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피의자 신문조서
"저는 대통령을 하면서 개인적 이득을 챙기려고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국익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최순실이 이권에 개입하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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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속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있었다. 2017년 4월8일 검사가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물은 내용이었다. 뇌물죄를 추궁하기 위해 질문과 답변을 한 내용들이었다. 시중에서 떠돌던 소리들에 대한 확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관저의 인테리어는 어떻게 된 겁니까?”
  여성 대통령이 섹스의 화신인 듯 침실 벽면이 온통 거울이라는 온갖 말들이 떠돌았었다. 그에 대한 확인인 것 같았다.
  
  “인테리어를 했다기보다는 전임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사용하던 침대의 위치를 바꿨는데 그에 따라 가구를 조금 옮겨야 했고 그 과정에서 문짝이 잘 맞지 않아 초칠 같은 간단한 작업을 했습니다. 깜빡거리는 전등도 새 것으로 갈아끼웠습니다.”
  
  초칠을 했다는 건 요즈음 세대에게는 낯선 말이다. 우리 세대는 교실바닥이 부드러워지라고 초칠을 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물을 아끼기 위해 수세식 변기의 물통에 벽돌을 한 장 넣어두었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은 알전구에 양말을 끼워 구멍난 부분을 기웠었다. 가난했던 시절 대통령이 실천한 검소한 모습이었다.
  
  “대통령의 옷값을 모두 최순실이 냈습니까?”
  “아닙니다. 옷값은 현금으로 제가 직접 주었습니다. 의상은 해외 순방시에 참석하는 만찬이나 포럼 등 공식행사에 필요해서 만든 겁니다. 옷의 제작비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에서 비선 진료를 받았다면서요?”
  한동안 선정적인 보도로 연기가 나곤 했다. 대통령이 프로포플을 맞고 환각상태에 있었다느니 하는 얘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답은 이랬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아파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2006년 테러를 당해서 다친 얼굴을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에 들어온 후에도 그 때 치료를 하던 의사들의 도움을 받은 겁니다. 그 치료비 역시 제 월급으로 지급했습니다.”
  제기된 의혹과 전혀 다르다.
  
  “1990년 삼성동의 개인집을 구입할 때 최순실의 모친이 계약을 하고 돈을 냈습니까?”
  “자금은 제가 전에 살던 장충동 집을 팔아서 지금 삼성동 집을 샀습니다.”
  
  “삼성동 집은 최순실이 관리했습니까?”
  “그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오래 전부터 고용해 온 오 주임과 정 주임이 관리했고 월급도 제가 지급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월급을 지급한 근거가 있습니까?”
  “현금으로 지급했는데 그 사람들에게 바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안가의 인테리어를 최순실이 했다는 소리가 있는데 사실입니까?”
  “말도 되지 않습니다. 안가의 위치를 민간인에게 알려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2014년 9월경 삼성의 이재용 회장을 만난 적이 있으시죠?”
  “참모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격려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예정에도 없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짧은 시간 만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외 언론과 주변에서 기 업총수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경제현안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2015년 7월 25일 자리를 가지게 됐고 2016년 2월 15일 면담은 재단설립에 출연한 기업들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경제 문제 등에 대해 듣기 위해 안종범 수석에게 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2016년 2월 15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면담을 하신 사실이 있죠? 그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계획이 승인될 수 있도록 해달라거나 환경규제 완화나 세제지원 등의 구체적 현안에 대한 부탁을 한 사실이 있습니까?”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면담 전에 삼성 바이오로직스 기공식에 갔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서 대화를 나누었을 수 있습니다. 순환출자 문제는 제 대통령 선거공약 취지가 기존 순환출자는 유지하고 신규는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순환출자를 건드리면 경제에 너무 부담이 크고 기존에는 허용되던 것이 갑자기 허용되지 않는다면 경제계에 혼란이 예상되어 그런 기조에서 공약했고 법 개정도 같은 취지로 이루어졌습니다.
  규제해소도 제가 장관회의 때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식품공장의 설립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드시 필요한 규제가 아니라면 공장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해소하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삼성과 관련해서는 들은 기억도 보고받은 사실도 없습니다. 규제완화 문제는 대통령 재임기간중 평소 지론이고 중요한 정책중의 하나로 생각했기 때문에 항상 염두에 두고 있던 문제였습니다. 규제완화에 대한 얘기는 나눌 수 있었는데 그것도 삼성을 염두에 두고 말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전에 삼성의 합병에 대해 보고를 받았을 수는 있지만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를 한 적은 없습니다. 제가 이재용과 어떤 이권관계가 있어서 그의 얘기를 들어준 것은 아닙니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이재용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당시 대통령으로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대해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여하에 따라 합병성사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을 알고 있었습니까?”
  “국민 대표기업인 삼성이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고 해서 걱정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해서 진행상황이 궁금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 이재용이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닌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어 이재용이 소액주주들의 중요성을 느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참모진에게 챙겨보라고 했습니다.”
  
  “그 지시는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는 방향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진행 상황을 알아보라고 한 것이지 국민연금공단에서 찬성하게 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을 관리하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서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구속됐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구속됐는지는 몰랐습니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최순실로부터 자신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하여 삼성합병이 되도록 도와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는데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삼성 합병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습니까?”
  “최순실이 저를 팔아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관심을 표한 사실이 없습니까?”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특정 재벌 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당사자에게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매우 부적절합니다.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을 맡으라고 한 적이 있나요?”
  “얘기를 하던 중에 당시 승마협회가 운영이 잘 안 된다는 기억이 떠올라서 삼성이 다시 승마협회를 맡아 운영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한 사실이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는 승마같은 비인기 종목도 챙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승마선수인 걸 당시 알고 있었죠?”
  한동안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소문이 퍼졌었다. 정유라의 승마 특례입학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정유라는 아주 어렸을 때 만나보고 그 이후에는 본 사실도 없습니다. 저는 정유라의 이름도 정유연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정유연이 정유라로 이름을 바꾼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순실이 정유라를 부탁했습니까?”
  “저는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최순실과 정유연과 저와의 관계를 소설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순실은 감히 부탁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들어주지 않는 제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을 하면서 개인적 이득을 챙기려고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국익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최순실이 이권에 개입하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당시 승마협회의 비리를 조사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나요?”
  “전혀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당시 어떤 태권도 선수 아버지가 자살하고 또 다른 협회에서는 임원을 수십 년씩 하면서도 선수 발굴에 소홀하다는 보고를 듣고 체육계 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사실은 있지만 특정 협회나 단체에 대한 비위를 확인하거나 조사하라고 한 사실은 없습니다.”
  
  “최순실로부터 당시 승마협회를 맡고 있던 한화그룹이 정유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며 승마협회를 한화에서 삼성으로 교체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게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특정인을 위해서 제가 그런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최순실, 정유라와 저의 관계를 완전히 소설처럼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이재용의 진술을 종합하면 2015년 7월 25일 단독면담을 할 때 승마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30분간의 단독면담 시간중 절반 가량을 이재용을 질책했다는데 그런 사실 없습니까?”
  “제가 어떻게 이재용 부회장을 질책합니까?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최순실에게 이상화라는 사람을 추천받은 일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 사람이 외환과 관련해서 일을 잘하고 아이디어가 좋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안종범 수석에게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될 때 그 사람을 한번 만나서 어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라고 말한 기억이 있습니다.”
  
  “안종범은 2015년 11월경 이상화라는 사람을 하나은행의 유럽의 은행총괄 법인장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한 겁니까?”
  “그렇게 이야기한 기억이 없습니다.”
  
  “이상화는 최순실이 자신에게 하나은행 유럽통합 법인장을 시켜주겠다고 얘기했다고 하는데 그런 부탁을 받고 경제수석비서관에게 지시한 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삼성전자에서 최순실이 운영하는 코어스포츠에 78억 원을 지급한 사실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삼성이 최순실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데 그렇게 돈을 보내 준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뉴스를 보고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2013년 7월경 경제수석비서관에게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사퇴하게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습니까?”
  “제가 CJ가 영화 배급망과 관련해 독점이 심해 문제를 일으키고 문화계와 관련되어 편향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재현 회장 구속 후 회장도 없는데 이미경 부회장이 CJ를 잘 끌고 갈지 걱정이다. 경제수석이 잘 살펴보라고 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미경 부회장이 좌편향 문화 컨텐츠를 제작하는 걸 우려해서 퇴진 지시를 한 것 아닙니까?”
  “퇴진 지시가 아닙니다. 단지 걱정을 한 것뿐입니다. 당시 CJ그룹이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순실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도살되고 사실상의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최순실의 됨됨이를 알아보지 못한 책임인지도 모른다. 대중은 박정희 대통령의 환영(幻影)을 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잉기대를 했다가 집단 환멸에 빠진 것 같았다.
  
  2018년 8월19일자 일요신문 정치면은 국회 내의 ‘특활비 잔치’라는 제목으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눈먼 쌈짓돈’ 같이 사용되어온 특활비에 대해 보도했다. 인용한 내용 중에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국회 특활비 지급내역을 분석한 보고서가 있었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새누리당의 황우여 의원은 2011년 1년간 6억2천만 원을 박지원 의원은 2012년 여섯 달 동안에 5억9천만 원을 김진표 의원은 2012년 여섯 달 동안 5억6천만 원가량을 받아갔다. 신문은 그 특수 활동비로 다른 정당 원내대표의 아내에게 천만 원짜리 핸드백을 선물했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국회의원들 그리고 정당 사이에 특수 활동비는 오랫동안 부딪침을 방지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 행태는 국회만이 아니었다. 대법원장이나 대법관들도 법원행정처도 일반 정부부처도 특수활동비를 금일봉이나 밥값 등 다양하게 사용해 온 사실이 밝혀지고 있었다.
  
  2018년 8월 15일자 조선일보 30면에는 <전 정권 특활비만 ‘적폐’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이 나왔다. 핵심 내용은 이랬다.
  
  <여당은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특활비 수수를 적폐로 몰았다. 전직 국정원장들이 구속됐다. 그랬던 여당이 자기들과 관련된 특활비를 없애자고 하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이전 정부의 특활비는 적폐이고 지금 여권이 받는 특활비는 필요경비라고 우기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국회의장과 더불어 민주당,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들이 회동을 갖고 특수활동비 폐지에 합의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특활비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특활비 폐지를 이유로 예정됐던 오찬간담회를 “특활비 폐지로 경비를 댈 수 없어서…”라고 하면서 갑자기 취소했다. 다음날 국회의장실에서는 해외동포에 대한 금일봉 등을 예로 들면서 의장 재량으로 비공개로 써야 하는 경비가 많으니 이런 특활비는 남겨두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예산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는 ‘정보나 사건수사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쓰이는 경비’이다. 수사를 하지 않는 국회에 특활비를 배정한 자체부터 이상하다. 은근슬쩍 특활비를 살리려는 건 이율배반적 꼼수정치다. 이래선 여권이 주장해 온 ‘특활비 폐지’의 진정성을 아무도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 세 명의 국정원장들이 특별 활동비의 일부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것을 검찰은 뇌물죄와 국고 손실죄로 보고 기소했다. 국정원장 자리를 줘서 그 보답으로 청와대에 돈을 보냈으니 뇌물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 돈을 개인적으로 옷을 해 입고 기(氣) 치료하는 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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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2-08, 10:2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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