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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陸朴戰」 끝에 단신으로 마닐라行
 「陸朴戰」 끝에 단신으로 마닐라行
 
 1966년 10월 중순경, 李東元 외무장관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朴正熙
 대통령에게 10월24일부터 이틀간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열리는 월남참 전 7개국 정상회담과 관련한 일정표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번엔 7개국 頂上(정상)뿐 아니라 7개국 令夫人들이 다 모이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아주 큰 외교행사가 될 것입니다』
 
 
 『나, 저 사람(陸英修) 안 데려 가겠어. 이번엔 혼자 가겠어』李장관이 놀라 朴대통령의 인상을 살피니 썩 좋지 않았다. 근자에 들어 청 와대에서 자주 朴대통령과 陸여사 간의 不和說(불화설)이 나돌고 있었음을 기억한 李장관은 대통령을 설득했다.
 
 
 『각하, 그래도 국가간의 外交절차도 있잖습니까. 남들이 다 부인을 동반하 는데 각하만 혼자 가시면 우리가 후진국이란 인상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월남도 들러야 하는데, 목숨 걸고 싸우는 장병위문에 마누라 데리고 간다 는 것도 그렇고…, 혼자 가겠다니까』
 
 朴대통령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영부인께서 건강이 나쁘시다든가, 밖으로 내세우기 부끄럽다면 몰라도 어 딜 가나 환영받는 분인데… 월남방문이 정 걸리시면 마닐라만이라도 함께 가셔야 할 텐데요』
 
 
 『아니, 거 왜 남의 가정문제까지 간섭하려 해? 내가 대통령으로서 나라 일 에 충실하면 되지, 외무장관이 왜 간섭이야? 왜 안 데려 가는지는 자기도 잘 알면서 왜 자꾸 그래?』
 
 朴대통령의 신경질을 듣고 난 李東元 장관은 집무실을 나오면서 난감했다고 한다. 당시 朴대통령과 陸여사 간 부부싸움의 주제는 대통령의 술자리 문 제였다. 李東元 전 외무장관의 회고.
 
 
 『朴대통령은 혈기왕성한 40대 후반의 남자였는데 陸여사는 그렇게 이해하 지 않으신 채 대통령으로서 근엄하게 지내시기만을 바라셨겠지요. 저도 비 서실장으로 3년 동안 청와대에서 근무해 보았지만 그곳은 밤낮으로 일만 하 는 곳일 뿐 외롭고 적막한 곳입니다. 요즘이니 스트레스라는 말도 있고 그 걸 푼다는 말도 관용적으로 인식되곤 하지만 그 시절에, 특히 陸여사의 辭典(사전)에는 그런 말이 없었습니다.
 
 두 분의 충돌이 잦으면 청와대 부속실에서부터 이야기가 조금씩 새 나와 아 는 장관들은 다 알고 있던 시절입니다. 각하께서 절 더러 「자기도 잘 알면 서…」라고 하신 말씀은 부부싸움이 소문이 되어 돌고 있음을 각하 자신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지요』
 
 李장관은 그 길로 陸英修 여사를 만나 설득했다고 한다.
 
 『웬만하면 각하의 말씀을 제스처라고 봐 주시고 함께 가시지요. 각하께서 기생들과 술마시는 것보다 사모님께서 홧김에 국제행사에 참석 안 하시는 것이 國益에는 더 해롭습니다. 국가원수의 부인으로서 사모님도 함께 가셔 야 합니다』
 
 陸여사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려 애쓰며 먼 곳을 응시한 채 이렇게 말하더란 것이다.
 
 
 『본인이 가자고 해야 가는 것이지, 제 마음대로 간다고 갈 수 있는 거예요?』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다음과 같은 목격담을 갖고 있었다.
 
 『그 무렵 무슨 일로 제가 청와대 2층엘 올라가게 되었는데 대통령 침실 쪽 에서 陸여사의 몹시 격한 음성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긴장이 되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보니 방문이 조금 열려 있더군요. 눈길이 자연스럽 게 그 쪽으로 가는데 각하께서 담배를 뻑뻑 피우시다가 별안간 재떨이를 확 집어 던졌습니다. 陸여사의 얼굴에 맞았다는 것은 낭설이고 벽을 향해 집 어 던지면서 화풀이를 하신 것이었지요.
 
 그 후 마닐라 정상회담에 朴대통령 혼자 참석하게 되자 밖으로는 월남이 전 투지역이기 때문에 令夫人이 동행하지 않았다는 그럴싸한 발표와 함께 재떨 이 사건도 소문이 되어 돌고 있었습니다』
 
 부속실에 근무한 또 다른 인사는 이런 설명을 했다.
 
 『陸여사의 입장에서는 속이 많이 썩었을 겁니다. 특히 1965년 전후로 朴대 통령은 목숨 건 혁명 이후 국가 발전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자신감이 충만해 있을 때였습니다. 업무가 끝난 뒤엔 마땅히 갈 데도 없는데, 측근 인 李厚洛 비서실장, 朴鐘圭 경호실장, 金炯旭 정보부장, 張基榮 경제부총 리들이 각하를 모시고 자주 요정 같은 술집엘 드나들었지요. 陸여사는 이 분들을 미워했어요. 이 분들도 陸여사를 무서워 피하고, 2층 부속실로 올 일이 있으면 까치발로 살금살금 들어와 부속실 직원에게 속삭이듯 「사모님 계시나?」하고 묻곤 했지요. 특히 李厚洛 비서실장은 거짓말을 하거나 자 신이 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 사, 사모님 계, 계시나?」하고 말을 심 하게 더듬었어요』
 
 재치도 있고 고집도 센 陸여사는 直言보다 가능한 남편을 존중해 여러 가지 예를 들거나 돌려 말하곤 했는데, 때로는 이런 대화법이 朴대통령의 아픈 곳을 더 자극하는 결과가 되기도 했다. 가령, 조용한 음성으로 『혁명하신 분이 혁명정신을 잊으셨어요? 케네디나 나폴레옹을 닮으시려 하지 마시고 , 여자들과 술 드시는 것보다…』라고 하면 朴대통령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는 것이다.
 
 陸여사는 특히 張基榮 부총리가 운영하던 한국일보사에서 매년 실시한 미스 코리아 대회에 反感(반감)이 심했다고 한다. 대회참가자 중 일부가 대통령 의 술자리에 참석한다는 소문을 들은 陸여사는 부부싸움 중에 이 문제를 종 종 거론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부끄럼도 없이 나서는 건 여자들을 상품화하는 것 아녜요. 정부나 언론이 이런 걸 모범으로 삼는 것은 잘못이라고 봐요. 그걸 좋아하는 남자들 심리를 이용하는 천박한 여자들이 자기네들 신분의 상승 기회로 이용하는 걸 왜 호락 호락 용납하느냐 말이에요. 그리고 꼭 세계 미인대회에 한국이 나서야 하나요. 동양 여자의 아름다움은 따로 있는 것이지 쌍꺼풀 수술을 아무리 해도 서양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아요. 그런 걸 사진 찍고 방송으로 내 보내는 걸 보면 한심해요. 혁명하신 분이 그런 애들과 술을 드시면…』
 
 이쯤되면 줄담배를 피우던 朴대통령의 눈에 불꽃이 일어났다고 한다.
 
 『陸여사는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警護官(경호관)들에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어젯밤엔 각하 모시고 어디 갔어요?」라며 물어보시지만 안테나 는 이미 경호관의 마음을 읽고 있었으니까요. 경호관들은 둘러대느라 진땀 을 흘리곤 했지요. 그 다음부터 陸여사가 저만치서 걸어 오는 모습이 보이 면 숨는 데 바빴습니다.
 
 陸여사는 民願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셨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안되는 안타까운 사건들은 朴대통령에게 부탁을 하곤 했지요. 그러나 어디 朴대통령이 자기 婦人의 부탁이라고 쉽게 들어 줄 분입니까?』陸여사는 가끔 대통령에게 『민원 하나 들어주세요』라며 자신에게 들어 온 내용을 말하곤 했다. 朴대통령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누구한테 들었 소?』라고 되묻고는 묵묵부답이 되면 陸여사는 아픈 곳을 건드리기도 했다고 한다.
 
 『소실이나 두고 첩질하는 재벌들과 어울리실 시간을 조금만 양보하시고 제 민원 하나 들어주세요』
 
 이런 말은 朴대통령의 가슴에 불을 붙이는 결과가 되어 재떨이가 날아다니 게 되었다고 한다. 1966년 10월 중순에도 청와대에서는 陸여사와 朴대통령 간의 「陸朴戰」이 치러지는 바람에 朴대통령은 단신으로 마닐라 정상회담 에 참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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