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문민(文民) 국방부 장관

몰라서 저지른 무능이 때로는 악의를 가진 행동보다 더 치명적이다.
오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물러났다. 나는 평소 국방부 장관은 직업군인 출신이 아닌 문민(文民)이 맡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졌었다. 군 출신 장관들이 군 내부 사정을 너무 잘 안다는 이유로 현장의 세세한 영역까지 간섭하며 생기는 폐해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장관과 군 지휘관의 역할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작전, 교육, 군 인사 등 군 내부 고유의 전문 영역은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에 맡겨야 한다. 장관은 국가 안보 및 전쟁과 관련된 대통령 보좌, 국방 예산 확보 및 배분, 타 부처와의 협조 등 거시적 행정과 정치적 방패막이 역할에 매진(邁進)하는 것이 옳다. 안규백 장관이 그 길을 열어주길 진심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군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정치 논리를 앞세워 군 내부를 흔들었다. 군 출신 장관의 참견(參見)은 알면서 하는 것이기에 불편하더라도 참아낼 수 있었지만, 이번엔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格)이었다. 기름을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든 꼴이자, 사실상 군의 기강(紀綱)을 무너뜨리는 지휘였다.

특히 군 인사의 특수성을 완전히 간과(看過)했다. 군은 일반 사기업이나 민간 조직과 다르다. 장군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외부에서 군사학 박사를 스카우트해 임명할 수 없다. 이등병부터 장군까지 오직 군 내부에서 육성된 인원으로만 채워진다. 즉, 단 한 번의 잘못된 인사가 남기는 후유증은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되돌릴 수 없다.

예를 들어서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하여 대전으로 각 군 사관학교를 이전(移轉)함으로 입학하는 생도의 수준과 교육의 질(質)이 저하된다면, 그 기간에 입학한 장교가 장군이 되어 전역할 때까지 군대는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12·3 계엄에 연루(連累)된 인원들을 무더기로 처벌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장 빈자리를 민간 인재로 채울 수 없는 조직에서, 무조건 정치 논리로 무더기 처벌을 하였다. 그 폐해가 전방 군 지휘관들의 지휘 결함(缺陷)으로 나타나고 있다. 몰라서 저지른 무능이 때로는 악의를 가진 행동보다 더 치명적이다.

군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조직이자, 국가의 생존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堡壘)다. 돈이 없으면 굶주리고 가난하게 살면 되지만, 군대가 약해져 전쟁에서 패(敗)하면 타국의 노예(奴隸)로 살아야 한다. 대기업 직원 양성과는 차원이 다른 이유다. 문민 국방부 장관을 향한 나의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도 그만큼 깊다. 당분간 문민 국방부 장관은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