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도 경제위기라면 발끈한다
경제는 경제 도사인 기업가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과 학자는 그들을 상좌에 모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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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도 경제위기라면 발끈한다
 
  *2004년에 쓴 글입니다.
  
  [북한 경제의 실상]
  
  용천역 참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북한의 경제는 파탄 난 지 오래다. 15년도 넘었다. 전국이 전쟁터보다 더 참혹하다. 시간표 없이 굼벵이처럼 기어다니는 기차에는 바람을 막아 줄 창문 하나 없고 어둠을 밝힐 꼬마전구 하나 없다. 출입구와 지붕에도 사람들이 포도송이처럼 솔방울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다. 이런 꼴을 보여 주는 것이 창피한 줄은 아는지 '피난 열차'는 경수로가 건설되는 금호지구가 멀리 보이면 인근 역에 멈춰 섰다가 밤중에 몰래 지나간다. 공장은 80% 이상 가동이 중단되어서 남자는 할 일도 없이 출근하고 여자는 먹을 것을 찾아 등에 거지 가방을 둘러매고 전국을 헤맨다. 애들은 학교 못 가는 애들이 태반, 꽃제비로 떠돈다. 잘 데가 없어서 온기가 있는 재 속에 몸을 파묻고 얼굴만 내놓고 자기도 한다. 굶주림과 질병과 구타와 죽음은 이들의 일상사이다.
  
  일부 공장에서 세대주들이 기껏 월급을 받아봐야 쌀 10kg도 못 산다. 보급이 끊어진 지도 옛날이고. 설날과 2월 16일(김정일 생일), 4월 15일(김일성 생일)에도 이제는 간에 기별이 갈 정도밖에 안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구걸과 협박으로 한국과 미국과 중국과 UN으로부터 식량을 얻어 공산당원과 군인들과 일부 국민들을 간신히 먹여 살릴 뿐, 경제 살리기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로지 군사, 군사뿐이다. 선군정치가 있을 뿐이다. 김정일의 제일 큰 일과는 군부대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국방위원장이다. 가끔 현지 지도를 하는데, 이게 생사람 잡는다.
  
  청진의 염전이나 함경도 모 지방의 염소 농장의 경우를 보자.
  '소금이 조금 부족하다며?'
  '예...아주 조금 부족하옵나이다.'
  '그럼, 염전을 만들어 쓰면 되지 않소?'
  '예! 그렇군요! 정말 장군님은 천재이십니다. 즉시 시행하겠나이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염전이 제대로 만들어질 리 없다. 콘크리트로 바닥을 다지지 못하니까, 밥 떠먹을 힘도 없는 사람들을 동원하여 순전히 인력으로 어떻게 어떻게 만들지만 물이 밑으로 다 샌다. 현지 지도 날짜가 다가오면 담당자는 소금을 있는 대로 징발해서 뿌린다. 무려 5000kg을 녹여서 고작 그 10분이 1인 500kg을 만든다. 그러면 그 담당자는 소금을 자급자족했다고 크게 칭찬 듣고 큰 훈장을 받고 승승장구한다.
  
  '사람들이 영 핏기가 없구먼.'
  '황공하옵니다.'
  '염소를 기르면 어떻겠소? 고기도 먹고 우유도 먹고.'
  '위대한 장군님은 정말 창발성이 뛰어나십니다. 부리나케 시행하겠나이다.'
  
  염소가 어디 있나, 담당자는 곳곳에 염소를 할당한다, 산을 개간한다, 풀밭을 만든다, 하여 '염소' 전투에 들어간다. 현지 지도 오면 또 난리가 난다. 그럴 듯하다. 그러나 여기도 밥 팔아서 죽 먹기다. 사람 먹을 것을 염소가 먹는다. 그러나 염소는 잘도 죽는다. 병이 잘도 나는데, 고칠 사람도 약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장군님이 현지 지도하신 곳이기 때문에 해마다 어떻게든 염소를 사서 꾸려나가야 한다. 한 마리밖에 없어도 농장 문을 닫아선 안 된다.
  
  나라 경제를 결딴내는 주인공은 바로 김일성과 김정일인데, 이걸 누구도 말할 수 없다. 거짓 보고만 부지런히 올려 보낸다.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전혀 없으니까, 김정일에겐 경제위기가 있을 수 없다. 만약 누가 사실대로 말하면 그 날로 그는 수용소행이거나 공개 총살형이다. 아무리 거짓 보고를 일삼아도 나라 경제 사정이 어떠한지 모를 리 없지만, 그는 절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가 본 것은 전부 잘 되고 있었으니까.
  
  국가 지도자에게 경제 위기를 거론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치를 잘못했다고 추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민주 국가가 아니면, 국가가 부도나기 직전에 이르렀거나 정말 국가가 부도나서 권력자가 쫓겨나야, 왕년의 최고 권력자는 그런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때늦은 후회를 한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국가 부도 직전에야 경제의 실상을 조금 알아챘던 것이다. 그는 오로지 권력 다툼밖에 몰랐다. 한국 사람들은 묘하게도 권력다툼을 민주화라고 우긴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후계자를 잘 낙점한 덕분에 퇴임 후에도 경제의 실상을 모른다. 경제 정책을 얼마나 엉터리로 세우고 집행했는지도 당연히 모르고 스스로 위대한 대통령이었다고 자부한다.
  
  북한은 일찌감치 국가가 부도났지만, 세계 시장에 개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눈과 귀만 막으면 된다. 독재자가 권력만 잡고 있으면 국가 부도가 나도 절대 경제 위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런 말을 하는 자는 수구반동이다. 반역을 꾀하는 불순분자이다.
  
  [한국 경제의 실상]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심각하다.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청와대 안방에서 집무실로 내려오자마자 예의 그 달변으로 온 나라에 넘실대는 경제위기 파도를 잠재운다.
  
  '경제를 우려하는 의견 중엔 순수한 것도 있지만 의도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위기를 너무 강조하면 무리한 정책을 쓰게 되고 결과적으로 후유증을 남기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자 국민적 합의도 있을 뿐 아니라 이것 없이는 노사간 대화도 어렵다.'
  '노사간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는 것이 올해 정부의 최대 과제이다.'
  '규제 문제 등 중요한 경제 현안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으니 정부를 믿고 용기내 투자해 달라.'
  
  이상의 말을 한 마디로 줄이면 이렇게 될 것이다.
  --나는 경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경제 정책도 기가 막히게 잘 집행하고 있는데, 문제는 당신들 재벌이다. 경제위기니 뭐니 하면서 면피할 생각하지 말고 대오각성!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고용도 대대적으로 늘려라. (안 그러면 재미없다.)
  
  이런 험악한 분위기에서 어떻게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까. 5월 25일 재계가 청와대 회동에서 온통 투자하고 고용하겠다는 말로 그 자리를 모면하기 바빴다. 1마디하면 10마디가 속사포같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실물 경제 문제보다 일시적인 자금 경색 문제로 생긴 것이다. 따라서 그 때는 명예퇴직하더라도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했다. 다들 통장 잔고가 그득했다. 진짜 어려운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봐서 우리 경제는 이미 90년대 접어들면서 美日과 중국 사이에 끼어 생산성 저하와 노동임금 상승과 과잉고용(부즈-앨런 보고서에 따르면, 잠재실업이 외환위기 전에 이미 11.3%.)으로 깊은 병을 앓고 있었다.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가 거듭날 절호의 기회였으나,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였으나, 김대중 정부와 민주당이 자신들의 과오는 권력의 방패로 싹 가리고 과거 정부와 야당을 단죄하는 정치 놀음의 쾌락에 빠지는 바람에 오히려 잠재 성장률을 더 까먹었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든다며 대책 없이 코스닥을 띄우는 바람에 개미 군단이 목돈을 한 푼 써 보지 못하고 다 날렸고, 소비 진작책으로 부동산 규제를 풀고 신용카드를 남발하고 개인에게 은행 문을 확 낮춰 주는 바람에 너도나도 돈 빌려서 마구 소비하다가 신용불량자가 400만에 이르고, 가계 부채가 450조원에 이른다. 구조조정한다며 정부가 인심을 팍팍 쓰는 바람에 국가 빚도 1997년 65조원에서 2003년 165조원으로 약 세 배 늘어났다. 작년 한 해만 32조원이 늘어났다. 회수할 수 없는 공적자금 때문에 해마다 12조원이 자동으로 늘어나서 2006년에는 200조원이 될 게 확실하다. 앞으로 해마다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1년 국방 예산보다 많게 된다. 각종 선심성 개발이 약속되고 있어 과연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른다. 이제나저제나 하고 애국심으로 버티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봇물 터지듯 해외로 빠져나간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의료비로 교육비로 관광비로 부동산 구입비로 국부를 마구 빼돌린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15년을 기다렸지만, 끝내 희망의 빛을 못 보았기 때문이다.
  
  나라 정책만 제대로 세우고 잘 집행하면 언제든지 생산적인 데로 흘러갈 400조원의 부동자금이 이대로 가다간 소리 소문 없이 남미나 옛 소련처럼 해외로 다 빠져나갈 판이다.
  
  지금은 경제위기다. 물경 15년이나 계속된 위기이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누구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위기이다.
  
  경제는 경제 도사인 기업가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과 학자는 그들을 상좌에 모시고 두꺼운 대학노트를 들고 한 자도 빠짐없이 그들의 말을 또박또박 받아 적고 밤새도록 공부하고 의문점은 겸손하게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러면 모범 답안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절대 모법 답안을 안 알려 주고 조용히 소리 소문 없이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탄다. 외국에 나가기만 하면 칙사 대접을 받으니까.
  
  (2004. 6. 3.)
  
  
  
[ 2006-12-16, 19:4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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