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에 대한 노무현식 착각
노무현 대통령이 하는 말들은 워낙 종잡을 수 없다.

류근일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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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하는 말들은 워낙 종잡을 수 없고 ‘마구잡이’식이라서 그것을 너무 진지하게 귀담아 들을 이유는 없지만 그가 17일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했다는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한다”고 한 말 그 자체만은 일리(一理) 있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도 전에 좌파 서적들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그후의 현실은 “우리가 읽고 말하던 이론이 예언했던 방향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고 술회하면서 ‘교조적 진보’에 대응하는 ‘유연한 진보’를 주장했다.
  
  이쯤 되면 그의 말이 ‘좌파 근본주의’의 지나침을 비판하는 ‘민주적 진보’, 자유주의자, 보수주의자들의 논리와 과연 어떻게 다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라서 이게 정말 노무현 대통령의 말인지가 헷갈릴 지경이다. 이런 비판은 수많은 세계 지식인들이 한 세기 전부터 볼셰비키 등 ‘교조적 좌파’에 대해 해온 것인데, 그 ‘교조적 좌파’의 지지를 업고 집권한 한국의 ‘진보 대통령 노무현’까지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것을 과연 대한민국의 비극이라 해야 할지, 희극이라 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오늘의 우리 사회엔 ‘교조적 좌파’의 ‘제 모습 드러내기’가 한층 더 노골화되었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김대중씨에 이어 노무현씨를 숙주(宿主)로 활용해 왔던 ‘좌파 근본주의’가 이제는 숙주로서의 효용가치가 없어지자 재빨리 그에게 등을 돌리고 ‘노무현보다 더 순혈(純血)의 좌(左)’를 지향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서로 모순되는 두 인격 사이에 끼어 있는 셈이다. 한 쪽으로는 ‘교조적 좌파’가 자신을 버렸다는 배신감에서 그들 “민중조직의 일부는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제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나무라면서 다른 한 쪽으로는 “북한이 달라는 대로 주어도 결국은 남는 장사”라며 ‘교조적 좌파’가 좋아할 일에 여전히 집착하는 이중성이 그것이다. 그의 이런 자가당착은 그의 인격적·정치적 혼돈을 의미하는 것이며 ‘숙주 노무현’은 결국 우파뿐 아니라 ‘교조적 좌파’에 의해서도 동시에 버림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존재와 기능이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의 ‘살아남기’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실현하는 것을 끝으로 역사의 무대에서 속절없이 폐기될 것임을 비로소 알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그는 “(당신들 ‘교조적 진보’가) 이름을 걸고 (나를) 도와주다가 ‘그것 맞느냐’고 물으면 ‘그냥 이름만 걸어준 것’이라고 변명하는” 행위를 “무책임하다”고까지 타박하면서 그토록 억울해 하고 분개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단물 다 빼먹고 차 버리는 ‘교조적 좌파’의 속성도 화젯거리지만 그들의 그런 ‘이기주의’를 이제야 알았다는 양, 그리고 우파만 아니면 ‘교조적 좌파’라도 무조건 ‘진보’라고 생각했던 ‘노무현식(式) 투박함’이 오히려 더 큰 코미디였을 수도 있다.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만의 경우가 아니고 적잖은 지식인과 젊은이들의 한 시대의 착각이었으며, 여기에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뿌리가 있다.
  
  이들은 우파 권위주의에 반대하기 위해서는 ‘악마와의 계약’도 정당시한 나머지 스탈린, 김정일도 우파가 아니니까 곧 ‘진보’ 우군(友軍)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유·평등·박애를 압살한 김정일이 어떻게 우파가 아닌 것만으로 ‘진보’가 될 수 있는가? ‘참다운 진보’는 전체주의와 양립할 수 없기에 바로 이 점에서 노 대통령과 그에게 표를 준 사람들은 치명적인 착시(錯視)를 일으켰음을 자책해야 한다. 이런 자책 없이 이제 와서 ‘교조적 진보’가 어떻고 하며 원망해 보았자 그것은 누워서 침 뱉기일 뿐이다. 그리고 노무현씨의 경우야 자업자득이겠으나 ‘교조적 좌파’에 대한 한 시대의 착각이나 착시는 분명 교정돼야 한다.
  
[ 2007-02-20, 15:5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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