소재가 불명한 상태"라며, 조 전 사령관에 대해선 기소중지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다른 관련자 8명에게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공문을 기안했다며 기무사 장교 3명을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게 합수단의 유일한 조치다. 합수단은 이번 수사에 검사 15명과 수사관 22명 등 총 37명의 대규모 수사 인원을 투입해 연인원 287명을 소환 조사하고 국방부 등 9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수사 중지의 표면적 이유는 ‘핵심 피의자의 부재(不在)’다. 그러나 사실상 법리 구성이 어려워 수사를 내려놓은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수사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들은 문건 자체만으로 내란음모죄를 구성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해 왔다. 내란음모죄를 적용하려면 국헌 문란이라는 목적성과 실행 행위를 위한 구체적 합의와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정황과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한민구 전 장관 등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진술 증거도 부족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다고 해서 무슨 추가 증거가 나오겠느냐”며 “처음부터 내란음모죄는 적용할 수 없는 사건이고 기소한들 줄줄이 무죄일 텐데 청와대와 여론 눈치 보느라 기소중지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이례적인 특별지시로 처음부터 요란하게 출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인도 방문 중 갑작스럽게 ‘대통령 특별지시’라며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이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일부를 공개한 지 닷새 만이었다. 이어 같은 달 16일 국방부와 기무사, 각 부대 사이에 오고 간 모든 계엄령 관련 문건과 보고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7월 20일에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총 67페이지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을 기자들에게 세세히 공개하는 브리핑을 가졌다. 당시 김의겸 대변인은 기무사가 작성한 해당 문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때 ‘촛불 집회를 진압하기 위한’ 계엄령 검토 문건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이 사건을 ‘내란 음모’ 또는 ‘친위 쿠데타 음모’로 확대시켰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는 문건 공개 후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군대와 불법을 동원했던 12·12 쿠데타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2017년의 12·12 버전”이라고 하면서 이 사건을 ‘내란 예비 음모’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7월 27일 취임 후 처음 가진 전군(全軍)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왜 이런 (계엄)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언급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엄령 문건의 성격과 작성·지시 주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불법적 일탈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수사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자, 8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계엄 문건은) 범죄 성립 여부를 떠나 기무사가 결코 해선 안 될 국민 배신행위였다"고 말했다. 즉 ‘범죄 성립 여부를 떠나’라는 단서를 붙임으로써 ‘불법행위’라고 단언하던 입장에서는 한 발 물러났으나,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기무사 해체가 결정됐고 그 결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새롭게 탄생하면서 기무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기무사에 의한 ‘내란음모’, ‘촛불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계엄령 준비’ 사건으로 몰아간 주역은 청와대 및 여당, 그리고 ‘언론’이다.
  
  특히 방송 3사 및 JTBC는 해당 문건이 공개된 이후, ‘촛불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계엄령 검토 문건’이라는 김의겸 대변인의 말을 그대로 수용해, 마치 촛불 시위를 했던 수많은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과 탱크에 희생될 뻔했던 사건으로 왜곡 보도했다. 문건에 나오는 다양한 검토사항 및 시나리오 중 일부만을 인용해 계엄군의 언론사 장악, 국회의원 체포 등 공포감을 조장하는 보도를 메인 뉴스 시간대에 쏟아냈다.
  
  한편 7일 합수단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방송사들의 보도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아예 해당 뉴스를 보도조차 하지 않았고, KBS 뉴스9 및 SBS 8시 뉴스는 일곱 번째 소식으로, JTBC뉴스룸은 여덟 번째 소식으로 각각 보도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이번 수사결과를 기무사의 ‘무혐의’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핵심 피의자의 잠적으로 어쩔 수 없이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치 ‘조현천 전 사령관만 들어오면’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게 된 경위와 작성 지시 주체,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 여부, 내란 음모 혐의까지도 다 밝힐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수사가 미뤄지게 되었다는 식이다.
  
  JTBC는 “군·검 합동수사단이 미국에 도피해 있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잡힐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의 공모 의혹을 밝히는 것도 동시에 미뤄졌습니다”라고 시작했다.
  
  이어 “계엄령 문건 수사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결국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도피였습니다. 합동수사단은 "떳떳하면 미국에서 들어와 조사를 받으라"고 설득했지만 감감무소식입니다”라고 보도함으로써, 조현천 전 사령관의 잠적을 마치 범죄 사실 인정으로 간주하는 듯 보도했다.
  
  조현천 전 사령관에 대한 기소중지에 대해 “기소중지는 범죄 혐의가 있지만 피의자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를 못 끝낼 때 하는 조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역시 앞뒤 문맥으로 보면 ‘혐의가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KBS 및 SBS도 비슷하게 보도했다.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친 결과로 평가되는 합수단의 수사결과 중 JTBC는 굳이 ‘성과’라며 이렇게 보도했다. “합수단은 탄핵 국면인 2016년 12월 5일, 청와대에 들어간 조 전 사령관이 평소와 달리 수상한 동선(動線)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권한대행, 김관진 전 실장, 한민구 전 장관 등과 공모가 있었는지 밝히는 것이 그 다음 단계지만 일단 조 전 사령관 체포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수상한 동선’이 더해졌다. 수상한 동선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의 ‘공모’로 연결된다. ‘수상한 동선’이 무엇인지는 KBS 뉴스9의 보도가 조금 더 구체적이다.
  
  KBS는 “계엄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2016년 11월부터 석 달 동안 청와대를 네 번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나흘 전인 12월 5일 청와대 방문 때 수상한 동선이 확인됐습니다.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면담한 뒤 평소와 달리 부관에게 대기하라며 청와대 안에서 상당 시간 어디론가 사라진 겁니다. 합수단은 이때 조 전 사령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계엄 문건을 보고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역시 실체가 없는 ‘추정’에 기반한 보도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기무사가 계엄령 실행을 준비했을 것’이라는 미련 또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KBS, SBS, JTBC는 거의 같은 내용으로 보도했다.
  
  JTBC는 “합수단은 또 기무사가 계엄 문건을 등재할 때 키 리졸브 훈련용으로 만든 문건인 것처럼 꾸몄다고 발표했습니다. 그간 공식 등재된 만큼 합법적인 문건이라던 일부 주장과 배치됩니다. '계엄 문건 TF'를 다른 모임으로 위장하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만든 사실도 확인하고 합수단은 소강원 전 참모장 등 3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몇 달 전 대대적으로 기무사의 ‘내란음모’ 의혹을 제기했던 방송사들에게 이날 합수단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 2018-11-08, 06:38 ] 조회수 : 1599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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