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人에게는 침을, 天才에게는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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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올림픽을 경영학의 측면에서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다. 서울올림픽이 성공한 것은 한국인의 장점을 최대치로 동원하는 한국식 경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구식 경영이나 일본식 경영이 아닌 한국식 조직 운영과 인간 경영의 철학이 무엇인가를 서울올림픽은 말해 주었을텐데 한국인들은 건성으로 흘려듣고만 것 같다. 흔히 서울올림픽은 한국인 특유의 신바람 덕분에 성공했다고 한다. 개회식을 압도한 출연 집단의 폭발적 에너지, 대회기간에 보여준 우리 국민들의 단기적 질서의식, 소매치기들도 휴식을 취했다는 체면의식, 자원봉사자들의 희생정신, 그리고 대화가 끝나자마자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교훈과 기억들….
  
  신바람을 나는 '자신이 가치있다고 믿는 것에 대한 순정'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많은 한국인들은 서울올림픽을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애국 애족 또는 자기 성취의 기회'라고 생각했었다. 서울올림픽을 통해서 뭔가 좋은 일을 한번 해보자는 뜨거운 마음들이 솟구쳤던 것이다. 북 만드는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멀리 들리는 북'을 만들어 바쳤고 그것이 개회식에 등장한 용고였다. 철공소 직원들은 목욕재계하는 심정으로 화투를 금하고 술도 삼간 채 정성 들여 망치질을 했는데 그것이 성화대였다. 국내인들에게는 불친절하던 택시기사들은 외국인들을 친절히 안내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믿고서 잠시 사람이 달라졌다. 보통 사람들은 승용차 홀짝수제 운행에 협조하는 것을 '애국한다'고 생각하며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였다. 자신이 하는 일이 나라와 민족과 이웃에게 좋은 일이 된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는 한국인들처럼 신바람을 내며 물불 안가리고서 아무 대가도 없이 순정을 다 바치는 민족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1987년 6월 사태 때 밤만 되?서울 시내는 화염병과 돌멩이의 대결장으로 변했지만, 경찰서를 제외한 공공건물이나 공중전화박스는 온전하였다. 그 혼란을 틈타 도둑질하고 강도질하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광주사태 때 외국기자들이 가장 놀란 것은 약탈이나 개인적 보복행위가 적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한국인들을 잘 다루는 길은 그 좋은 일감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리라. 타산적인 이해관계의 미끼를 던져서 한국인을 움직일 수는 없다. 한국인의 그 뜨거워지기 쉽고 뜨거워지고 싶어하는 마음을 동원할 수 있는 보람과 가치를 만들어 주어야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까지 한국인을 이끌었던 보람과 가치는 경제 개발과 민주화라는 2대 명제였다. 고도 경제성장은 고 박정희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효율적인 관리체제 아래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민주화는 전국민의 열화와 같던 원망(願望)과 역사의 대세를 거부할 수 없었던 집권자들의 자발적 궤도수정이 하나의 타협점을 이루어 큰 유혈 사태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어느 정도 양대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한국인들은 마음이 허전해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목표를 향해 순정을 바칠 것인가,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대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민주화와 같은 거창한 명분을 잡고 달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이 이제는 크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계층 갈등, 지역 감정, 세대 갈등, 그리고 향락에의 욕망은 커지고…. 고생을 함께 하기는 쉽지만 고생 뒤의 즐거움을 나눠갖기란 어렵다고 한 성현들의 말씀이 새삼 생각나는 때이다.
  
  정치인들은 한국인들이 신바람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보람있는 일감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큰 일감으로는 북한의 민주화나 통일같은 것이 있겠다. 아직도 유일신인 김일성에 홀려 바깥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사는 북한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자유를 마시며 살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 제일동포들의 법적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요즈음 강하게 일고 있다. 재일동포들보다도 훨씬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는 북한 사람들도 인권에 대해서는 우리가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
  
  통일, 통일을 외치는 사람들도 이 통일이 북한 사람들의 인권 향상과 어떻게 관련지어지는가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통일이 북한 사람들의 인권을 계속 속박시켜두는 방향이 될 때는 아무리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라 해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 재야 운동권 단체들은 왜 2천만 북한 동포의 인권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않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인권은 국경이나 체제나 민족을 초월한 인류의 보편적 절대가치일진대 우리는 이웃 사람들이나 재일동포, 또는 이디오피아 국민들의 인권을 걱정해주는 것과 같이 북한 사람들의 인권도 염려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작은 일감으로는 개인의 창조성 개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조성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남이 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남이 닦아놓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편리를 거부하고 비록 오솔길이지만 새로운 길을 닦아서 남이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힘겹게라도 걸어가겠다는 자세가 바로 창조적 삶인 것이다. 그것은 살아가는 방식의 개발일 수도 있고 기존 가치체계에 도전하는 행위일수도 있으며 예술적 창조일 수도 있고 스스로 선택한 고생일 수도 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창조는 남을 위한 희생일 것이다. 그것은 타인의 행복을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술과 학문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가치를 창조성에 두고 있는데 국가와 인간을 평가하는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 국가의 위대성은 세계인이 공유할만한 문화유산을 얼마나 남겼느냐로 잴 수 있듯이 한 인간의 생애는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아름다움과 새로운 보람과 새로운 의미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느냐로 평가하는 수도 있으리라.
  
  인류 역사를 보면 창조성을 추구한 천재들은 대체로 당대에 평가받지 못해 불행하였다. 천재는 늘 자신의 시대를 앞서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 것 같다. '범인(凡人)에겐 침을, 바보에겐 존경을, 천재(天才)에겐 감사를!'
  
  <1990년 4월 아시아나>
출처 : 아시
[ 2003-07-01, 15:4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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