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입시에서 손을 떼고 대학과 일선학교에 맡기는 것, 그것이 최선의 길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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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대입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근절과 교육평등 실현! 이 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권력의 칼을 휘두른 지 26년이다. 1980년 7월 30일 전두환 장군이 단숨에 교육 고지를 점령하여 전국의 모든 가정과 대학과 고등학교에 무차별로 위협사격을 가했다. 낮은 포복으로 기지 않는 자 그 누구도 살아 남지 못했다. 과외금지, 본고사 폐지, 학력고사 실시, 졸업정원제 도입(대학 문 넓히기로 변형되어 마침내 고3 수험생보다 대학입학정원이 많아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됨), 내신 강제반영이라는 서슬 퍼런 위협사격으로 교육의 모든 문제점이 일시에 해결되는 듯했다. 잠시동안 전국에서 소리 없는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전두환 이후 정권이 4번이나 바뀌었지만, 전두환이라면 먹던 밥도 뱉어내는 자칭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은 것도 3번이나 되지만, 교육에서 전두환 패러다임은 갈수록 강화될 뿐이다. 교육독재는 정권과 결합되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민주와 평등의 이름으로! 교육에 관한 한, 전두환교 맹신도가 지난 26년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근절과 교육평등 실현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교육부의 극약처방이 26년간 정권마다 그 도를 더해 감에 따라 전 국민이 이제는 내성이 생길 대로 생겨 교육부의 정책은 아무리 쏟아져 나와도 씨알도 안 먹힌다. 죽기는 싫으니까 겉으로야 따르지만, 너도나도 교육부를 물 먹이는 데 도가 텄다. 공산권이 무너지기 직전에 민심이 완전히 돌아서서 공산당의 정책을 인민의 대책이 하나같이 물 먹이던 것과 흡사하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교육부의 26년 독재에 학부모와 학생은 사교육과 조기유학에 목숨을 거는 걸로 맞섰다. 독재권력의 칼에 시장경제의 솜으로 맞선 것이다. 대학은 대학정원 늘리기와 부실교육과 운동권학생 양산과 기기묘묘한 입시제도로 맞섰고, 고등학교는 공문 예쁘게 만들기와 최대한 교육부 지침 어겨서 가능한 한 입시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으로, 불량 내신성적 대량생산으로, 누구든 입학을 원하면 100% 받아들여 알든 모르든 100% 졸업장을 쥐어 주는 무책임한 복종으로 맞섰다.
  
   교육부의 내신 성적 40% 이상 의무 반영률에 맞서 대학은 점수만 그렇게 주고 실지로는 기본점수를 왕창 주어 실질 내신 반영률은 10%도 안 되게 만들었다. 천차만별인 내신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독선이라면 천하에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는 노무현 정부가 가만있을 리 없다. 100등급인 수능을 아예 9등급으로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내신도 9등급으로 나누었다. 내신으로 뽑으란 말이다. 내신의 실질 반영률이 40% 이상 되도록 하라는 말이다. 내신은 도합 8번에 걸쳐 산출되기 때문에 1번밖에 안 보는 수능보다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내신의 변별력이 더 높아진다. 단, 학교 차이는 일체 인정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제비뽑기하라는 말이다. 대학을 평준화하라는 말이다. 전성은이 이끈 교육혁신위는 원래 수능이나 내신이나 5등급으로 하려고 강력하게 밀어붙였지만, 당시 안병영 교육부 장관이 배수의 진을 치는 바람에 겨우 9등급으로 늘렸다. (안씨는 김영삼 정부 때도 교육부 장관을 했었는데, 그 때도 EBS로 사교육을 잡는다는 소신을 밀어 붙였다. 이번에는 아예 EBS 교재에서 진짜 문제를 내버렸다! 전두환 장군도 감히 못한 일을 단행한 것이다!) 대학은 굳이 등급을 도입한다면 13등급으로 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 타협책이 9등급이다.
  
   한국의 기업은 이미 세계 1위가 즐비하지만, 명문대라야 세계 100위권에 2006년에 겨우 한두 개 들어가는 한국의 명문대서 난리가 났다. 교육부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다가는 한국 1등이 세계 1,000등으로 곤두박질칠 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각 대학이 머리를 짜낸 것이 논술고사의 빈 틈이다. 슬슬 운을 떼다가 시안을 만들었다. 교육부가 가만있을 리 없다. 본고사형 문제는 안 된다, 통합논술로 내야 한다, 영어 지문도 안 된다! 수학도 과학도 말로 표현하는 것이어야 하고 영어논술은 조기유학이 필수코스처럼 된 강남부자의 자녀가 잘할 수밖에 없으니까, 교육청에서 문제유형을 만들어 각 학교에 배포까지 했지만, 전면 중단하라! 어쨌거나 교육부가 논술은 허용했으니까, 이제 교과목에 초1부터 고3까지 12년 동안 단 한 시간도 이수하지 않은 논술이 가장 중요하게 되었다. 그나마 전국이 똑같은 잣대라 가장 객관적인 시험이 수능이지만, 교육부의 독재권력에 의해 9등급의 변별력밖에 없으니, 대학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내신을 최대한 적게 반영하고 논술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려고 묘책을 짜낸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만 죽을 판이다. 학원강사와 과외교사는 아연 살 판 났다. 사교육 시장은 처음에만 고개를 살짝 숙이는 척할 뿐 이번에도 희색이 만면하다. 학원 숫자가 전국적으로 2만8천여 개로 학교 숫자보다 2.6배나 된다. 정부의 비호를 받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감히 손도 못 대는 독점 사교육 업체인 EBS가 제일 신이 났다. EBS는 공교육을 바지저고리로 만들고 다른 사교육 시장 특히 애꿎은 참고서 시장을 초토화시켰다. 거기서 수능 문제가 나온다고 하고 실지로 몇 문제 내니까(검인정 교과서나 다른 참고서에서 그랬다면 문제사전유출로 바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겠지만 권력이 얼마나 좋은지 EBS는 칭찬만 받음), 과목당 20권 이상 내는 EBS 교재는 학생들이 보든 안 보든 날개돋친 듯 팔린다. 대신 그보다 훨씬 좋은 책을 만들어 수험생에게 크게 인기를 끌던 여타 학습서 출판사들은 자고 일어나면 부도난다.
  
   아니나 다를까, 사교육 시장이 경제성장률을 두세 배 앞지르기 시작했다. 학부모의 10명 중 9명이 2008년 대입 발표 이후 과외가 늘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사교육비가 연간 8조원 내외라고 하지만, 실지로는 전국의 8백만 초중고 학생 중 70%가 한 달 평균 33만 원을 쓴다고 하니까(한나라당 이주호 의원),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8조원의 약 3배인 20조 원을 쓴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해외 유학으로 쓰는 돈이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에 15조 원 들었다. 이 중에 반만 조기교육에 쓰인다고 해도, 한국의 공교육이 시원찮아서 해외에 갖다 바치는 돈만 7조5천억 원이다. 2005년 교육부 예산이 28조 원이니까, 공교육비와 사교육비가 거의 같다는 결론이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발표하며 상기된 얼굴로 떨리는 목소리로 사교육에 일치감치 사망신고를 내리는 희극을 연출한 교육부는 나 같은 백면서생의 눈에도 이렇게 벌써 뻔히 결론이 보이는데도 사과 한 마디 없다. 하긴 독재권력은 원래 절대 사과를 안 하는 법이니까! 모든 것은 어리석고 이기적인 학부모와 학생과 교사와 교수 탓이다. 장관도 수시로 바뀌니 사과할 사람도 마땅찮을지 모른다. 전직 교육부장관들은 정치권에서, 전교조에서, 교육혁신위서 시키는 대로 앵무새 노릇만 했을 뿐이라고 속으로 투덜거릴지 모르고. 대학으로부터 사실상 학생선발권을 빼앗은 이래, 지금까지 26년에 걸쳐서 대한민국의 교육을 외환위기 상황보다 더한 위기로 몰아넣고도, 공교육을 완전히 말아먹고도 뭘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교육부는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지금도 새벽부터 밤이 이슥하도록 초중고와 대학과 학원과 전국의 가정에게, 특히 최첨단 방음장치를 갖춰놓고 황홀한 사교육을 받고 있는 강남의 가정에게 명령과 지시와 엄포를 남발할 따름이다. 칭찬은 오로지 한 군데 교육부로부터 사교육 시장 금난전권을 위임받은 EBS의 몫이다.
  
   내신 과외, 수능 과외, 논술 과외, 거기에 더하여 경시대회 과외, 논술대회 과외, 수행평가 과외, EBS 과외, 봉사활동 등등 공자맹자도 못할 슈퍼맨 공부를,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나 빌 게이츠는 몽둥이로 두들겨 패도 절대 못할 공부를, 한국의 대부분 학생들은 해야만 한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해야만 하니, 숱한 학생들이 미치지 않기 위해서 아예 될 대로 되라, 하고 몸만 왔다 갔다 한다. 그런 대포자(대학포기자)도 입시철만 되면 서로 모셔가려는 대학이 엿을 사 들고 와서 줄줄이 서 있다. 대학 문이 전세계에서 제일 넓으니까! 실업계도 70%가 대학에 진학하니까!
  
   보시다시피 이미 시작하기도 전에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는 역사상 가장 큰 실패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교육부가 매양 하는 일은 태평양같이 거대한 교육시장에 통통배를 띄워 놓고 그 위에 기관총을 걸어놓고 바다속 물고기 떼를 위협하는 사격의 강도를 점점 높이면서 어금니를 꽉 무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입시에서 손을 떼고 대학과 일선학교에 맡기는 것, 그것이 최선의 길이다. 그러면 불과 몇 년 안에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도 공교육을 보완하면서 떳떳하게 공생할 것이다. 대학은 10년 안에 세계 100위 이내로 우르르 진입할 것이고.
   (2006. 10. 25.)
  
[ 2006-10-25, 22:2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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