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의 변천-송두리째 무너지는 전통윤리5
온달은 바보가 아니라 능력은 뛰어났으나 재산이 없었거나 신분이 낮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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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농반목민의 효]
  
   농경민과 유목민 사이에 농사만으로는 자급자족할 만큼 땅이 기름지지는 않으나, 넓은 초지에서 유목을 병행하면 정착해서 살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은 무리들이 있다. 이를 반농반목민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부여, 고구려 사람들이다. 중동도 고대에는 그러했다.
  
   이들 사회는 가정도 농경민과 유목민의 중간 형태를 취한다. 농경민만큼은 아니지만 남자인 가부장의 권한이 한층 강화된다. 얼핏 보면 완전히 남성 중심 사회로 보이지만, 모계 사회의 전통도 만만찮게 남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데릴사위제와 형사취수제이다.
   고구려에는 데릴사위제가 광범위하게 인정되었다. 이것은 조선시대의 민며느리제가 남성 중심의 제도인 것과 정반대로 여성 중심의 제도이다.
   남자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을 때 데려다가 키워서 내 사람으로 만드는 제도가 바로 데릴사위다.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자명하다. 미래의 장인은 사윗감의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딸이 최대한 사랑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재산을 모두 여자가 제공했고 여자의 부모를 남자가 모시고 살아야 했다.
  
   따라서 남자가 바쳐야 할 효의 대상이 자기 친부모가 아니라 아내의 부모 곧 장인 장모가 되었다.
   부계 사회에서 철저히 여자가 시부모에게 효를 다해야 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데릴사위제는 여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제도이다.
   강아지도 자기 동네서는 한 수 따고 들어가는데, 여자가 자기 집에 살면서 부모의 그늘 아래 남자를 데려와서 살면 나중에 남자가 가장이 되더라도 여자의 영향력이 만만찮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도 재산이 많은 부모는 돈이 없지만 똑똑한 사위를 맞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다 딸을 위해서이다. 재산을 물려받은 사위는 아무리 똑똑해도 한 풀 꺾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재산을 받았다는 약점이 있는지라 가난한 친부모에게 효도도 잘 못하게 된다. 그럴수록 장인 장모는 좋다. 효도라는 게 결국 물질로 표시하는데 효도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한다는 것은 자기가 물려 준 재산을 친가 쪽으로 빼돌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위가 똑똑하니까 재산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딸이 더욱 호강하게 된다는 말이다. 딸은 재산이 많은 만큼 시부모에게 전혀 기죽지 않고 살 수 있다. 오히려 재산을 미끼로 시부모에게 효도를 바치는 게 아니라 효도를 거꾸로 받을 수도 있다.
  
   데릴사위제에서는 결혼한 딸이 부모에게 효를 다하기도 쉬웠다. 자기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만큼 갈등 요소가 거의 없었다. 효가 의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사랑이었다. 바로 육친이었으니까.
   오늘날도 딸이 친정 어머니한테 바치는 효와 그 딸이 며느리로서 시부모에게 바치는 효가 전혀 다른 것은 바로 전자는 사랑이고 후자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데릴사위제에서는 사위가 은연중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남자가 장성하여 아들딸을 낳고 이어 장인 장모가 죽고 나면, 이제는 효를 받아야 할 대상 1순위가 되어 거드름 꽤나 피우며 살았을 것이다.
  
   만약 장인 장모와 아내가 자기를 이전에 학대했다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가부장의 권위를 내세우고 자식들에게 효를 강요했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성인이 되어 재산을 스스로의 힘으로 많이 늘렸을 경우에는 입김이 한층 세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농경 사회에 비하면 그 입김의 정도가 훨씬 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형사취수제도 유목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에서 생긴 제도이다. 성경에도 나오고 고구려 풍습에도 있었고 일본에도 근년까지 존재했던 제도이다.
   유목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죽으면 그 첩을 모두 자기 첩으로 삼았지만, 반농반목 사회로 옮아가면서 같은 항렬의 형수를 형이 죽으면 차지하게 된 것이다. 부계 사회의 눈으로 보면 상당히 개화한 셈이다.
  
   이것도 물론 여자에게 유리한 모계 사회의 전통이다. 부계 사회에서 아리따운 10대 소녀가 60 노인과 하룻밤만 같이 자도 수절했어야 한 것과 비교할 때, 그것이 얼마나 여자에게 유리했는지 알 수 있다. 부계 사회의 눈으로 보면 형사취수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짐승과 똑같은 파렴치한 짓을 버젓이 행하도록 허용하는 제도지만, 여자 입장에서 보면, 모계 사회에서 보면 이건 최소한의 예우일 뿐이다.
  
   원래 모계 사회에서는 짝을 이룬 남자가 죽거나 멀리 떠나가 있으면 언제든지 마음에 드는 남자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고작 같은 집안의 시동생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엄청나게 양보한 셈이다.
  
   형사취수제 아래서는 조카들이 이제는 자기 자식이 되기 때문에 효도를 자연스럽게 더 받을 수 있었다. 조카들로 봐서는 남도 아닌 자기 삼촌이니까 의붓아비라는 생각을 별로 안 했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바치는 만큼의 사랑은 아니더라도 효가 의무라기보다는 사랑에 가까웠다.
   남자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 아내로 맞이한 여자가 데려온 자식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으면, 무척 부담스러웠을 테지만, 자기 친조카니까 매우 사랑스러웠을 게 틀림없다.
  
   유목 사회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유대 의식이 아주 강했는데, 그것은 구성원이 서로 동의한 것이었다. 농경 사회도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강했지만, 그것은 동의에 의한 것보다는 교육에 의한 강제적인 면이 강했다.
   이제 그 중간 형태인 반농반목 사회에서는 형사취수제, 데릴사위제를 통해 이 공동체 의식을 가족 구성원이 완전히 동의한 상황은 아닐지라도, 그런 대로 재산을 미끼로 하든지(데릴사위제) 혈연을 미끼로 하든지(형사취수제)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굳건히 유지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효도 완전히 자발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의무라기보다는 사랑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이상에서 잠정적인 결론을 하나 끌어내 보면, 인간은 자연과 떨어질수록(수렵채취→ 유목→ 반농반목→ 농경) 모계 사회에서 부계 사회로 옮아갔으며(모계→ 모계부계 공존·모부계라고 하자→ 부계 중심 모계 공존·부모계라 하자→ 부계) 효도 점점 더 자연스러운 사랑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의무 사항으로 바뀌어갔다.
   점점 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주종 관계로 바뀌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평강 공주 이야기가 있다. 울보 공주에게 나중에 바보 온달에게 시집 보내겠다고 부왕이 농담을 했는데, 평강 공주가 그 바보에게 진짜 시집을 가 버렸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가정의 변화는 바로 반농반목 사회인 고구려에서 표준이 되었던 부모계 사회(부계 중심 모계 공존)가 부계 사회로 막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자가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이전에는 자연스러웠지만, 이제는 남자가 선택하는 부계 사회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평강 공주는 여자인 자신이 남자가 바보든 병신이든 스스로 선택했다는 말이다.
  
   이를 보고 부왕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는 말은 이미 부계 사회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말이다. 그러나 부계 사회로 넘어간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평강 공주를 막지는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온달은 바보가 아니라 능력은 뛰어났으나 재산이 없었거나 신분이 낮았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훌륭한 선생도, 아무리 지극한 사랑으로도 바보를 유능한 장수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평강 공주는 온달의 재주에 반해서 공주라는 신분과 재산을 미끼로 남자를 사로잡아 오히려 정신적인 면에서 그를 자기 수하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모계 사회의 전통이었다.
   재산 많고 집안 좋은 여자가 똑똑한 남자를 남편으로 맞아들이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계속--
  
  
  
[ 2006-12-09, 19:0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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