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론이 한국을 망치고 있다3/3
권력을 잡은 자가 교만해져서 정적을 악마의 잔당으로 몰아 세우고 이권을 독점하려고 할 때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문제는 위기가 물러가고 권력을 잡은 자가 교만해져서 정적의 무리를 악마의 잔당으로 몰아 세우고 이권을 독점하려고 할 때, 너나 없이 흑백론의 단점에 걷잡을 수 없이 휩싸인다는 데 있다.
  
   노태우 전대통령이나 김영삼 전대통령이나 김대중 현대통령이나 정권을 잡는 순간 교만해졌다. 야당에게 너그럽지 못했다. 그것이 쉽게 풀 문제를 모두 꼬이게 만들었다. 여당이 되는 순간 자신이 기득권자임을 망각했다.
   마치 기득권자가 따로 있는 양, 그 동안 손해본 것을 아주 조금만 찾아 먹는 양, 거대한 기득권자로부터 이익을 일부 되찾아가는 양 행동했다.
  
   5대 재벌을 다 합한 것보다 훨씬 큰 공기업, 국영 기업, 국책 은행이 정권을 잡는 순간 그들의 손아귀에 사실상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그들은 애써 모른 척했다. 꼭 거기서 돈을 받는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에게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막강하다는 말이다.
   그보다 행정만이 아니라 사실상 우리 나라는 정권을 잡은 집단이 사법과 입법도 지배한다는 것도 그들은 애써 모른 척했다.
  
   그러고도 마치 자기들이 거대한 기득권자에게 휩싸여 있는 듯 행동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약자의 입장으로 내려갔는데, 막연하게 이 약자들 중에 누군가가 정권 잡은 자보다 더 큰 힘이 있다고 하니 일이 풀릴 까닭이 없었다.
  
   극렬하게 서로가 서로를 비난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여야가 화기애애하게 헌법을 만든 후 선거전에 돌입하고 나서 지금까지 계속된 일이다.
  
   이 고리를 이제라도 끊어야 한다. 그 시발점은 대통령이고 집권당이다. 그들이 겸손해져야 한다. 야당까지 한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형님, 아우 할 수 있어야 한다. 잘잘못은 자기편으로 만든 후에 따져야 한다. 일단 '한 편이다, 나를 미워하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만 들면 우리나라 사람은 아무리 잘못을 나무라도 원망하지 않는다.
  
   예전에 아버지가 망나니 아들을 반죽음 되도록 때리는 경우가 있었다. 아들은 절대 한 마디도 변명도 안 했다. 자기 아버지는 자기편임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를 때리는 건 자기를 사랑해서 때리는 거지 미워해서 때리는 게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동네 사람이 자기가 닭을 훔쳤다고 눈이라도 흘기면, 상대가 자기 아버지뻘이라도 불같이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그까짓 것 장난으로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대들었다.
   그러다가 아버지한테 들키면 반죽음이 되도록 맞았다. 아무리 때려도 도망갈 줄도 모르고 맞았다. 누가 안 말리면 진짜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아무도 이를 보고 욕하지 않았다.
   왜? 자기편이니까.
  
   자기편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면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절대 듣지 않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흑백론의 정체다.
  
   흑백론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한국 사람은 이걸 버릴 수가 없다. 버리라고 하면 그 순간 바로 또 다른 흑백론에 빠져들게 된다.
  
  서로가 공멸한다는 생각을 갖고 전에 전두환 정권이 유혈 충돌을 피하고 6·29를 수용했듯이 집권자가 대폭 양보를 하면, 오히려 여당이 선거에서 이기게 되고 진 야당들도 결과에 승복하고 모두 한겨레라는 의식으로 한 편이 되어,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할 수도 있고 자기 잘못을 인정할 수도 있다.
  이 때에야 비로소 흰 것은 희다하고 검은 것은 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는 이전투구는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다음 정권까지, 외환위기보다 더한 상황이 올 때까지 어쩌면 수백 년간 계속될 것이다. (2000.3.16.)
  
  
  
[ 2006-09-23, 12:0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