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이 웃통 벗는 것을 결코 못 말릴 것이다>

조선일보의 인기 연재 기사인 [윤희영의 News English]의 오늘 제목은〈웃통 드러내고 운동하는 남자가 멋있나요?〉인데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역대 최악 더위를 기록한(record the worst heat ever) 올해 여름, 강·하천 주변이나 공원에서 웃옷을 벗은 채 운동하는(exercise shirtless) 남성들이 늘어나 민원이 쏟아졌다고(pour in) 한다.”

아무리 민원이 쏟아지더라도 법률로 금하지 않는 한 웃통 벗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헬스 대회 자체가 공연성(公演性) 경기이고 그 운동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헬스 운동을 하는 사람은 기회와 핑계가 생기면 어떻게든 웃통을 벗으려고 한다. 사람이 많은 곳이면 더 그런다. 일요일마다 ‘무학산’에 올라오는, 한 젊은이가 매번 덥다는 핑계로 웃옷을 벗어들고 올라온다. 몸 자랑을 하고 싶은 욕망이 수치심을 깔고 앉은 것이다. 이런 사람도 있는데 운동 기구가 준비된 공원에서야 오죽 벗겼나.

또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도 있다.〈브라질 19세 보디빌더 돌연 사망... "스테로이드 부작용?"〉아까운 나이에 왜 죽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스테로이드 약물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정이 나왔지만, 유족과 지인은 섣부른 추측을 하지 말아 달라 당부했다고 한다.

인간의 경쟁심과 호승심이 불타오르는 곳이 체육이긴 하지만 특히 헬스 운동이 심하다. 저 사람도 비만과 싸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가 점차 거기에 재미를 갖게 되었고 마침내 보디빌딩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면 대회에서 우승해야겠다는 욕망이 일고 드디어는 근육을 부풀리는 약을 빨게 된다. 그 약의 부작용이 많되 성기능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다. 젊은 남자가 성기능 감소 부작용을 감수하고 약을 빠는 것은 어떤 목적에서이겠는가. 선수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단백질 보충제를 남용하기도 한다. 단백질 보충제는 액상이든 분말이든 간장과 신장에 치명적인데도 마구 먹어대니 근육에 대한 열망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옛날에 우리 선생님이 별세하자 그 집 큰아들이 복싱·태권도·육체미 도장(그때는 헬스가 아니라 육체미라 했음)을 같은 건물에서 운영하였는데 그 인연으로 나도 기구 운동을 익히게 되었다. 그후 아들이 죽자 체육관도 없어졌고 집에서 나 혼자 살살 운동하게 된 것이 어언 몇십 년 됐다. 그동안 하나 하나씩 구입했던 역기 원반과 아령이 어느듯 홈짐(home gym)을 차려도 될 만큼 모인 것이다. 게다가 요사이는 하나의 아령으로 무게를 증감할 수 있는 것도 있으므로 집에서 혼자서 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우리집 마당에서 상의를 벗고 운동하다가 거울 앞에 서면 늙은 나도 때로는 근육을 더 키우고 싶은 허욕(虛慾)에 단백질 보충제를 한 번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인다. 늙은 나도 그렇는데 젊은이들은 오죽하겠나. 건강하려고 시작하거나 재미 삼아 시작한 운동이 도리어 약쟁이로 만들고 종국에는 묵숨까지 잃게 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헬스 운동은 남에게 보여주는 운동이므로 다른 운동보다 더 약에 노출되기 쉽다.

사람은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헬스 운동을 하더라도 근육에 얽매이지 말고 꼭 근육을 드러내 보이고 싶으면 목욕탕에 가면 된다. 목욕탕에는 헬스 기구도 마련된 곳이 많으니 웃통 벗기에 딱 좋은 곳이다. 무엇이든 최선을 바쳐 열심히 하되 너무 애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갖고 근육을 키우면 약을 빨 생각이 안 나게 될 수 있다. 학문도 위기지학(爲己之學)이 돼야 된다 했다. 하물며 운동이겠나. 저 사람도 차라리 비만한 채로 살망정 근육 키우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19살 꽃다운 나이에 죽었겠나. 얽매임 없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지 않았기에 떠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