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
열린우리당, 옷만 갈아입으면 하루아침에 새 사람이라도 된다는 양 서투른 은신(隱身)과 둔갑술(遁甲術)을 부리려 해선 안 된다.

류근일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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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권 실세들, 열린우리당 지도부, 일부 ‘진보적’임을 자임하는 지식인들의 언동에는 한마디로 염치가 없다. 매사 자기들 탓인데도 자성과 자책은 없고 모두가 남의 탓인 양 엉뚱한 방향으로 화제를 돌리고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은 “헌법을 고쳐야…” “언론 때문에…”로 화살을 돌렸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정계를 개편해야…”로 도망치는가 하면, 현 정권을 떠받들던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노 정권의 신자유주의 때문에…” 운운하며 자기들은 오늘의 결과와는 상관이 없다는 시늉이다. 마치 헌법을 고치지 않아서, 언론만 아니었다면, 정계를 새로 짜지 않았기에, 정권이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좌파적’이지 않아서 무엇이 잘못 되었다는 식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다.
  
  그러나 청와대부터 한 번 따져보자. 예컨대 부동산정책의 실패가 온 국민의 관심사인 마당에 느닷없이 웬 헌법 타령인지, 출입기자들이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한 것이 어째서 ‘담합’의 결과라는 것인지 언론이 언제 경제를 침체시키고, 한·미동맹을 최악으로 몰아넣었으며, 세금폭탄을 쏟아 붓고, 폭력 시위대가 예사로 국군과 전경을 두드려 패고서도 버젓이 행세하는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인지, 따져 볼 일이다.
  
  열린우리당 또한 옷만 갈아입으면 하루아침에 새 사람이라도 된다는 양 서투른 은신(隱身)과 둔갑술(遁甲術)을 부리려 해선 안 된다. 문제는 그들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세계관, 사물관, 인식론상의 고질적인 병폐에 있는 것이지, 그들이 무슨 옷을 입느냐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들이 해야 할 바는 지금까지 자기들의 사고방식에 어떤 잘못과 지나침이 있었기에 오늘의 참담한 민심 이반이 초래되었는지를 진심으로 통회(痛悔)하고 자책하는 것이지 염치없이 ‘정계개편’이 어떻고, ‘정권 재창출’이 어떻고 떠들어 댈 일이 아니다.
  
  일부 좌파 지식인들이 노무현 정권을 ‘신자유주의’로 몰면서 이제 와서 자기들이 마치 무슨 ‘야당’이라도 된 것처럼 등을 돌리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지금까지 노무현 정권의 ‘좌파적’ 실험을 음으로 양으로 등 떠밀어 준 것이 누구인데 뒤늦게 와서 딴 소리인가? 그리고 노 정권 정도의 얼치기 민족주의와 ‘좌파적’ 정책에도 신물이 나는데 그보다 더 하라면 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과 자기 자신을 살리려면 그런 억지와 궤변과 오기와 변장술의 사도(邪道)를 걸을 것이 아니라 세상을 개혁하겠다고 덤비기 이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개혁하는 정도(正道)를 걷는 것이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신앙(信仰)’했던 역사관이 비록 한 시절 저항의 동력으로 작용했는지는 몰라도 세월이 지나면 그것도 얼마든지 구석기시대의 유물처럼 퇴락할 수 있다는 자연법칙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이런 겸허한 자기 청산 없이 “부동산 말고는 과오를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잘못을 범할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한사코 우기겠다면 그들은 물론이고 국민의 불행 역시 끝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은 그런 자기 성찰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오만해져 버린 것 같다. 실책을 주워 담기가 겁이 났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내걸고 있는 개헌, 남북 정상회담, 신당 창당 주도 운운 하는 것들 자체가 가책이나 자괴(自愧)의 마음이 전혀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국민 지지율 한자릿수인 사람들이 개헌을 하겠다면 공론에 부쳐야 마땅한데도 야당들과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무슨 비밀작전하듯이 불쑥 내밀고 반대하면 “책임 묻겠다”는 엄포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나라 형편이 나빠졌으면 “나의 부덕한 소치로…” 하는 것이 대인(大人)다운 치자(治者)의 도리이지 사사건건 책임을 언론 등 남에게 돌릴 일이 아니다. 일단 실패한 사람들이 정계개편을 하겠다면 겸손하게 주변의 의향을 묻는 자세를 취해야지 실패에 대한 사죄 한마디 없이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나대는 것은 정치인 이전에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집권측이 지금 해야 할 것은 그래서 ‘물러나는 일’이지 ‘엉겨 붙는 일’이 아니다.
  
[ 2007-01-23, 15:4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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