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과 문재인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집안 서재 소파에 단정하게 앉은 김동길 교수의 모습이 유튜브 방송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그의 상징인 검은 콧수염과 머리가 세월에 파 뿌리 같이 하얗게 말라 버렸다.
  
  “저는 사회적 실패자입니다.”
  쇳소리가 섞인 노인의 참회의 목소리였다. 믿음이 깊은 그는 평생을 선생님으로 세상의 존경을 받아 왔다. 칼럼으로 또 직설적인 강연으로 이 시대의 예언자 노릇을 충실히 했다.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을 가진 양 김씨를 향해 낚시나 가라고 한 컬럼은 당시 사회에 강한 너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사회가 주는 십자가를 지기도 했다. 바른말을 하다가 육군교도소에 갇힌 채 군사재판을 받기도 했다. 어느 날 그는 돈을 대줄 테니까 대통령을 하라는 재벌 회장의 말을 듣고 정계로 나섰다. 결국 그를 얼굴마담쯤으로 이용해 대통령에 출마한 재벌 회장에게 그는 이용당했다. 사회적 실패자란 말은 거기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젊은 시절 아내는 나에게 항상 그 빨간 나비넥타이를 맨 교수 같이 지성적인 멋쟁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동길 교수가 정치판의 오물을 뒤집어 쓴 이후에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나이 구십의 노인은 또다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남들은 나를 석학이라고도 하고 사회원로라고도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의식적 겸손으로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었다. 그의 말에는 눈 덮인 겨울 나뭇가지처럼 말 이상의 의미가 얹혀 있었다. 석학은 자기가 석학이라는 의식이 없다. 원로도 자신이 원로라는 걸 모른다.
  
  “나는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겁니다.”
  예언자 같은 노인의 본론은 그 짧은 한 마디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와 동갑이고 같은 세대를 살아왔다. 부모가 가난한 이북 출신이고 또 같은 변호사로 밥을 먹고 살아 왔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몇 년 전 그의 사무실에서 점심시간 개인적으로 둘만 잠시 만난 적이 있었다. 접시에 담긴 김밥 한 줄과 마른 과자 몇 조각을 놓고 개인적으로 얘기하는 자리였다.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까? 뭘 하고 싶어요?”
  내가 물었다. 대통령 그 자체가 하고 싶은 것인지 이루려고 하는 소망이 있는지 그걸 진심으로 알고 싶었다. 나는 이미 정치나 어떤 자리와는 인연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고 담백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내 마음이 그에게 전달된 것 같았다. 그가 잠시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윽고 그가 이렇게 말했다.
  
  “경제민주화와 검찰 개혁입니다.”
  
  경제민주화라는 그의 단어에서 극단적인 빈부의 격차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느꼈다. 검찰개혁은 권력의 남용을 막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의 말에는 정권이 바뀌면 권력의 주구가 되어 모략적으로 법을 적용하고 왜곡하는 검찰에 대한 증오마저 서려 있는 것 같았다. 고통과 체험에서 나온 결론으로 느껴졌다. 그것만 이루어도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월이 지나고 그가 대통령이 된 지 몇 년이 지났다. 사회원로 김동길 교수가 대통령을 향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바늘 끝 같은 음성으로 외친다. 촛불혁명과 적폐청산의 구호로 너무 많은 사람을 잡아넣었다고 지적한다. 지난 일 년간 변호사로서 적폐를 청산한다는 법정을 오갔다. 그곳에서 나는 검찰의 법의 왜곡과 모략적 적용을 다시 목격했다. 억지로 법을 뒤집어 씌우는 행위를 법원은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것은 무늬만 그럴 듯할 뿐 이미 법치주의가 아니었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법치주의다. 같은 변호사를 한 대통령은 그걸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밑에서는 그렇지 않다. 노인 김동길 교수의 말을 듣고 한번 생각해 보았다.
  
  
  
  
  
[ 2019-05-21, 10:0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love     2019-05-27 오전 10:17
문재인은 자유민주주의 핵심가치인 법치주의 파괴자다! 법을 아는 변호사란 자가 '국가 안보와 경제를 튼튼히 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민을 통합하여 국가를 보위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막중한 헌법적 책무를 망각한채 촛불 혁명을 외치며, 적폐 청산이다 뭐다하면서 검찰수사를 하명해서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폭거로 헌법을 능멸하는' 용서 받지 못할 대죄를 저질렀다! 따라서 문재인은 법치주의의 파괴자! 즉 민주주의의 적으로 자유대한민국 국민에 의해 타도되어야 마땅하다!
   정답과오답     2019-05-21 오후 4:22
보통의 한국인 거의 비슷하다고 봅니다
잘하겠다고 정의를 외치지만
막상 권좌에 오르면 달라지는거죠

김동길같은 분은 다르겠지만
우리 민족은 그런사람은 선택하지 않습니다
거짓의 말로 잘하겠다는 사람을 선택 한다는거죠

허기사 거짓의 허황된 약속은 무었이던 불가능 하지 않으니..
   천영수     2019-05-21 오후 12:23
검찰 개혁한다면서 정작 자기가 가장 악질적으로 검찰을 이용하고 있군요.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  뉴포커스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