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여유도 없는데 4시간 골프를 치라고?…네 살 아들이 여섯 살이 되는 더블헤더”
WSJ 스포츠 칼럼니스트의 신랄한 비판-‘스포츠 경기는 너무 길다, 진과 토닉을 섞는 2초가 아까워 둘이 섞여나온 캔을 사는 세상이다’

金永男(조갑제닷컴)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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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스포츠 관중은 물론, 인기 역시 줄어들고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경기가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유명한 스포츠 칼럼니스트 제이슨 게이는 12일 ‘서둘러, 스포츠는 시간에 문제가 있다’는 칼럼을 썼다. 그는 골프와 야구, 미식축구, 테니스 등 스포츠 경기 시간이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게 너무 오래 걸린다고 주장했다. 그의 칼럼을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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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에도 이 문제를 비판한 적이 있었고 계속해서 이를 비판할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인데 우리는 매우 바쁘게 살고 있고 해야 할 일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모든 것들은 너무, 너무 오래 걸린다.

내가 이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나. 우리는 참을성 없고, 5G 네트워크, 실시간 다운로드, 아마존 프라임(注: 2일 이내 배송 혜택) 시대에 살고 있다.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받고 싶어한다.

식당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아이패드로 영화를 실시간으로 보는데 로딩되는 시간이 2분이나 걸린다고?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스포츠 경기가 너무 오래 걸린다는 칼럼을 또 850 단어 분량이나 쓴다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제이슨.

우리는 모두 이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모든 것을 서두른다. 최근 야구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는가? 평균 야구 경기 시간 동안 시카고에서 샌디에고까지 열기구를 타고 날아갔다가 마차를 타고 록키산맥을 다시 건너 넘어올 수 있다.

나는 진지하다. 내 이웃은 올해 여름 네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더블헤더(注: 같은 두 팀이 하루에 두 번 경기를 하는 것)를 보러 갔다. 이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는 여섯 살이 돼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고의 야구 권위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내가 야구 경기 속도에 대해 놀릴 때마다 눈을 치켜뜬다. 근데 나는 재러드가 매 야구경기마다 기자석에 해리포터 책을 가지고 들어가 4이닝이 끝나기 전에 책을 끝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학 미식축구는 더욱 심각하다. 대학 미식축구 경기는 대학교보다 오래 걸린다. 연장전에 가기라도 한다면 대학원이나 전문의 자격증도 딸 수 있을 것이다. 앨라바마 대학교의 닉 사반 코치는 한 경기가 끝날 때면 수염이 길게 자라있다.
 
테니스조차도 시간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주심은 선수들이 서브하기 전 공을 계속 바닥에 튕기며 시간을 많이 소비하면 경고를 준다. 노박 조코비치가 죽일듯한 눈으로 째려보아도 말이다. 마지막 윔블던 결승전에서는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새로운 타이브레이커 시스템이 도입됐다. 그럼에도 경기는 5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좋은 시스템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범인은 골프일 것이다. 상식적인 인간들의 주말을 망치기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인데 현대에는 맞지 않는다.

18홀 경기를 서둘러 한다고 했을 때 4시간 정도 걸린다. 자유시간이 4시간이나 필요하다고? 내가 개츠비라도 되는가? 2019년인 지금 사람들한테 여가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애들을 생일파티에 데려다 주어야 하고 ‘트레이더 조스’에 가서 유기농 치즈스틱을 사고, 세차를 해야 한다. 그러다가 고양이가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다.

4시간이라고? 나는 20분 정도밖에 없다. 우리가 골프를 얼마나 칠 수 있겠는가?

프로 골프선수들 역시 골프가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다. 최근 있었던 젊고 유능한 선수인 브라이슨 디섐포에 대한 논란을 떠올려보자.

디섐보가 최근 노던 트러스트에서 있었던 경기에서 퍼팅을 준비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한 쪽 각도에서 퍼팅 각도를 계산한 다음 다른 쪽으로 가서 또 각도를 쟀다. 그는 이를 계속 반복했다. 디섐보가 이 한 번의 퍼팅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내가 결혼식과 아이 출산 과정에서 준비한 시간을 합한 것보다 길다.

물론 그의 퍼팅 과정에서 걸린 시간은 2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이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디섐보와 같이 경기를 하는 선수 중 한 명은 찰스 디킨슨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맞다, 나는 없는 말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 것이다.

결말이 어떻게 됐느냐고? 디섐보는 퍼팅에 실패했다. 이는 누군가가 파이를 만들기 위해 6시간을 투자했는데 만들어지자마자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디섐보는 경기를 천천히 하는 악당으로 묘사되는 희생양이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디섐보는 골프계에 아주 흥미로운 사람 중의 한 명이며 그가 점묘법(點描法)을 공부했다고 알기 때문이다. 맞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자주 등장하는 재계와 정계 지도자들의 얼굴을 묘사할 때 쓰는 그림 방식이다. (브라이슨, 전화 한 번 줘, 같이 점묘법으로 그림 그리자!)

요즘 세상은 서두르지 않는 선수들에게 있어 힘든 시기다. 퍼팅이나 투구, 패스, 슛, 서브를 하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면 성격이 급한 사람들의 타깃이 되기 쉽다. 근데 이게 세상이다. 사람들은 놀이공원에서 줄을 덜 서기 위해 추가의 돈을 낸다. 사람들이 캔에 들어간 진과 토닉을 사는 세상이다. 진하고 토닉을 섞는데 걸리는 2초도 귀찮아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스포츠 업계는 분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하는 게 시간기록 장치를 설치하고 중간에 나오는 광고를 없애는 것이다. 몇 분을 줄일 뿐이다.

더욱 도발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브레이크도 거의 밟지 않으며 계속 달려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더 이상 럭셔리한 여가라는 것은 없다. 스포츠 경기가 두서없이 길게 지속되던 시대는 끝났다. 미리 섞여서 나온 진토닉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 그리고, 내가 보고 싶어 하던 영화 다운로드가 다 끝난 것 같다.

[ 2019-08-13, 11:0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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