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조선시대 설날에는 어린아이도 '소주'를 마셨대요》
“어린아이도 '소주'를 마셨대요”와 같이 쓰여진 게 걱정스럽다.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든다. 그래서 별것이 아님에도 이 글을 쓴다. 기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어린아이부터 마시는 ‘도소주’
새해의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조선 시대의 특별한 설날 풍습으로는 ‘도소주’가 있습니다. 이것은 계피, 도라지, 방풍 등 갖은 약재를 넣어 담근 술입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일제강점기쯤까지만 해도 설날에 도소주를 마시기 위해 모이곤 했습니다.
도소주를 마시는 특별한 방법이 있었다고 해요.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한 방에 모여 어린 순서대로 도소주를 마시고 방에서 나갑니다. 젊은 사람은 한 해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마시고, 늙은 사람은 한 해를 잃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제목에는 ‘소주’라 했고 기사 안의 소제목에서야 ‘도소주’라 했다. 제목에서 소주라 했으니 도소주도 소주인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한자를 붙여주지 않았으니 더욱 그렇다. 여기서 이름의 중요성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설날 풍습으로 마신 술은 소주(燒酒)가 아니고 도소주(屠蘇酒)였다. 도라지. 방풍. 산초. 육계. 백출. 대황. 호장근. 오두. 등을 넣은 약용주(藥用酒)였다. 귀기(鬼氣)를 도절(屠絶)하고 인혼(人魂)을 소성(蘇醒)한다고 해서 도소주라 불렀다고 한다. 술의 바탕도 소주가 아닌 청주였다는 것이다. 우리 곁에 흔한 ‘소주’가 아닌 것이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화타(華佗)의 비방(秘方)이라고 한다. 새해 아침에 가족 모두가 의관을 정제하고 모여서 차례로 도소주 술잔을 어른에게 올린 뒤에 나이 어린 사람부터 일어나서 나가는 풍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는 “조선 시대의 특별한 설날 풍습으로는 ‘도소주’가 있습니다.”고 했는데 조선 시대의 특별한 풍습이 아니라 중국에서 전해진 풍습이다. 《荊楚歲時記》에 실렸다는데 ‘형초기’의 주석서라 한다. 6~7세기의 축제에 대한 설명이다는데 수나라 혹은 당나라 초에 두공첨이 편찬했다는데 원본은 유실됐다고 한다.
그리고 신문 기사는 ‘어린아이’도 마셨다고 했는데 어린아이가 마셨다는 기록은 잘 찾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찾기를 포기했다. 다만 “젊은 자부터 마셨다.”거나 ‘나이 어린 자부터 마셨다’는 표현이 나온다. ‘나이 어린 자’를 ‘어린아이’로 해석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조선시대의 어린아이는 몇살쯤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설날에 제사를 지낸 뒤에 어른이 주는 술을 처음 받아 마셨는데 중학생 때다. 그래서 내가 술에 대한 경계심을 갖지 않고 드디어 술꾼이 됐는지 모른다. 후회감을 담아 이 글을 썼다. 오늘도 마시려 벼르고 있지만 ㅎㅎ.
도소주에 관련된 시 한 수를 옮겨본다.
계축년 설날/무명자
거울 속에 비친 서리는 봄바람도 소용없으니
마지막 남은 도소주 잔을 억지로 들어보네
마흔 해 전의 일이 어제 같으니
설날이면 이 술을 늘 먼저 마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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