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와 전쟁의 공통점
넘치는 에너지가 이제는 북으로 흘러갈 차례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자연재해와 전쟁의 공통점
 
   최근 몇 년 사이에 인명 피해만 해도 몇 천에서 몇 만에 이르는 자연재해가 각 대륙에 골고루 일어났다. 지진과 해일, 폭풍우가 핵폭탄 수백 개의 위력으로 다가올 때는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같은 개도국만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과 유럽도 속수무책이다. 단지 피해를 좀 줄일 수 있고 복구를 얼마나 빨리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공해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오존층 파괴, 해양 오염, 토양 오염 등을 거론하며 지구종말을 은근히 바라는 듯 예언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원시 자연을 찬미하는 극단적인 무리들도 그만큼 늘어난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지구 역사로 볼 때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게 되는 지난 5천여 년은 유난히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온했다. 일찍이 이보다 안정된 때는 없었다. 21세기 벽두도 역시 마찬가지다. 석유가 무진장 묻혀 있는 중동은 오늘날 불모의 사막지대에 지나지 않지만, 아득한 옛날에는 지구상에서 생명 현상이 가장 왕성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이 한꺼번에 몰살해 버렸다. 일제히 땅속에 묻혀 버렸는데, 그 위에 거대한 바위가 덮어 버려 배사(背斜)구조가 형성되었고 액체와 기체 형태로 된 그들의 시체가 빠져나가지 못하여 석유가 되고 천연가스가 돼 버린 것이다. 석탄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압력에 의해 동식물의 시체가 시커먼 돌이 되어 버렸다. 거기 물고기 화석이 나오는 수가 많은데, 한때 그 곳은 바다였다는 말이다. 순식간에 물고기들이 죽는 바람에 화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구 생명의 역사는 고생대와 중생대와 신생대로 크게 나누는데, 고생대와 중생대는 각각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자연재해로 거의 대부분의 생물이 멸절했다. 인간을 포함한 신생대의 생명도 언젠가는 그런 운명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수십만 년 수백만 년 수천만 년이 흐른 후에 생명이 서서히 지구를 뒤덮기 시작할 것이다.
  
   고생대와 중생대를 끝장낸 것은 우주에서 날아온 거대한 유성의 장난으로 보는 설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여간에 그것이 아니더라도 지구는 불덩이에서 하나의 푸른 별로 탄생하기까지 산은 바다가 되고 바다는 산이 되고 호수는 사막이 되고 사막은 호수가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이는 한 마디로 말해서 에너지가 골고루 펴지는 현상이었다고 본다. 지구 자체의 에너지와 태양 및 우주로부터 오는 외부의 에너지가 상호작용하면서 어느 한 쪽의 에너지가 넘쳐 흐르면, 그것이 상대적으로 약한 곳으로 흘러간 것이라고 본다. 그 당시로 봐서는 지구의 파멸을 가져오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그것이 지구의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모든 자연재해는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갑자기 어느 한 쪽에 에너지가 집중되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가까운 곳의 에너지가 약한 쪽으로 급작스럽게 흘러가고 만약 그 흘러간 곳의 이웃에 이전보다 훨씬 약한 에너지가 존재하면 산을 뒤엎고 강줄기를 바꾸고 바다를 뒤집고 도시를 쓸어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게 지구상의 에너지는 평형을 이룬다. 그러면 다시 긴 평화가 찾아온다. 크고 작은 자연재해는 지구의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는 셈이다.
  
   전쟁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인간 사이에서 에너지의 불균형이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으면, 어떤 작은 빌미에도 넘치는 에너지가 격렬하게 낮은 에너지를 향해 흘러가는데, 그것이 바로 전쟁이다. 사라예보의 총성 한 방에 유라시아가 일시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이 좋은 예이다. 설령 에너지가 거세게 소용돌이치더라도 사방의 에너지 높이가 비슷하면, 주변의 국가들이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면 오히려 에너지의 충돌 곧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냉전 상황의 미국과 소련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들은 대신 에너지가 약한 변두리에서 간접적으로 서로 부딪쳤다. 육이오동란과 월남전이 그 중에 제일 큰 에너지 충돌이었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에너지가 급격히 커진 반면에 그 에너지를 크게 갈무리할 수 있는 대국(大國)의 부재로 인해 유럽은 르네상스 이래로 에너지의 균형을 잡기 위해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느라 밤낮이 따로 없었다. 일상사가 되어 버린 그 전쟁은 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 와중에 급격히 쌓여진 에너지는 아프리카로 아메리카로 아시아로 흘러 들어갔다. 이를 일러 서세동점(西勢東漸)이라고 한다.
  
   전세계에서 2천여년 간 에너지 수위가 가장 높았던 동아시아도 유럽의 밥이었다. 용케 서구와 비슷한 봉건제와 장인제도와 칼 문화와 실리주의가 발달했던 일본만은 재빨리 서구의 에너지를 흡수했다.
  
   에너지가 고갈된 조선은 먼저 차지한 자가 임자였다. 일본은 처음에는 당시 세계최강이었던 영국과 나중에는 떠오르는 신흥강국 미국과 손을 잡고 조선처럼 이미 맛이 간 병든 사자 청을 간단히 물리치고 에너지가 자신보다 세긴 했지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페테르부르크까지 그 에너지가 엷게 흩어져 있던 불곰 러시아도 간단히 제압하고 비루먹은 강아지 조선을 한 입에 삼켜 버렸다.
  
   오랜 식민지 노예 생활 끝에 갑자기 찾아온 자유의 공간에서 자체의 에너지가 한말보다 적었고 그나마 뿔뿔이 흩어져 있던 상황에서, 외부에서 에너지를 대량 수입한 소련의 꼭두각시는 넘치는 에너지가 마치 자기 것인 양 우쭐했다. 넘쳐 흐르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었다. 남쪽의 에너지를 더 낮추려고 갖은 모략을 다 꾸미다가 마침내 성공하였다. 한반도에서 에너지의 차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전혀 모른 미국이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그 결과 북의 뜨거운 불이 남의 바짝 마른 검불과 장작에 순식간에 옮겨 붙었다. 그러나 바로 이웃 일본에 그 불을 단숨에 꺼 버릴 맞불의 에너지와 거대한 태평양에 맞먹을 물의 에너지가 일부 남아 있었다. 미국의 에너지와 소련의 꼭두각시 에너지가 맞붙자 이번에는 북의 에너지가 사정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에너지의 원천인 시베리아와 만주가 버티고 있었다. 거대한 대륙과 해양의 두 에너지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다시 균형을 이뤘다.
  
   인간은 정신이 번쩍 들어 일제히 한 마음으로 뭉치면 자연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쌓는다. 미국의 은은한 에너지 울타리 안에서 한국은 마침내 에너지를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이 쌓아가기 시작했다.
  
   넘치는 에너지가 이제는 북으로 흘러갈 차례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남의 높은 에너지 콘덴서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버린 것이다. 압도적인 로마의 에너지가 사방으로 새기 시작하면서 게르만의 야만스러운 에너지가 이윽고 로마에 가득 차고, 전세계 에너지의 절반을 차지하던 중원의 에너지가 사방으로 새기 시작하면서 우랄알타이의 야만스러운 에너지가 중원을 여러 차례 휩쓸었듯이 남의 에너지가 아무리 높다 한들 그 에너지를 하나로 묶던 반공의 팽팽한 풍선이 곳곳에 구멍이 뚫리며 북의 군사 에너지가 남을 압도하기에 이르렀다. 군사 에너지도 실은 주한미군과 국군과 과학기술, 경제력으로 오히려 남이 북을 압도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한반도로 밀려와도 즉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대한 에너지 방어벽이 남쪽의 에너지와 이미 따로 떨어졌다. 남의 에너지 중 핵심 부분은 오히려 북의 똘똘 뭉친 불 에너지와 서로 다정스레 손짓을 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그 흐름을 바꿀 수 없다. 주변 4강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서울 한복판의 대포 한 방을 기다리고 있다.
  
   20세기말부터 에너지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는 만주와 시베리아는 아직 동해와 태평양의 에너지에 감히 맞설 수 없음을 알고 최대한 몸을 사린다. 그러나 그 에너지가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임진강이나 한강까지 오는 것은 성냥불 하나 긋는 것으로 충분하다.
  
   작은 에너지일수록 주제를 모른다. 어린애들이 너무도 쉽게 에너지 다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강제로 뭉쳐져 있고 속임수로 남의 에너지를 이간질시켜 놓아서 겉보기에 북의 에너지가 남의 에너지를 압도하는 것 같지만, 실은 남과 북은 그 자체로 이미 남의 에너지가 북의 그것을 수십 배 수백 배 능가한다. 막상 줄도 모르고 북의 작은 에너지가 쾌재를 부르며 구멍이 숭숭 뚫린 남으로 건너오면, 한반도의 에너지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사건 곧 전쟁이 터지면, 얼떨결에 한두 대 맞은 거인이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는 것처럼 한국의 에너지가 무섭게 결집할 것이다. 그러면 그 에너지는 설령 만주와 시베리아의 에너지가 압록강과 임진강 사이의 텅 빈 에너지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지라도 북으로 걷잡을 수 없이 역류할 것이다. 그 뒤에는 소용돌이치는 에너지 접점에서 자연스럽게 에너지의 큰 균형을 잡기 위해 동해와 태평양의 에너지가 거센 폭풍을 일으키며 상륙할 것이다.
  
   (2006. 12. 13.)
  
  
  
  
[ 2006-12-13, 23:2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