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여우, 드디어 왕이 되다
조선은 어떻게 망했던가. 김씨 왕조는 어떻게 생겨나 어디로 가고 있는가.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참 오래 전 이야기랍니다. 지금의 케냐 사파리 공원을 중심으로 우기에는 요사이보다 비가 더 많이 내려서 풀과 나무가 한결 때깔이 좋았었지요. 드넓은 사바나 지역은 요새 면적 단위로 무려 100만 제곱킬로미터가 동물의 왕국이 되었답니다. 만주와 한반도를 합한 정도의 넓이가 동물 천지가 된 거지요. 그 당시 인간은 이 주변에 워낙 맹수와 독사가 많아 감히 접근을 못했지요.
  
   이 당시에 왕 노릇을 한 동물은 호랑이였습니다. 호랑이들은 왕족으로서 그 위엄이 천하에 떨쳤지요. 숫자도 많아서 무려 5만여 마리나 되었답니다. 정상적으로는 호랑이 한 마리가 약 100 제곱킬로미터 정도 필요하니까, 이 곳은 1만 마리가 사는 게 적당한데 워낙 다른 동물들이 많이 살아서 그 많은 호랑이가 잡아먹을 짐승이 얼마든지 있었답니다.
  
   10만 마리까지는 넉넉할 것 같았습니다. 아프리카 전체 면적이 중국, 미국, 캐나다 셋을 합한 것보다 조금 더 큰데, 이 아프리카 전체의 30분의 1밖에 안 되는 이 호랑이 왕국에 전 아프리카 호랑이의 반이나 모여 살았답니다. 그만큼 풍요로운 땅이었지요.
  
   평화로운 이 땅에 전운이 감돈 것은 호랑이들끼리의 당파 싸움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동호, 서호끼리 나눠 싸우더니 나중에는 남호, 북호까지 나눠졌습니다. 동서남북 호랑이들이 모두 패가 갈려 말 그대로 피 터지게 싸움을 한 것이지요.
  
   당쟁의 발단은 아주 우스운 것이었습니다.
   사슴을 잡아 먹고 나서 트림을 하는 게 좋으냐 하지 않는 게 좋으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나중에는 토끼를 한 입에 잡아먹느냐 두 입에 잡아먹느냐, 소의 내장을 먹느냐 마느냐, 소의 엉덩이부터 뜯어먹느냐 목덜미부터 뜯어먹느냐, 얼룩말한테 걷어차인 호랑이를 호랑이 취급을 하느냐 않느냐, 암호랑이의 엉덩이를 핥은 호랑이를 음란죄로 추방하느냐 마느냐 -- 하여튼 동물 세계에서 전혀 문제되지 않던 것들을 시시콜콜 끄집어내어 동서남북이 갈가리 찢어져 날마다 어흥어흥 싸움을 벌였습니다.
  
   싸움에 이긴 파는 상대방의 땅의 일부와 그 안의 짐승들을 다 차지했습니다. 진 호랑이들은 한 골짜기에 집어넣어 극단적인 경우에는 서로 잡아먹게 했습니다. 그 사이에 땅이 점점 황폐해져 갔습니다. 수천 마리의 호랑이들이 한꺼번에 싸움을 할 때는 나무와 풀이 사정없이 부러지고 꺾이고 뽑혔기 때문이지요.
  
   다른 동물들도 호랑이의 당파 싸움이 처음에는 재미있기도 했지만, 겁이 나서 잘 먹질 못했습니다. 소화불량에 위염에 위궤양에 과민성 대장염에 걸렸습니다. 자기들끼리 싸움을 하기 전에 어찌나 다른 동물들을 많이 잡아먹던지, 동물들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또한 교육도 철저히 받았습니다.
  
  --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절대 트림을 하면 안 된다.
  --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반드시 트림을 해야 한다.
  --작은 음식은 한 입에 먹어야 한다.
  --작은 음식도 천천히 나눠 먹어야 한다.
  --짐승은 목덜미부터 잡아먹어야 한다.
  --짐승은 엉덩이부터 잡아먹어야 한다.
  --짐승의 내장을 먹지 않아야 양반이다.
  --짐승의 내장을 먹는 자는 상놈이다.
  --힘이 약한 짐승한테는 절대 다쳐서는 안 된다.
  --힘이 약한 짐승한테도 때로는 다칠 수도 있다.
  --암컷의 엉덩이를 절대 핥아서는 안 된다.
  --암컷의 엉덩이를 핥는 것은 수컷의 고유 권한이다.
  
   만약 자기 영역의 동물이 가르치는 대로 외우지 못하면 그 자리서 호랑이가 당장 잡아먹었습니다. 그래서 전 동물들이 때아닌 공부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자는 예절을 모르는 자요, 예절을 모르는 자는 동물의 자격이 없는 자가 되었습니다. 외우기가 너무 힘든 것들을 강요하니,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사랑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사랑을 해야 새끼도 낳고 새끼를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산으로 들로 쏘다니면서 사냥을 해야 서로가 날로 튼튼해지고 동물의 숫자가 날로 늘어갈 것인데, 호랑이 양반들이 시키는 대로 자나깨나 공부하고 그것을 실천하다 보니까, 영 재미도 없고 동물 숫자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슬금슬금 이웃 나라로 도망가는 동물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동서남북 어느 파나 국경선은 어찌나 철통같이 지키는지, 열의 아홉은 그 자리서 잡아 먹혔습니다.
  
   이 때 공부 잘하는 한 천재 여우가 도저히 호랑이 왕국에서 살 수 없어서 갖은 꾀를 다 내어 이웃 나라로 유유히 도망쳤습니다. 그는 북호파에 속했는데, 하루는 이렇게 얘기했던 거지요.
   "북호파 우두머리 호랑님, 중앙의 왕도 좌지우지하는 호랑님, 호랑님이 너무 힘이 세니까, 위기 의식을 느낀 남호파, 서호파, 동호파가 연합해서 까딱 잘못하면 다 된 밥에 코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미 저들과는 각각 너무 큰 원수를 맺어서 도저히 어느 한 쪽과도 손을 잡을 수는 없는 상황이지요. 낮말을 참새가 듣고 밤말을 하늘다람쥐가 듣는다 했으니, 자, 귀 좀 빌려 주시지요."
  
   지금 사하라 사막 근방은 그 당시 호랑이 왕국보다 10배는 큰 비옥한 땅이었습니다. 그 땅은 바로 사자 왕국이었습니다. 천재 여우가 외교 사절로 간 곳은 바로 그 왕국이었습니다.
  
   "사자 황제 폐하, 저는 호랑이 왕국의 외교사절입니다. 호랑이 왕국보다 10배나 큰 10만 사자의 황제시여, 100억 동물의 황제시여,
  드디어 때는 왔습니다. 황금의 땅 호랑이 왕국을 평정할 때가 마침내 눈앞에 다가온 것입니다.
   스스로 싸우는 자는 반드시 망하나니, 이제 저들은 서로 싸우다가 성한 호랑이가 거의 없게 되었습니다. 비록 북호파가 강하다 하나, 옛 전력의 반도 안 됩니다. 이제 용맹한 사자 1만이면 호랑이 왕국을 충분히 평정할 수 있습니다. 7천의 사자군은 북호파로 가고 3천의 사자군은 호랑이 가죽을 쓰고 동호, 서호, 남호에 각각 1천 명씩 가십시오. 낮말을 제비가 듣고 밤말은 올빼미가 들으니, 자, 귀 좀 빌려 주시지요."
  
   천재 여우가 상처 하나 없는 7천의 용맹한 사자군을 원군으로 데려오자, 호랑이 왕국은 발칵 뒤집혀졌습니다. 북호파의 환호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호랑이끼리 싸우느라, 비록 북호파가 통일 천하 직전에 이르렀지만, 중앙의 왕궁을 사실상 장악하여 왕인 늙은 호랑이를 종이 호랑이로 만들었지만, 크고 작은 상처가 없는 호랑이가 없던 차에, 덩치도 자기들보다 크고 힘과 전술을 겸비한 사자군이 원군으로 오자 사실상 북호파가 최후의 승리를 거두는 일은 시간 문제만 남았던 것입니다. 초침이 째깍째깍 돌아가는 소리가 호랑이 왕국에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사자군은 점령군처럼 거만하게 굴었습니다. 때마다 산더미 같은 동물들을 호랑이들이 잡아다가 바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전쟁통에 약아빠질 대로 약아빠진 다른 동물들을 잡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대다수의 호랑이들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사자군은 쉽게 사냥할 수도 있었지만, 발톱 하나 까딱 않았습니다. 게다가 평소에 군침만 삼키고 바라만 보던 암호랑이, 특히 처녀 호랑이들을 닥치는 대로 쓰러뜨렸습니다. 여럿이서 달려드는 데는 정절이 강하기로 유명하고 암팡지기로 천하에 둘도 없던 북호파 처녀 호랑이들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 치를 떨게 만드는 것은 북호파가 제일 싫어하는 행위, 곧 암호랑이의 엉덩이를 핥는 짓을 조금도 서슴지 않고 했습니다. 사자왕국에서는 누구나 그런다면서요. 처녀 호랑이뿐만 아니라 총각, 유부남 호랑이, 원로 호랑이 모두 치를 떨었습니다. 더군다나 수치에 못 이겨 사자를 사정없이 물어뜯은 처녀 호랑이는 사자군들이 사정없이 물어 죽이고 잡아 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오로지 참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준비가 안 됐다면서 사자군이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던 전쟁을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자기들은 맨 뒤에 서고 날랜 북호파 호랑이들이 제일 앞장을 섰습니다. 먼저 앙숙 중의 앙숙 남호파를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사자만한 호랑이들이 1천 마리 선두에 서서 아무 소리 않고 대오도 정연하게 달려오더니 냅다 달려들었습니다. 앞발 힘이 얼마나 강한지 번쩍 들어 한 방 쳐버리면 북호파 호랑이들은 저만치 그냥 나가떨어졌습니다. 이어 번개같이 몸을 날려 목덜미를 물어뜯으면 북호파의 용사들이 그 자리서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눈을 번히 뜬 채 죽어 버렸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자기들을 죽인 동물이 호랑이가 아니라 사자란 걸 알게 되어 더욱 눈을 감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전투에서 북호파는 무려 최정예급 호랑이를 무려 1천여 명 잃었습니다.
  
   호랑이들의 전투에서는 남녀가 따로 없었습니다. 암호랑이도 수호랑이 못지 않게 싸움을 잘했으니까요. 다만, 임신한 암호랑이만은 예외였지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 저 쪽은 모조리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수컷 호랑이밖에 없었습니다. 꼬리는 이상하게 사자와 똑같았습니다. 이런 용감무쌍한 군대를 왜 지금까지 숨겨 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여튼 암수 호랑이 중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던 북호파 호랑이 정예군이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습니다.
  
   천만다행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일 뒤에서 어슬렁거리던 사자왕국의 7천 사자들이 북호파 호랑이 선발 정예군이 거의 궤멸될 즈음에 쏜살같이 앞으로 일제히 먼지를 자옥히 날리면서 달려왔습니다. 그들이 요란한 사자후를 터뜨리며 달려나가자 남호파 사자꼬리 호랑이들이 기가 질렸는지 싸움 한 번 않고 그냥 달아났습니다. 그 때까지 싸움을 구경만 하던 남호파 호랑이들이 졸지에 사냥감이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3천 마리가 죽었습니다. 사자군은 반드시 두 마리가 한 마리를 공격했습니다. 혼자서도 능히 상대방 두세 마리를 쓰러뜨릴 수 있었는데, 두 마리가 한 마리를 공격하자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남호파의 총 5천 마리 군대가 3천 마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 거의 남호파가 전멸할 즈음에 슬금슬금 달아났던 사자꼬리 호랑이가 세 마리씩 뭉쳐서 두 마리씩 짝을 이룬 사자군을 공격했습니다. 비록 1천 마리밖에 안 됐지만, 그 작전은 주효하여 7천 사자군이 순식간에 우왕좌왕했습니다.
  
  --후퇴! 후퇴!
  
   멋진 작전으로 일시적인 우위를 점했지만, 북호파의 원군이 7배나 되었기 때문에, 그쯤 해서 사자꼬리 호랑이들도 추격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사자와 사자꼬리 호랑이는 한 마리도 안 죽고 그저 약간의 상처를 입은 자가 더러 있었습니다.
  
   북호파에서는 용맹한 사자군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들에게 심지어 처녀성을 앗긴 호랑이들도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북호파는 그 날로 멸망했을 거니까요. 북호파 사자들은 아예 군대의 지휘권을 맡게 되었습니다. 자진해서 그들에게 작전권을 넘긴 겁니다.
  
   남호파는 말할 나위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군사만이 아니라 정치도 장악했습니다. 그들은 그 동안 규율을 엄격히 지켜서 절대 남호파의 처녀 호랑이를 건들지도 않고 먹이는 다 스스로 사냥했었습니다.
  남호파에서는 원래 암호랑이의 엉덩이를 수호랑이가 핥아 주지 않으면, 암호랑이가 오히려 치욕으로 생각하던 풍습이 있었기 때문에 전쟁 영웅들이 돌아오자, 처녀 호랑이 유부녀 호랑이 할 것 없이 자진해서 엉덩이를 핥아 달라고 쑥 내밀어 주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점잔을 뺄 필요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이제 남호파의 3천 호랑이 주력군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들은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중앙의 늙은 호랑이왕을 사이에 두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북호파와 남호파의 공방전이었습니다. 모든 전쟁의 책임은 서로에게 전가시키면서 호랑이왕에게 상대파를 아예 모조리 내쫓아 버리자고 했습니다. 늙은 호랑이왕은 너무도 머리가 아파 그냥 몸져누워 버렸습니다. 눈에서는 진물이 줄줄 흘러나왔습니다.
  
   한 달 후 동호파와 서호파가 한꺼번에 동서 양쪽에서 북호파를 공격했습니다. 이번에도 전번과 거의 동일한 상황이 벌어졌으나, 지난 번의 전쟁을 면밀히 연구했던지, 동호파와 서호파의 호랑이들도 만만찮았습니다. 세 마리가 반드시 뭉쳐서 사자 두 마리에게 덤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자도 제법 많이 다치고 사자도 동쪽 전선에서 500여 마리, 서쪽 전선에서 500여 마리 죽었습니다.
  대신에, 비록 사자꼬리 호랑이는 꼬리를 말고 도망가는 바람에 한 마리도 못 죽였지만, 후위에 있던 동호파 호랑이와 서호파 호랑이를 각각 2,000여 마리씩 죽일 수 있었습니다.
  
   사자꼬리 호랑이들도 북호파 호랑이가 세 마리씩 모여서 세 마리씩 한 조가 된 사자꼬리 호랑이를 공격하는 바람에 한 100여마리 전사했습니다. 대신에 이들은 합동 작전을 평소에 많이 연습한 데다가 상처난 자가 거의 없었고 덩치도 훨씬 컸기 때문에, 상대 호랑이를 각각 1,000여 마리씩 죽일 수 있었습니다. 평지에서 싸웠더라면 그 배의 전과를 올릴 수 있었겠지만, 이번에도 국경선 근방의 구릉지에서 싸웠기 때문에 그 정도로 그쳤습니다. 만약 산 속에서 싸웠더라면 호랑이와 거의 대등한 싸움을 했을 겁니다. 원래 사자는 평지에서 강하고 호랑이는 숲에서 강하거든요. 순발력과 임기응변술은 호랑이가 낫고 힘과 협동심은 사자가 나은 법이거든요.
  
   중앙의 호랑이 왕궁에서는 자리에 누운 늙은 왕을 반 강제로 용상에 앉혀 놓고 날마다 동서남북파들이 모여서 으르렁거렸습니다. 결론이 날 리가 없었습니다. 만약 왕궁의 군대가 막강했다면, 힘으로 누를 수 있었겠지만, 왕궁에는 겨우 100여 마리의 호랑이 호위대밖에 없어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현재 왕은 북호파가 옹립한 바라, 그는 뻔히 북호파가 7천 사자군을 끌어들여 난장판을 만든 것을 알면서도 철저히 병을 핑계로 침묵을 지켰습니다.
  
   1년 후, 전력을 가다듬은 북호파는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네 나라의 국경선이 맞닿는, 들소와 얼룩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던 광대한 오케이(OK) 목장에서 한꺼번에 다 덤벼들라는 거였습니다. 동호파, 서호파, 남호파의 사자꼬리 호랑이들은 군대와 정치를 한 손에 쥐고서 연합전선을 폈습니다.
  
   마침내 지상 최대의 호랑이, 사자 연합군의 대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목장이 울었습니다. 이번 싸움은 모두가 여우가 일러준 두 마리, 세 마리 뭉쳐서 한 마리 공격하는 전술을 저마다 잘 익혀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습니다. 놀라운 일은 사자와 사자꼬리 호랑이들도 서로 싸워 숱하게 죽었다는 겁니다. 천재 여우의 농간에 의해 밤에도 싸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승기를 잡았을 때 끝내야 된다면서, 그들은 오케이 목장 군데군데 몰아넣은 들소와 얼룩말을 수시로 잡아먹으면서 쉴 틈도 없이 싸웠습니다. 밤에도 싸우다 보니까,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거의 북호파가 이길 무렵, 이제 상호간에 기진맥진했을 무렵 갑자기 괴이한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일제히 싸움을 멈추고 쳐다보았더니, 석양을 등지고 또는 석양을 바라보며 하이에나들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호랑이에게 쫓겨 멀리 달아났던 하이에나들이 갑자기 나타난 겁니다. 2천, 3천, 5천, 만, 2만, 3만, 5만, 무려 5만 마리의 하이에나가 나타난 겁니다.
  
   북호파의 사자군이 2천여 마리, 동·서·남호파의 사자꼬리 호랑이가 모두 합해서 5백여 마리, 동서남북 모든 호랑이를 다 합해서, 심지어 임신한 암호랑이까지 가세한 이 공전절후의 전쟁에서 암수 호랑이 모두 합해서 겨우 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5만 하이에나의 기습을 받은 것입니다. 원래 그들은 남쪽으로 쫓겨났던 것인데, 지금 놀랍게도 동서남북 모든 방위를 포위해서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졸지에 전쟁은 사자와 호랑이 연합군과 하이에나군 사이의 전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 하이에나가 처음부터 남쪽만이 아니고 사방을 에워싸고 공격해 오던 것부터 심상찮더니, 전투 솜씨도 옛날의 그 오합지졸이 아니었습니다. 열 마리 내지 스무 마리 심지어는 서른 마리씩 떼를 지어 두 세 마리 짝을 지은 사자군과 호랑이군의 연합군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약이 바짝 바짝 오르는 것은 이들은 불리하면 도망을 잘 갔습니다. 그걸 따라가면 언제 뒤에서 비겁하게 다른 놈들이 한꺼번에 덮쳤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원수 사이였던 관계도 있고 당황한 탓도 있었지만, 역시 사자와 호랑이는 무서웠습니다. 동료들이 하이에나에게 처참하게 물려죽는 것을 보자 갑자기 전의가 불타서 움츠렸던 힘을 뽑아 올려 사정없이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일사불란하던 하이에나의 치밀한 전투대형이 마구 흐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상처투성이의 남은 사자가 겨우 열 아홉 마리, 역시 상처투성이의 호랑이가 겨우 열 네 마리 해서 도합 서른 세 마리가 남았습니다. 하이에나도 거의 다 죽고 겨우 천 여 마리 남았습니다. 그들도 대부분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때였습니다. 마침내 천재 여우가 나타난 것은! 붐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천재 여우는 호랑이 가죽을 덮어쓰고, 병실에서 골골하던 늙은 호랑이 왕의 가죽을 덮어쓰고 위엄 있게 나타났습니다.
   그는 좌우에 여우를 각각 50마리씩 거느리고 왔습니다. 사자 두 마리와 호랑이 세 마리가 그 여우 50마리의 대장이었습니다. 그 뒤에는 멀찌감치 하이에나가 각각 50마리씩 또 따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살아서 숨만 쉬고 있는 사자와 호랑이들을 살펴보더니, 일제히 천재 여우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황제 폐하, 이들은 내일 모두 아침해를 보지 못할 것으로 사료되옵나이다. 만세! 천재 황제 폐하 만세! 만만세!
  -잠깐! 나는 신이니라. 잠시 여우의 몸에 호랑이 옷을 입은 모든 동물의 신이니라. 나는 유일신이니라. 캥!
  -만세! 유일신 만세! 으릉, 어흥, 캥, 꺄오!
  
  속말: 조선은 어떻게 망했던가. 김씨 왕조는 어떻게 생겨나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00. 8. 23.)
  
[ 2007-02-26, 15:1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