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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의 메모
  결혼기념일의 메모
 
 결혼기념일의 메모
 
 박정희는 1964년 12월12일 방독을 마무리하면서 뮌헨 호텔 방에서 메모를 쓰고 있었다.
 
 <오늘 유럽-아프리카 공관장들을 통하여 내가 받은 보고들 중에는 심각한 관심을 끌어 마땅할 문제들이 있었다.
 
 첫째, 그들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수출실적을 거의 예외없이 올리고 있었으나,
 
 둘째 더 많은 수출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름아닌 한국 상인들끼리의 경쟁과 무성의 때문에 손해와 기회를 일실하고 있다는 것이며,
 
 셋째, 중근동지역과 아프리카 일대는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한국 상품의 원가가 저렴하므로 얼마든지 진출할 여지가 있고,
 
 넷째, 불-영-이태리 등 여러나라도 남아 돌아가는 자금을 세계의 어떠한 곳에 투자할 것인가 망설이고 있어, 이런 나라들로부터도 외자도입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놀라운 사실은 우리와 맞서 있는 북괴는 내가 독일을 방문하고 있는 바로 그때 20여명의 친선사절단을 50여명으로 증강시킨 민속예술단으로 만들어 아프리카 일대를 순회시키면서 외교와 교역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안의 사정을 생각할 때 나는 참으로 한심스러운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우리를 에워싼 모든 국가가 묵묵히 건설과 발전을 위하여 피와 땀을 흘리고 있을 때, 또한 우리의 정면의 적이 세계가 좁다하고 수십 명을 거느리고 아프리카 천지를 행각할 때 우리는 정쟁과 분쟁과 입다툼으로 세월을 보내는 실정에서랴…>(청와대에서 펴낸 '박정희 대통령 방독기'에서 인용)
 
 이날 유학생들이 마련한 '한국의 밤' 행사에는 영부인 육영수만이 참석하고 저녁 늦게 돌아왔다. 육영수는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저, 여보세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음? 무슨 날이오? 오늘이?' '우리 결혼 기념일이에요.'
 
 육영수는 손을 입으로 가져가 웃으며 말했다.
 
 이날 오후 육영수 여사 수행원 중 한 사람이 뮌헨 공대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데마그 제철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중이던 김재관(KIST책임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부소장, 중공업 차관보, 한국 표준연구소 소장 역임, 현 인천대 교수)박사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김박사의 부인이 전화를 받았다.
 
 '육여사께서 오늘 저녁 늦게 호텔로 돌아오실 텐데 호텔 후문으로 중국집 만두 두 접시만 갖다 주세요. 서양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셔서 식사를 잘 못하셔서요.'
 
 김재관 박사가 이날 밤 만두를 포장해 호텔 후문으로 날랐다. 수행원은 김박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다음 올라가더니 두툼한 보따리 하나를 들고 내려 왔다.
 
 '이건 뭡니까?' '이걸 가져가세요. 영부인께서 식사를 통 못하셨는데, 이걸 꼭 갖다 드리래요.'
 
 김박사가 집에 와 풀어 보니 붉은 비단에 금박으로 용 두 마리를 수놓은 침대보였다. 방독 선물로 준비한 것들 중 하나를 준 것이었다.
 
 다음날(1964년12월13일) 아침, 박대통령은 80여명의 교포 유학생들을 초청한 조찬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재관 박사는 자신이 작성한 '한국 강철산업 발전계획시안'을 선물로 들고 나왔다. 김박사는 1962년 독일의 철강회사들이 한국의 울산종합제철소 건설계획에 참여할 무렵 데마그 철강회사 소속원으로 활동했다. 1964년1월에는 장기영부총리 앞으로 종합제철소를 건설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적어 보내기도 했었다.
 
 김박사는 박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각하, 철강재는 공업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소재입니다. 자금 때문에 지금은 할 수 없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할 사업입니다. 제 논문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돌아가서 꼭 철강회사를 만들 생각입니다. 잘 보겠습니다.'
 
 박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김박사는 손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는 기억을 갖고 있다.
 
 조찬 모임후 박정희는 독일 알프스의 최고봉 주그스피체에 등정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일기불순으로 취소하고 뮌헨 근교의 뉨펜부르크성과 슐라이스하이머성을 관광했다.
 
 관광을 마친 박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후 6시에 바이에른 주지사 고펠 부부를 공식 방문한 뒤 오후 7시에는 쿠빌리에 극장에서 모차르트의 가극 '피가로의 결혼'을 감상했다.
 
 뮌헨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박대통령은 1964년 12월14일 월요일 아침, 독일 공군이 제공한 군용기편으로 뮌헨의 리임 공항을 떠나 오전 10시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독일 의전장과 주지사 대표, 교포들의 환송을 받으며 다시 루프트한자 정기 항공기의 1등석에 탑승해 귀국길에 올랐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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