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올라야 하고 부동산은 내려야 한다?

소득의 집중보다 단기적인 주식 폭등에 따른 부의 집중이 몇 배나 심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자화자찬하기에 급급하다.
주식은 올라야 하고 부동산은 내려야 한다?

'악의 제국'이 제 풀에 망한 후에 물가가 얼마나 올랐을까? 1992년에서 1996년까지 GDP는 26.3%나 감소했지만, 물가는 무려 175배 곧 17,500% 올랐다. 연 평균 3,500%나 치솟았다. 루블화가 그만큼 폭락했기 때문에, '악의 제국'의 거품 유산을 이어받은 러시아는 1998년에 외채를 한 푼도 갚을 수 없다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어떨까? '주체'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실은 '국제봉'으로 유명한 한국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철면피한 구걸 그리고 흉악한 '범죄'무역으로
300만 공산귀족이 겨우 연명한다. 북한은 만성적인 물자부족으로 더 이상 배급체제를 유지할 수 없어서 마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척 2002년 7월에 경제개선조치를 취했는데, 결과는 원폭 투하로 솟아오르는 버섯구름처럼 치솟은 물가 폭등이다. 미화 1달러에 대해 2원으로 공시했던 북한 원화를 150원으로 대폭 현실화했으나 4년도 안 되어 시장에서는 6,000원으로 폭락했다. 물가가 40배 곧 4,000% 오른 셈이다. 노동자들은 한 달 봉급을 몽땅 털어야 3,000원(50센트)인데, 쌀 몇 킬로그램 사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무기 산업 외에는 거의 모든 산업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동구나 러시아처럼 시장경제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면, 북한은 적어도 5년간 연평균 1만% 이상으로 물가가 치솟을 게 틀림없다. 돈 가방을 주우면 돈은 버리고 가방만 가져가던 제1차 세계대전 후의 바이마르공화국처럼 될 것이다.

공산국가의 예에서 보듯이 권력으로 물가를 얼마든지 억누를 수 있다. 그러나 공급 부족이라는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없으면, 어느 순간 물가는 살인적으로 폭등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3차 산업까지 세계시장에 전격적으로 편입된 한국에서 부동산만을 뚝 떼어 5년 정도 저축하면 누구나 33평형대의 아파트를 장만할 정도로 그 가격을 강제로 끌어내린다는 것은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국민을 청와대같이 넓은 집에 공짜로 살게 해 주겠다고 큰소리치는 것과 마찬가지인 허풍에 지나지 않는다. 1997년 12월 이후 주식만이 아니라 부동산도 폭락하면서 거기도 큰손은 사실상 외국인으로 바뀌었다. 싱가포르의 투자청을 비롯하여 서울 시내의 큰 빌딩들은 헐값으로 마구 팔려나갔고 김대중 정부는 그렇게 부동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여 부채율을 낮추는 기업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강남의 복부인은 잔챙이였을 따름이다. 몇 천억 원대로 차익을 남기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외국인에게는 세금 한 푼 못 물린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며 송덕비를 안 세워 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반면에, 정부의 투기 말살 정책에 따른 만성적인 공급 부족과, 경기를 부추기기 위한 낮은 이자율과, 정부가 앞장서 조장한 이율배반적인 반(反)기업 정서 탓에 갈 곳을 몰라 떠돌던 400조원의 부동자금이 가장 안전한 강남과 그 인근 지역으로 몰려들면서 아파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서민들의 배아픔 정신병을 근치(根治)해 주겠다는 듯이 노무현 정부는 사흘이 멀다 하고 헌법과 법률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세금폭탄을 터뜨린다. 웬걸, 아무리 고강도의 세금폭탄을 터뜨려도 강남은 21세기 한국판 골드 러시를 이루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서 '우습게 보지 말라!'며 세금의 핵폭탄을 가리키며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우스운 것은 노무현 정부가 증시 폭등을 보고는 보톡스 수술과 쌍꺼풀 수술을 무색하게 큰 주름을 그리며 바늘 눈으로 짓는 희색만면이다. 호경기를 반영하는 거라며, '악의적인 수구보수주의자'의 헐뜯기에 꿋꿋이 맞선 가장 객관적인 증표가 종합주가지수 1300의 증시라며, 2005년 기준 세계 최상위 주식 활황이야말로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성과를 바라보며' 꿋꿋이 펼친 경제정책이 성공한 증거라며, 노무현 정부는 득의만만하다. '박수! 박수!' 야속하게도 박수부대 외에는 박수치는 사람이 없다.

부동산 폭등을 만악(萬惡)의 근원으로 여기는 노무현 정부의 붉은 정의감은 그것이 불로소득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면 주식 폭등은 무언가. 그건 불로소득이 아닌가. 주택은 가족의 보금자리이기 때문에 누구나 최우선적으로 목돈을 들이붓지만, 주식은 아파트 한 채는 기본적으로 갖춘 부자가 아닌 한 일확천금에 눈이 어두워 끼어 들면 늦어도 3년 안에 깡통 하나 달랑 차기 십상이다. 분배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들의 눈에 비추어 보면, 그만큼 불로소득의 소지가 많다. 그야말로 증시는 돈 놓고 돈 먹기다. 그런데 주식 폭등은 자랑스러워 하고 세금도 거의 물리지 못한다. 따지고 보면, 소득의 집중보다 단기적인 주식 폭등에 따른 부의 집중이 몇 배나 심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자화자찬하기에 급급하다. 그 사이 유유히 외국의 큰손들은 물 반 고기 반인 한국 증시에서 연간 34조원이나 벌어간다.

만약 증시에서 부동산처럼 세금폭탄을 터뜨리면 외국 자본이 일시에 빠져 나갈 것이고 한국 경제는 그 다음 날로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쓸 수가 없다. 싫으나 좋으나 증시는 1997년 12월 이래로 세계경제시장에 편입되었다. 부동산도 장기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여기는 정부가 얼마든지 세계 기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준 아니, 정권 기준을 들이댈 수가 있다. 그렇게 하면,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들기 시작한 '어린 백성'들로부터 표를 긁어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원화 강세와 원자재 값 인상, 바다안개처럼 은은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국제 환경의 악화와 갈수록 높아지는 반기업정서 정서와 무능한 정부의 봉건시대 도덕을 앞세운 변덕에 따른 국내 환경의 악화로, 한국 기업의 수익성은 2006년부터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는 중국도 2005년에는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았는데, 경제성장률을 훨씬 상회한 한국의 폭등 증시가 올해 안에 종합지수 1000 이하로 곤두박질치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는 줄곧 시장경제에 서리서리 독기를 품어대는 노무현 정부 아래서는 종합주가지수 1000도 과분하다고 주장했다. 일단 작년에 1300을 돌파했기 때문에 내 예상은 틀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내 주장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순리를 따라야 한다. 사장보다 높은 전임 노조'원님'이 아니라 고용과 세금을 책임지고도 어딜 가나 죄인 취급받는 기업인을 독립투사보다 우대해야 한다. 중견기업의 사장 정도면 장관이나 국회의원 따위는 대통령이 삼고초려해도 걷어찰 정도로 우대해야 한다. 그러면 자본은 절로 생산적인 데로 흐르고 부동산 시장이든 증시든 상식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선순환을 낳는다. 소득과 부동산과 주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꾸준히 올라, 국가 전체의 부(flow + stock)가 해마다 GDP의 3배로 더 늘어남에 따라, 4800만이 배 아파 하지 않고 배 두드리며 살 수 있다.

(2006.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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